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조시대 송계아라는 사람이 벼슬을 마치고 은퇴할 무렵, 노후에 거주할 집을 사러 다니다가 백만금(百萬金)이면 좋은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어느 곳에 천만금(千萬金)을 주고 집을 샀다.
그 이웃집엔 큰 벼슬을 하고 있는 여승진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너무 비싸게 집을 산 송계아라는 사람이 이상해 보여 여승진이 물었다. “백만금이면 살 집을 왜 천만금이나 주고 샀소?”
송계아의 대답은 의외였다. “집이 백만금, 이웃이 구백만금, 합(合)이 천만금이요” “그럼 나와 이웃을 맺기 위해 구백만금을 더 주고 집을 샀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그 후 두 사람은 형제처럼 잘 지냈다.
예로부터 “부동산은 백만금, 좋은 이웃은 천만금”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서울 집은 백만금이요. 그 중에서도 재건축이 가까운 곳의 집은 천만금이다. 또 지은 지 20년 된 집은 백만금이요, 새로 지은 집도 천만금이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주택은 천만금에 웃돈을 줘야 하고, 허물어져가는 빌라나 다가구, 반 지하 지분은 천만금에 웃돈을 더블로 줘야 한다. 이런 투자를 해놓고 세월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불확실한 개발에 세월을 거는 일은 옳지 않다고~”
강남 4구는 서로가 이웃이다. 강남구 주택시장에서 불이 붙으면 서초구로 옮기고, 이어서 송파구와 강동구로 옮겨 붙는다. 이 4곳은 재건축 아파트 대상 밀집지역이고 보니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온갖 대책 다 나와도 무용지물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상 주택의 값이 오르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에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 지을 땅이 없기 때문에 기존주택만 사지 말라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 사지 말라고 억제정책을 쓰는 일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지금 있는 재건축 부지와 재개발 부지는 공원이나 녹지로 만들고, 집은 계속 새로 짖는다면 재건축이나 재개발아파트는 쳐다보지도 않으리라.
앞으로 부동산대책을 바꿔보는 게 어떨는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아파트를 새로 지을 것이 아니라, 강남 부근이나 서울 어느 지역에 강남보다 더 살기 좋은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면 될 일이다. 그리하면 건설사들이 서로 나서서 집을 짓겠지.
강남 4구를 따라 항시 들썩이는 이웃은 용산이다. 개발 얘기만 나오면 용산이 들썩인다. 또 한남 뉴타운은 약방에 감초다. 오래된 아파트가 값이 오르자 이제는 마포도 들썩이고, 성북구나 광진구도 고개를 내민다.
이런 식으로 이웃을 따라 매수심리가 퍼져 나가게 되면 서울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불경기가 닥치거나 경제위기가 와서 값이 내리게 되면 서울 사람은 다 망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어본 일이다.
부동산투자는 인연을 잘 맺어야 한다. 이웃이 바로 인연이다. 당신이 이 칼럼을 보게 되는 이 순간도 필자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주거환경의 변화가 심하고, 여성 사회참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 초고속 컴퓨터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디지털 지식계급이 대거 양산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변화가 덜한 부동산투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첫째는 집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땅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땅은 남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자신의 노후를 보장하고, 자녀들이 부빌 언덕을 제공하고,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기능을 한다. 세계는 테러가 판을 치고, 묻지마 사살하고, 화산이 터지고 있다. 그러나 묵묵히 부동산투자에 전념하는 당신은 최고다.
정치권은 자기 계파가 아니면 잡아먹을 듯 깎아 내리고,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재벌은 밥그릇 싸움하느라 정신이 없다. 서울이 되건, 수도권이 되건, 좋은 이웃만나, 좋은 인연 맺어 부동산투자만큼은 천만금짜리로 하자.
땅도 강남이나 용산. 마포처럼 인연을 따라 투자해야 한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에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보고도 몰라보고, 보통사람들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그냥 지나가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당신도 어서 인연을 살려내는 투자자가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