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고아원 생활로 성장한 후 서울에 올라와 노점상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장사를 하면서 돈을 모았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은 태산이 되어 어느덧 땅이 되기도 하고 빌딩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면・성실하기로 소문난 A에게는 자식이 하나도 없었다. 돈 버는 재주는 가졌어도 자식 낳는 재주는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나 외로워 양자를 들이기로 마음먹고 착하고 부지런한 먼 조카뻘 되는 친척 하나를 골라 양자로 입적을 시켰다.
양부모에게 효도하고 재산도 잘 지키라는 의미로 서울 양재동에 있는 땅 중 1,600㎥(500평)도 증여를 했다. 그리고 A가 사망할 무렵 아파트도 주겠다는 문서도 작성해 줬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양자인 김망덕씨는 효도는커녕 날이 갈수록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A가 죽기만을 기다린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들어오면 양아버지인 A에게 이놈, 저놈 욕설도하고 며칠 전에는 A를 떠밀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A로서는 후회가 막심하다.
죽도록 고생해서 번 돈 자칫 “산 중 밭에 보리 심었다가 고라니 좋은 일시키는 겪”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나니 분하기 짝이 없었으리라. 양자고 뭐고 다 치우고 마음 편히 살고 싶은데 이미 증여해버린 양재동 땅을 되찾을 길이 막연하다.
A는 양자인 김망덕씨를 상대로 양자관계를 해소하는 법적절차를 취하고, 땅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법률사무소를 찾아 가서 상담을 하였다. 아래 3가지 답 중 여러분들이 변호사라면 어느 답으로 A의 사건을 처리하겠는가?
1. 실제로 땅을 증여하였고, 또 아파트를 주기로 약속했다 하드라도 증여를 받은 양자가 잘 모시지 않으면 이를 해제하여 되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2. 이미 재산의 일부를 넘겨주었고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도 문서로 증여를 약속하였기 때문에 되찾을 수 없으므로 양자인 망덕씨를 잘 설득시켜야 한다.
3. 불효죄가 없기 때문에 달리 길이 없고 문서로 약속하였기 때문에 재산은 망덕씨 몫이 된다. 고 하겠다.
-해설-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주기로 하고 상대방이 수락하는 것을 법률상 "증여"라고 한다. 증여도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증여계약이 이루어지면 증여자는 그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생긴다.
증여가 문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구두로 했다면 A는 아무 때고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 구두의 증여를 취소할 수 있음은 신중하지 않는 경솔한 약속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재산을 증여했다 하더라도 수증자(증여 받은 자)가 증여한 자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을 때에는 증여자를 보호하려는 것이 법의 정신이므로 증여를 취소, 해제 할 수 있다. 그 사유는 다음 두 가지다.
1. 수증자가 증여자나 그 배우자에 대해 범죄행위가 있는 때이고, 그 범죄행위의 내용은 묻지 않는다.
2. 수증자가 증여자를 부양 할 의무(도덕상의 의무가 아닌 법률상의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때다.
A는 김망덕씨를 상대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파양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과 도덕은 서로 다른 사회 규범이지만, 때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경우도 있다. 위 사례와 같이 도덕적 배은망덕한 행위는 물론 폭행까지 하였으므로 정답은 1번이다.
이런 사례가 주위에서 가끔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증여자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적조치를 취해야 하고 용서를 해주면 안 된다. 망덕씨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서 술김에 한 일이라고 용서를 빈다면 대부분 용서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 그런 잘못을 저지른다면 다시 법적조치를 밟아야 할 것이고, 이게 되풀이 되면 수년 후 A는 죽고 말 것이며, 나머지 재산은 망덕씨가 다 차지할 것이다.
민법 제 556조 (수증자의 행위와 증여의 해제)
1.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1)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 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2)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2. 전항의 해제권은 해제원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