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현장에서 전세 물량이 급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동산 비수기에 비해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을 느끼고 나니 문득 오버랩되는 시기가 떠올랐다. 바로 2015년 가을이다.
2015년을 기억하는가? 우리나라는 홀수 년도에 전세 수요가 많아지는데, 그 때가 바로 홀수 해였다. 거기에 저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경우가 많아져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전세금이 크게 올라 전세 대란이 일어났던 때이다.
그 때 계약했던 전세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2017년 올해이다. 따라서 전세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 만기 시점에서 3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내 집을 마련하거나, 월세로 전환하거나, 다시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세입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할까. 모든 경우를 확인해보면 이렇다.
먼저 내 집 마련을 하는 방안을 살펴보면 사실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청약 요건이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리고 규제 대책의 영향으로 앞으로 매매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강력한 수요억제로 인해 거래절벽 후 급매가 나오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내년이 가장 적기로 보인다. 만일 이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농후해 더욱 큰 장벽을 만날 수도 있다.
월세로 전환하는 건 어떨까?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다. 보증금은 전세보다 적어지겠지만 매달 부담하는 월세 금액이 만만치 않게 높아진 게 사실이다. 전세로 있을 때보다 피부로 느끼는 거주비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전세를 다시 구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은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여 전세로 들어갈 집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세 물량이 함께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가장 좋은 조건은 새로 입주하는 부동산의 공급이 때마침 원활하게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입주 물량이 풍부한 수도권은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입주물량이 제한적인 서울의 경우 8월 휴가철이 지나고 가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벌써부터 여기저기에서 전세 물량이 급격하게 소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부동산 거래 비수기인 여름에 적체되어 있던 물량이 이렇게 빠른 속도록 빠지자 전제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물량이 없으면 다음 차례는 전세 보증금이 오르는 것이다. 이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텐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매매 거래가 거의 절벽을 이루다시피 되자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었는데 집값은 하락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되면서 주거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람들의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중에 하나가 주거 안정성이다. 그런데 현재 전세시장에 이런 불안 요소들이 시한폭탄처럼 있다면 서민들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로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정책을 만든 정부 역시 미처 이런 부작용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조심스러운 예측이므로 이 모든 가정이 필자의 기우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20여 년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지금은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모두 진퇴양난에 빠진 전세 시장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의 소중한 재산과 자산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