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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봄이 오는 소리



옛날의 봄은 아리랑 고개에서 왔지만, 요즘 봄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온다. 겨우내 잠을 자던 개구리가 뛰어 나오면 여기저기서 아파트 분양소식이 들려온다. 실수요자가 되건, 투자자가 되건 모델하우스에 가게 되면 왜 가슴이 설렐까.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면 우선 넓고, 높게 보이는 게 특징이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예쁜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게 되면 자신이 마치 여왕이나 왕자가 된 기분이겠지. 돈도 없으면서 분위기에 취해 분양계약서에 도장 찍은 사람도 있더라.



그냥 구경만 해도 마음이 즐겁고, 분양을 받게 되면 “나도 나중에 입주할 때 딱 모델하우스처럼 해놓고 살아야지.” 다짐을 하게 된다. 가지런한 가구, 오목조목 수납공간, 화려하고 귀티 나는 장식품을 살펴보노라면 마음은 이미 입주자가 돼버린다.



분양광고 책자는 보고 또 봐도 싫증난 곳이 없고, 분양하는 아파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로 생각되리라. 아파트를 짓는 회사도 가장 좋은 회사로만 믿게 됨은 꼭 연애할 때 기분하고 비슷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연애할 때는 눈에 콩깍지가 끼어 뭐든지 다 좋게 보인다며? 연애 안 해본 사람 손들어보시라. 솔직히 말해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일이 바빠 연애 못해보고 장가갔다. 거짓말이라고 하시겠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법이다.



처음 아파트 분양받을 때 누구나 가슴이 설렌다. “아! 연애기분이 이런 것이로구나.” 생각하시겠지. “나도 입주 때는 꼭 이렇게 해놓고 살아야지” 몇 번 다짐하고, 핸드폰 꺼내들어 사진을 찍어둔다.



그러나 모델하우스는 희망의 무대일 뿐, 입주 때는 실망만 안겨주는 게 다반사다. 건설사들의 상술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입주 때 알게 된다. 약혼할 때 신부는 깔끔하고, 분위기가 있었는데 결혼식 때 나타난 신부는 꾀죄죄할까?



실제 들어갈 아파트는 왜 모델하우스보다 더 작고 못나 보이고, 초라해 보일까. 내가 가지고 간 가구는 맞는 게 없고, 내가 쓰던 살림살이는 고물일 뿐이다. 아무리 모델하우스처럼 꾸미려고 애를 써도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모델하우스에 있는 가구나 장식품은 우리들이 일상 사용하던 물건보다 규격이 작기 때문이다. 천정을 높게 보이게 하려고 들어갈 때 신는 슬리퍼부터 바닥이 낮다. 따라서 발코니도 넓게 보이려고 미리 확장을 해 둔다.



작은 사이즈만 특별주문해서 진열해 놓기 때문에 사용하던 식탁을 새 아파트로 가져가면 사용하지 못한다. 학생 방의 침대나 책상도 시중에 있는 것보다 작은 것이다. 붙박이와 주방 인테리어를 빼놓고, 나머지 것들은 규격이 작다고 생각하시라.



어떤 아파트는 도배가 다른 무늬나 엉뚱한 색으로 된 것도 있다. 항의해봤자 그 제품은 이미 품절되어 동질의 자재로 했다는 변명을 한다. 모델하우스에는 24미리 유리로 돼있던 창이 실제 아파트는 18미리로 둔갑해 있기도 한다.



바닥재가 월넛색이 흰색으로 바뀐 것도 있고, 천정이 울뚝불뚝 고르지 못한 인테리어가 있게 마련이다. 시공사에 따져보면 하청업체 직원을 불러대고, 하청업체 직원은 2-3일이 지나서야 처삼촌 벌초하듯 대충 손질하고 가버린다.



가장 속기 쉬운 것이 조경이다. 토목과 조경은 아파트를 살리고 죽이는 중요한 공사지만, 이 공사를 대충하면 이익을 취할 수 있고, 원리원칙대로 하면 많은 돈이 들어가므로 손가락 같은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아스팔트를 깔아버리기도 한다.



아파트 단지에 도로가 많고, 운동장이 많은 곳은 조경수 값을 아끼기 위해 불필요한 길이나 운동장을 만드는 아파트로 아시라. 그 대신 나무가 많고, 도로에도 돌을 깐 아파트는 제대로 지은 아파트다. 여러분이 사는 아파트를 다시 한 번 둘러보자.



조경은 그루당 최소한 500만 원짜리 이상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손가락 같은 나무를 심어 놓고 준공을 내는 아파트도 많다. 명색은 휘트니스 클럽이라하지만, 달랑 자전거 2대 갖다 놓은 아파트도 있다. 모델하우스에는 웅장한 그림이나 사진만 있었을 테고,



광고에는 수영장이 있다고 했으나 아예 없는 곳이 있거나 달랑 2레인만 설치하는 곳도 있다. 노래방에는 관리실이 들어가고, 운동시설이 있어야 할 곳은 노인정이 들어가기도 한다. 모델하우스는 거짓말 시합장이다.



비가 오면 벽에 물이 흐르기도 하고, 천정에서 습기가 차기도 한다. 이런 집은 재건축할 때까지 속을 썩인다. 모델하우스에서 봤던 아파트는 꿈이었던가? 이런 불편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희망의 무대다. 그렇게 꾸며놓고 살았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 수 없는 꿈의 무대다. 당신도 곧 모델하우스에 가시겠지? 줄자를 가지고 가서 재보고, 살고 있는 집과 어디가 다른지를 견주어 보자.



그리고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할 때는 대부분의 가구나 살림, 가전제품은 다시 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반세기의 역사를 가진 모델하우스는 희망의 무대일 뿐이다. 그러나 집은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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