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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부탁해
여느 때처럼 고객 상담과 세미나 등으로 바쁜 날, 무더운 날씨 탓인지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드디어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가장 시원한 맥주를 꺼내 소파에 기댔다. TV에서는 요즘 즐겨보는 예능 프로인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가 나왔다. ‘딸깍’하며 맥주 캔을 따는 소리에 긴장이 절로 풀린다.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나만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셈이다.

전직 요리사 출신답게 요리 관련 프로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데 요즘은 워낙 먹방, 쿡방이 대세다 보니 다들 고만고만해서 별로 기억에 남는 프로가 없다. 그나마 ‘냉부해’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신선해서 자주 챙겨보는 편이다. 이 프로는 내노라하는 셰프들이 출연자의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냉부해’를 보며 고객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생각났다. “관심은 있는데 돈이 없다”, “자금이 부족해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데 빚내서 하고 싶지 않다” 등등 늘 접하는 고민이라 이 자리를 빌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완벽한 준비란 없다. 호텔 셰프 출신인 필자는 ‘냉부해’에 나온 냉장고 재료를 보며 나라면 어떤 요리를 만들까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재료라도 셰프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탄생하는데 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상의 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필자가 셰프로 일했을 때는 본격적인 요리를 만들기에 앞서 재료 손질부터 기본적인 준비가 모두 완벽해야 했다. 그러나 부동산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사 내가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은 부동산업이 요리사였을 때보다 경력이 오래됐지만, 처음에는 “요리사 출신이라 잘 모른다”라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몇 배나 더 노력했다. 그 점이 필자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고,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만약 당신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몇 년 안에 실행 가능한 목표를 정해 보라. 언제까지 부동산 경기 탓, 흙수저 탓만 하며 세월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둘째, 부동산 고수가 되려 하지 말고, 즐겨라. ‘냉부해’에 나오는 셰프들은 제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요리 재료들이 제대로 다 갖춰있지 않은 환경에서 순발력을 발휘해야 해서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도 하게 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요리 대결에서 직업이 셰프도 아니고 웹툰 작가가 프로 셰프들을 제치고 몇 번이나 우승했다.
부동산 투자도 이와 같다. 관련 학위가 있거나 투자 경험이 오래된 고수라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어려운 경제 용어나 현란한 그래프를 제시하며 교수 못지않은 지식을 뽐내는 일반인이 많다. 하지만 그런 것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부동산으로 학위를 딸 게 아니라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내가 사는 집과 지역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색다른 취미처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수익의 재미도 보게 될 것이다.

셋째, 재료보다 레시피가 중요하다. ‘냉부해’에 자신의 냉장고를 공개한 출연진들은 그 재료들로 만들어낸 요리를 맛보고 감탄을 한다. 일단 셰프들의 요리 실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그런 요리가 만들어질 거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레시피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전혀 다른 음식이 만들어진다. 김치의 레시피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 것처럼 레시피는 만들기 나름이다.
부동산도 이와 같다. 작은 원룸에 투자할 때 레시피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즉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매차익을 얻는 ‘차익형 부동산’이나 임대수익을 얻는 ‘수익형 부동산’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낙후된 지역의 허름한 빌라도 그 자체로는 값어치 있다고 하기 어렵지만 ‘재개발’이라는 대형 호재를 통한다면 그 빌라는 새 아파트 입주권이 되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명심하고 실행했다면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좋은 요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재료를 손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요리 후 접시에 담는 과정인 플레이팅까지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부동산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결정이 났다고 해서 당장 다음 달에 집을 모조리 허물어버리지 않는다. 교통 호재가 생겼다고 해서 뚝딱하고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좋은 호재가 제대로 가격에 반영되기도 전에 값이 왜 안 오르는지, 언제 오르는지 초조해한다. 서울 강남지역처럼 자고 일어나면 몇억씩 오르는 곳도 있지만, 또 어떤 곳은 가격이 서서히 올라서 긴 호흡으로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한참을 고민해 큰맘 먹고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두려움과 부담감에 못 이겨 아무것도 안 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 집의 냉장고를 열 듯 지금 당장 자신의 자산 상태부터 들여다보자. 지금 내가 가진 재료가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어떤 요리로 탄생할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부디 자신과의 싸움에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며, 다음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 방법에 관해 얘기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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