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후문이나 정문에 가서보면 한 집 건너 중개업소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사람이 몇 만 명이라도 해도 운영 중인 개업업소는 항시 그대로다. 매달 매매나 전월세 한 두건 해 가지고는 도저히 지탱할 수 없을 텐데, 참 재주도 좋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중개사시험이 50-60세대의 등용문이었으나, 근래에는 20대 초중반의 등용문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똑 같은 자격증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한 달에 수 천만 원을 벌지만, 어떤 사람은 단 돈 10원짜리 한 장도 벌지 못한다고 하니 세상은 참 고르지 못하다.
평택. 화성. 안산. 시흥. 김포 등 서해안 5개 시군을 가서보면 사람은 한 명도 없는 허허벌판에 간판마다 중개업소다. 도대체 거기까지 가서 어떤 부동산을 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 분들도 장사가 되니까 문을 닫지 않고 있을 터,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골목 중개업소와 골목병원은 닮은 점이 많다. 각 시군 읍.면.동의 골목에 있는 개인병원을 가서보면 갈 때마다 만원이어서 30분 내지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진료는 간단하다. ‘허리는 좀 어떠세요?‘ ’그저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약을 한 알 더 넣어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진료는 2-3분이면 끝이 난다.
골목부동산은 골목 개인병원과 닮은 점이 많다. ‘이 아파트 시세는 얼마인가요?’ ‘이 아파트 전세는 얼마인가요?’ 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계산해주는 사람이 골목부동산이기 때문에 오다 들려, 가다 들려 시세를 파악하곤 한다. 값이 오르면 좋고, 내리면 싫고,
그러나 요즘 골목부동산에는 사람이 들락거리지 않는다. 골목 중개업소는 대개 아파트나 빌라 등 주거용 건물을 중개하는데 워낙 강한 부동산대책이 버티고 있어서 거래가 딱 끊겨 버렸다. 집을 팔고 이사 갈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과수댁의 애타는 사정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골목중개업소와 달리 골목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0년 동안 다녔던 골목병원에서는 어느 날 환자에게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면서 진료서와 진단서를 끊어준다. 환자는 큰 병원에 가라는 의사의 말에 걱정이 깊어지게 되리라.
기초병원 의사가 작성해준 진료서에 ‘암’이라는 글씨라도 기록돼 있으면 겁이 덜컥 난다. 그런데 골목부동산에서는 싸고 좋은 매물이 큰 부동산에 있을 것이니 돈을 벌고 싶으면 큰 부동산을 찾아 가보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또 큰 부동산은 살기 좋은 아파트 사려면 어느 동네 골목중개업소로 가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자신이 중개할 능력도 없으면서 ‘내가 책임지고 사줄 테니 기다리라’ 장담하면서 세월을 끄는 일은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으므로 당장은 나한테 이익이 없을지라도 실익이 있는 컨설팅으로 수요자가 빨리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함이 마땅하리라.
큰 병원에 간 환자는 건강하게 잘 살아올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큰 부동산을 찾아간 사람도 크게 돈을 벌거나 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그릇대로 살고, 그릇대로 복을 받다가 이 세상을 떠난다. 살아생전에 내 그릇대로 열심히 살자.
장사는 규모를 무시할 수 없다. 장사에는 도매상이 있고, 소매상이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소매업소도 있고, 도매업소도 있다. 골목부동산은 전월세 한 건만 있어도 온 동네 각 업소에 전화해서 보증금 5천에 월세 50짜리가 있느냐고 핸드폰을 부리나케 두드린다. 있으면 나눠먹기고 없으면 허탕이다.
골목에 작은 부동산업소라고 우습게보면 안 된다. 가게마다 최소한 5천만 원의 권리금을 물고 있다. 아무 곳이나 나 홀로 개업하면 개밥에 도토리가 되어 매물을 구할 수 없게 되고. 3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망하게 된다. 그러나 서해안 5개 신도시 같은 중개업소는 매매대금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한 건만 잘 해도 큰 이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중개업소는 나름대로 취급하는 전문 영역이 있고, 관할하는 지역도 있다. 누구는 종로지역만 관장하는데 누구는 전국을 누빈다.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와 ‘부동산힐링캠프 중개사무소’는 서해 5개시를 주 무대로 큰 병원 노릇을 하고 있다.
크게 돈을 벌려면 토지투자를 잘 하시라는 부탁을 드렸다. 2억 넘은 토지투자금은 대개 이익이 1억을 넘는다. 투자기간도 3년 정도면 족하다. 그러나 당신 그릇이 작으면 담지 못하고 넘치더라. 그릇을 키우자. 그릇을 키우려면 안목이 있어야 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