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휴전선 부근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평당 얼마나 하느냐? 개성공단 가는 길목이냐?’ 등 물어보는 사람은 많아도 단 한 건도 계약이 된 것은 없다.
파주는 그동안 많이 개발이 되었고, 아파트도 많이 지었지만, 연천지방은 그야말로 조용했던 곳이다. 그런 곳 땅은 현재로서는 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지적도나 토지이용계획 서류만 보고 계약을 해야 한다. 어쩐지 찝찝한 마음도 있으시겠지.
반대로 화성이나 평택, 안성 등 수도권 서남부지역은 물어보는 사람은 없어도 계약하는 사람은 있다. 지난 10년 동안 꼼짝 않던 땅값이 개발바람을 타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서평택 일대가 가장 뜨겁다. 서평택 일대는 서해안 복선전철 안중역을 비롯한 부근 선로공사, 포승국가산업단지. 제2 산업단지 조성, 황해경제자유구역 차이나타운 개발공사, 바다매립 산업신도시건설, 실크로드 개장, 화양경제신도시 건설 공사 등 전체적인 도시개발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서다.
개발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땅을 파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빚이 있거나, 노후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원래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면 원주민은 다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사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리라.
서평택에 거주하는 A씨의 가정사정을 이야기 해보자. A씨는 70대 중반의 노후세대로서 어려서부터 이곳에 살아왔고,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다. 슬하에는 3남1여를 두었으나 서울. 부산. 대전 등지에서 직장 따라 살고 있기에 A씨 노부부만 살고 있다.
논밭 합하여 6,600㎥(2,000평)에 의지하여 살아왔으나 농사지어 아들딸에게 조금씩 보내주고, 나머지로 먹고 살고 용돈으로 쓰기에는 다소 부족하여 농지연금에 가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찌 알았는지 아들딸이 반대하여 할 수 없었다.
근래 들어 A씨는 몸이 약해져서 더 이상 농사일을 할 수 없어 1,000평은 다른 사람에게 대리경작을 시키고, 1.000평 시가 3억5,000만원은 팔아서 노후자금으로 쓰기로 계획을 세우고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았다.
2-3일 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도 3,500만 원을 받았다. A씨는 자녀들과 의논도 없이 재산을 처분한 일이 마음에 걸려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부동산매매내용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들 둘과 딸이 갑자기 A씨 집에 들이닥쳤다. 다짜고짜 땅을 팔면 안 된다면서 계약을 해약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A씨는 슬그머니 화가 나서 ‘내 땅 내가 파는데 너희들이 왜 그러느냐? 너희들이 용돈 줘봤냐? 내가 힘이 없어 더 이상 농사를 못 짓겠는데 어찌하란 말이냐?’
자녀들은 그래도 팔면 안 된다고 우겼다. 중개업소까지 찾아가서 노인을 꼬드겨 땅을 팔게 만들었다고 행패를 부리기까지 하였다. 중개업소에서는 ‘사정이 그렇다면 계약금 3,500만원에 대한 배액 7,000만원을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해주겠으니 자녀들이 위약금 3,500만원을 분담해서 지불하면 어떻겠느냐?’라고 하자, 돈을 낼 자녀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A씨는 화가 나서 ‘나는 해약하지 않겠다. 나도 일 그만하고 하루라도 편히 살고 싶다. 나 죽으면 너희들은 상속받으려고 못 팔게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더 이상 간섭하지 마라.’
위 계약은 말썽 없이 진행되어 잔금을 받았고, 등기까지 넘어갔다. 아버지 통장에 돈 3억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는 자녀들은 어버이날도, 제삿날도, 명절에도 잘 찾아오고 선물도 많이 사온다.
알고 보니 자녀들이 효도하게 하는 길은 간단하다. 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효도하게 돼있다. 나이 들어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가난한 자녀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가 어렵다고 걱정이다. 정치권은 시끄럽기만 하고 실속은 없다. 정부는 남북문제에 매달려 있다. 수출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는데 부동산시장은 축 늘어진 황소불알이다.
부동산경기는 8-10년마다 돌아온다. 돌아오는 주기는 2020년 하반기이고, 지금은 부동산 불경기다. 투자는 이럴 때 하는 것이다. 자녀들이 효도하게 하고, 부빌 언덕이 되고 싶다면 지금 투자하자. 그리고 아무리 죽겠다고 징징대도 마음 약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