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의 폭염이라더니 입맛도 잃었다. 호텔 셰프였던 시절이 까마득하지만, 미식가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입맛을 돌려줄 한 끼가 필요했다. 폭풍 검색 끝에 코다리 냉면으로 메뉴를 정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꽤 있어서 내심 기대했지만 웬걸, 코다리는 질기고 육수에서 조미료 맛이 많이 났다.
“전직 요리사가 광고에 속은 거냐”며 같이 간 사람에게 타박을 받았지만 광고인 줄 모를 정도로 정말 그럴 듯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그 집의 인기 비결은 과장된 인터넷 홍보 덕이었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맛집을 고를 때 과장•허위 광고에 속으면 돈 아깝다며 다시는 안 가면 된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과장•허위 광고에 속으면 자칫해서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획부동산’ 사기이다. 그래서 오늘은 “맛있는 부동산 레시피” 두 번째 시간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기 전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들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마라.
당신은 부동산 투자를 왜 하는가? 당연히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한탕을 노리거나 소액으로 큰돈을 만지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면 사기의 함정에 빠질 확률이 높다. 기획부동산은 이런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이용해서 사기 행각을 벌인다.
단군 이래 최대의 기획부동산 사기라는 제주도 서귀포 땅 사기 사건도 피해자만 4백 명이 넘고, 피해 금액은 200억이 넘는다. 심지어 피해자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이들 수법은 교묘했다.
필자 역시 부동산업에 몸담고 있기에 기획부동산 우두머리(보통은 회장이라 불린다)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기 좋아한다. 우선 사무실은 무조건 서울 강남지역에 차린다. 사무실 내부도 물소 가죽 소파로 멋들어지게 꾸미고 한쪽에는 개발계획도가 펼쳐져 있다. 맛집을 고를 때도 가게의 겉모습만 보고 골랐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가게가 낡고 허름하거나 심지어 간판이 없어도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면 맛집일 확률이 높다.
기획부동산이 거래하는 토지는 아무 쓸모가 없는 맹지(도로와 인접하지 않아 개발행위를 할 수 없는 토지)를 싼 값(평당 약 4만5000원)에 사서 비싸게(평당 27만원) 수준으로 부풀려 판다. 맹지라도 해도 아주 기적적으로 개발계획에 포함돼 보상을 받거나 도로가 생길 수도 있다. 문제는 땅 100평에 대해 지분 등기를 해서 소유주가 10명~100명 정도 된다. 서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끼리 땅을 공동 소유하게 해서 권리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하도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려서 학습되니까 기획부동산의 수법도 점점 진화한다. 일명 ‘가분할도’라는 것을 그려 도로도 나고 개발도 할 수 있을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 말대로 공사 자체를 하지 않는다. 토지를 개발하려면 건설회사 또는 건축주가 토지의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왜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겠는가. 기획부동산인지 헷갈린다면 “거기 지번이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해 보라. 영업사원은 “직접 오시면 다 말씀드릴게요”라고 하거나 팀장이란 사람을 바꿔주기 마련이다. 좋은 땅이 어디인지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다면 그건 100% 기획부동산이다.
둘째, 수익 보장에 속지 마라.
신문이나 전단을 보면 ‘2년 임대 계약 완료’, ‘대기업 임대 완료’와 같은 부동산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수익률 17% 보장’ 이런 것도 있다. 부동산 광고에 속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속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는 것이 제일 좋지만, 그건 시간이 걸리므로 기초적인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도움이 된다. 상가나 오피스텔에서 가장 많이 하는 광고가 ‘임대수익 보장’이다. ‘확정 임대수익 보장제’, ‘2년간 연 12% 확정보장’ 등의 문구를 보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평짜리 상가의 평균 임대료 시세가 월 70만 원인데 해당 부동산은 연 12%에 맞게 월 95만 원의 임대료를 보장해준다고 치자. 시세 차이는 월 25만 원, 1년이면 300만 원이다. 2년간 보장해준다면 600만 원을 보조받는 것과 같다. 즉 전체 분양가에서 600만 원을 할인해주는 것이나 임대료 600만 원의 차이를 보조해주는 것이나 임대인 입장에서는 같다. 그냥 분양가를 할인해준다고 하면 뭔가 부동산에 하자가 있는 것 같고, 임대가 잘 안 될 수도 있으니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문구를 만드는 것이다.
애초 분양가에서 600만 원을 더 올려서 분양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렇게 보장된 기간이 끝나면 월95만 원이 아닌 70만 원만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률을 기준으로 매매 가격은 분양받았던 1억 원 내외가 아니라 현 시세에 맞는 8000만 원 정도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셋째, 너무 좋은 조건은 항상 의심하라.
아파트 분양시장이 불황이었을 때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도 원금인 분양가만큼은 지켜주겠다는 광고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참 멋진 말이다. 문제는 지킬 수 없다는 것이지만. 왜냐하면 원금 보장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된다. 즉 시행사는 계약부터 입주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회사이고, 시공사는 시행사에서 작성해 준 설계도면대로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역할이 한정된다. 대부분 시행사는 무명인 경우가 많고, 시공사는 이름 있는 건설사인 경우가 많다.
또,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분양대행사가 다르다. 모델하우스에서 분양상담사가 “여기는 저희 분양대행사에서 원금 보장하는 아파트입니다. 확인서도 써드립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시행사와 분양회사는 분양만 하면 되고, 시공사는 건설만 하면 된다. 한마디로 누구도 ‘원금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 시행사와 분양회사는 이러한 약속을 할 수 있는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는 회사들이다. 계약자들이 약속대로 원금을 지켜 달라고 하면 그냥 폐업신고 해버리면 끝이다. 따라서 너무 좋은 조건은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
억만장자의 법칙 중 ‘첫 번째, 절대로 잃지 마라. 두 번째,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는 말이 있다. 이 원칙은 부동산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앞에 말한 세 가지 원칙을 명심하면서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부동산 투자를 할 때 굳이 옆 사람보다 몇 배 더 똑똑할 필요는 없다. 지하철 개통 소식이 큰 비밀도 아니고, 재개발 구역 지정 호재 역시 그러하다. 맛집의 레시피를 똑같이 전수받아서 창업을 해도 잘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있는 이유는 실행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역시 수익을 결정짓는 것은 똑똑함의 차이가 아니라 투자하는 사람의 실행력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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