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라는 2017년 8.2대책의 키워드는 ‘주택의 정의’였다. 주택을 단순히 수요/공급의 개념을 기본으로 한 투자형태를 벗어나 거주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진정한 집의 개념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각종 규제책에 대한 성공도는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나치게 과열 됐던 강남 주택시장은 일단 진정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의 수정계획안이 발표됐다. 2013년 처음 발표됐던 계획과의 차이 역시, 친서민 정책이라고 볼수 있는 정부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내용 중 주목할 만한 세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간임대주택의 초기임대료 규제와 입주자격 폐지 및 임대차시장에 대한 정부개입 최소화에 따라 임차가구의 주거 안정 강화에 한계를 느낀 초기계획은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명목으로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확고히 했다. 이는 공공임대 65만호, 공공지원 20만호, 공공분양15만호 등 공공주택 100만호를 공급해서 실수요자 시장의 안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이다.
둘째, ‘후분양 제도’를 도입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민간사업자 부분은 일단 배제하고 LH, SH, 경기도 시공사에 우선 도입하여 성과평가를 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당장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셋째, 서민 중심의 주택금융 시스템 개편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공적 보증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계획 또한 날로 상승하는 기준금리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아주 천천히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서 과거에 흔히들 말했던 ‘부동산 10년 주기설’로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먼저, 인구구조의 전망치가 매년 빨라지고 있는데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이제는 생산인력의 감소까지 우려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경제 여건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지되던 저금리 기조가 15년부터 연이은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가 걱정되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져서 저소득층의 경제 여건 악화와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주거복지가 필요한 계층의 수요도 계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투자는 늘 수요, 공급만으로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수반되는 경제 여건과 인구구조가 항상 적용되는 주요 여건인데 이런 여건들 자체가 굉장히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어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불안한 것일 수도 있다.
생산인구 즉, 젊은 세대의 축소는 주택매매보다는 임대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임대시장의 가열이 주택 매매가격에 영향을 주던 기존 부동산 시장의 공식이 날로 늘어나는 공공주택의 공급으로 인해 앞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의 형태가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에서 균등상환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20년, 30년 동안 이자만 납입하다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보고 매각하는 방식이 어려워져서 맨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층에게는 그야말로 수저의 색깔론까지 따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소득구조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현재도 중산층 비중이 줄고, 서민층의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를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의 정책이 소득 균형과 일자리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진입장벽이 높은 아파트보다 인근 지역의 다세대 주택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아이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권의 변화, 금융환경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구시대적인 투자 형태만을 고집한다면 큰 수익을 보기가 어려워졌음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현상을 두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원래 부동산투자는 1차산업시대에 더 넓은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했던 모델이고, 4차산업시대가 열리고 있는 현재는 시장을 읽는 눈과 귀로 미리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다른 투자시장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