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강력하다. 지난 8월2일 정부가 발표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 이른바 8.2 대책 말이다. 전방위적 규제 정책이라 많은 다주택자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까지 혼란에 빠졌다. 문의 메일이 쇄도하기에 단기와 중장기적으로 나눠 대응 방안에 대해 안내하다 보니 1초를 1분처럼 시간을 쪼개서 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했던 실수요자들, 특히 서민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생각보다 대출이 나오지 않아 자금을 마련하느라 고생이고, 그마저도 불가능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서글픈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갚는 것이나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것이나 비슷하니, 이사라도 그만하자는 마음에 집을 사려고 했는데 그 꿈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또 청약제도 개편으로 가점제가 확대되는 바람에 미리부터 준비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새 집에서 살고 싶은 희망을 접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정책이 ‘실수요 보호’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과연 이 정책이 자리를 잡았을 때는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예측해 보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부정적이라 걱정이 앞선다. 우선 당장 주거지를 찾는 것부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정책으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결국 다시 전세나 월세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전세값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다시 전세자금대출로 메워야 한다. 전셋집을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투자를 하려던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강화로 집을 매도할 계획을 세우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 물량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입주 물량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결국 전세 수요의 증가로 인해 전세가격은 상승하고 전세 물건은 품귀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가격 형성을 하는 가장 큰 두 가지는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올랐다면 공급을 충분히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는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가격이 오른 것은 적은 물건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인데, 물건이 적은 것에 그 원인을 두기보다 일부 사람들이 물건을 한꺼번에 사기 때문이라고 보고 물건 보유 개수를 일방적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이럴 경우 물건을 많이 사던 사람 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던 사람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눈치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물건을 만들고 파는 사람도 줄어든다. 결국 수요를 차단하면 공급 역시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가 과연 ‘사라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사라져야 공급이 부족해도 가격이 안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 구조상 서울, 수도권에 살고자 하는 수요는 늘 넘쳐난다. 여전히 대기 중이다. 그런데 이를 억지로 누르고 있다가 그 힘이 어느 순간 풀리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재개발, 재건축, 도시 재생 사업 등으로 그나마 조금씩 활성화되던 공급이 규제로 인해 다시 막힌 상황에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규제지역의 주택 가격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공급의 해결 없이 수요 억제만으로는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현 시점에서 대출이 막히고 집값의 향방을 알 수 없어 집을 구하지 못했던 실수요자들은 이후에도 더욱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수요자들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을 완화하고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 물론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책을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획일화하면 지금과 같은,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 이런 것을 볼 때 과연 이번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그 실효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정부의 세밀하고 정교한 관심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