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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있고 땅이 있소.
필자는 어렸을 때 지게를 지고 소를 모는 목동으로 자랐다. 풀을 베어 지게에 얹고, 황소 등에 앉아 보리피리를 한곡 뽑아대면 저쪽 밭이랑에서 김을 매던 동갑내기 옥순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지금은 고향에 목동도 없고, 옥순이도 없다. 일거리가 없어 모두들 도시로 와 있으나 역시 일자리가 없어 9급공무원시험장이 초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필자가 해보니 돈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은 공무원시험이 최고더라.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정부에서도 일자리마련이 시급하여 추경예산까지 편성해놔도 언제 온기가 퍼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은 왜 이리 고르지 못하냐? 부동산도 내가 팔 때는 값이 내리고, 내가 살 때는 값이 오르고~



전세 안고 재건축 대상 작은 집 사서 이익을 본 사람은 다 빠져나갔는데 지금 와서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 서민들 집 사기는 아예 틀렸다. 한국의 부동산대책은 꼭 금융관계를 손보기 때문에 서민만 어려워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구의 소득증가세는 둔화했고,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올랐다. 경기가 침체 늪에 빠지면서 실물경기가 좋지 못해 소득 증가율도 더뎠다. 부동산경기를 띄워 내수를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정책도 한계가 있었다.



최근 다시 요동치고 있는 주택가격은 주로 재건축지역과 지방 한 두 곳에 국한된 일이므로 이미 수그러지기 시작했다. 지금 실 거주나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사면 막차를 타는 거나 다름이 없으리라.



부동산 복이 없는 사람은 버스를 잘못 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상은 날씨와 같은 것이어서 좋은 날이 있게 되면 궂은 날도 있게 마련이다. 과열이네, 아니네, 다툼이 있을 때는 한 발 물러나서 움직여도 늦지 않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신규분양시장이나 재건축대상 지역이나 주춤할 것이니 그리 아시라. 실수요자는 금년 연말 금리인상을 보고 사도록 하자. 미국이 금리를 올렸고, 또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도 올릴 것이다.



부동산버스를 잘못 타면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억울한 사람은 오늘 샀는데 내일 규제대책이 나와서 집값이 떨어질 때다. 더 억울한 사람은 값이 내릴 때를 기다리다 기회를 놓치고 값이 올라 버린 사람이다.



세 번째로 억울한 사람은 누구인지 아시는가? 값이 오를 때를 기다리다 하루 사이에 규제대책을 맞는 사람이다. 고향에 있는 옥순이와 눈 맞춤 해놓고 군대 갔다 오는 사이 고무신 바꿔 신었을 때 그때도 좀 억울하더라.



옛날 고향에서 황소가 있는 집은 부자였다. 필자의 집은 가난해서 이웃 부잣집 황소를 가져와 키워줬고, 키우는 일을 필자가 했다. 2-3년 동안 잘 키워주면 황소는 부잣집으로 다시 보내고, 부잣집에서는 키워준 대가로 송아지 한 마리를 줬다.



그 송아지를 다시 황소로 만들면 좋으련만, 죽 쑤어 식을 동안이 어렵기 때문에 그 송아지를 다시 팔아 가용으로 쓰고 학비로 썼다. 가난한 사람은 만날 그 팔자요. 도레미타불인 셈이다. 부동산투자도 같다.



월세 보증금을 전세보증금으로 키우고, 그 돈에 대출 받아 집사려 하면 집값은 발이 달렸는지 저만치 가버린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언제나 잔치가 끝날 무렵 나오게 되어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



좋은 자리는 몇 번이고 청약을 해보지만, 낙동강 오리알이고 직장거리와 먼 곳은 미분양이다. 값이 싼 집은 오래되어 허술하고, 우리 가족 수에 딱 맞는 집은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니 이 또한 생선의 가시다.



대출받아 집 사느니 차라리 땅이나 사놨다가 3-4년 후 돈이 커지면 그때 집을 사는 게 어떻겠느냐는 질문이 심심찮게 들어온다. 그러나 그러라는 대답을 하기 어렵다. 부동산투자에서 집은 집이고, 땅은 땅이기 때문이다.



집을 사는 일과 혼사를 치루는 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집을 사놓고, 땅을 사놓고, 그 다음 금이나 주식을 사는 순서로 투자를 해야 한다. 일단 집과 땅까지만 사 놓으면 노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향에서 소를 키워주고 송아지를 받는 마음으로 투자하면 실수하지 않는다. 산기슭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고 있을 때 식사 때가 되면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어디 있고, 소는 어디 있느냐?”



“소 있고 지게지고 있소.”라고 대답하면 “오냐, 알았다. 어서 밥 먹어라” 라고 말씀하신다. “소 있고 지게지고 있소”라는 단어는 거꾸로 읽어도 같은 말이 된다. “당신도 집이 있고 땅이 있소”라고 대답할 때가 곧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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