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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가치를 판단하지 마라
얼마 전 지인의 집들이에 갔다. 집을 구할 때 조언을 해준 곳이라 어떨지 기대가 됐다. 잡채, 갈비찜, 월남쌈 등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즐비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안주인은 아까부터 나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알고 보니 전직 쉐프라는 나의 출신을 알고, 뭐라고 평할지 긴장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내가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호텔 쉐프라는 직업일 때와 집에서 먹는 맛의 기준이 같을 리가 없다. 집들이를 준비한 새댁도 요리는 초보지만 성심껏 준비한 정성과 화기애애한 집들이 분위기까지 더해져 음식도 한층 맛있었다.

요리든 부동산 투자든 초보라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다. 둘 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중간에 한눈만 팔지 않으면 된다. 요즘도 가끔 머리를 비워야 할 때 요리를 하곤 한다.
투자도 쉬운 것부터 하나씩 접근하되 할 때는 그것만 집중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정보를 얻기 쉽고, 대중적인 시장이 ‘아파트’ 투자이다.

지난 시간에 부동산 투자의 기본 3원칙만 지켜도 성공이라고 얘기했다. 복습하자면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고, 수익 보장에 속지 말고, 너무 좋은 조건은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원칙을 숙지한 다음 2018년 2월의 강남 재건축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재건축 검증 꿈쩍 않는 강남3구...압박 카드 만지작”, “강남 집값 오르는 게 뭐가 문제냐고?”, “정부는 경제살리기보다 딴 곳에만 정신 팔려있어” 등의 헤드라인이 눈에 띈다. 기사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아파트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집값이 출렁인다. 재건축을 진행하느니 마느니, 용적률을 높이니 하는 기사가 나오면 그에 따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움직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이나 평형 배정과 시세를 비교해 사업성을 따져볼 수도 있지만, 일단 강남 재건축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정작 강남 아파트 가격에 충격을 받는 사람은 강남 외에 다른 지역 사람이다. 자신의 집값은 잘 안 올라서 10년 전 1억 하던 집이 3억을 못 넘는데, 강남의 집은 10년 전만 해도 3억 하던 집이 지금은 10억이 넘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강남에 계속 거주해 온 사람들은 강남의 105m² 아파트가 10억 원이라고 하면 별로 놀라지 않는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늘 지속해서 오르는데다가 자신이 사는 집의 가격도 비슷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원리도 비슷하다. 강남의 재건축아파트가 “1억 떨어졌네”, “2억 떨어졌네” 하고 앞 다퉈 생중계하면 “이제 집값 반 토막 되는 일만 남았다”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그렇게 보도가 나가는 시점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급매는 모두 거래되고 다시 정상가격으로 돌아가게 된다.

강남 아파트가 왜 비싼가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설명이 있겠지만 ‘강남 사람은 가격이 올라도 자신의 소득수준이나 부동산 가격이 같이 오르기 때문에 크게 비싸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그걸 받아들이는 온도 차가 큰 이유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파트의 가치를 보는 눈을 키우려면 비록 투자할 대상이 아니더라도 강남 아파트의 가격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상황을 예측해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초보가 투자하기에 아파트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의 단점인 느린 환금성을 보완해 준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형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 매물을 시세대로 내놓거나 조금만 낮게 내놓으면 거래가 쉽게 이루어지게 돼 있다. 아파트는 현금이 필요할 때 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도 있다.
현재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는 했어도 담보 없이 돈을 빌린다고 가정해 보면,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 이율이 최고 26%를 넘는다. 아파트는 돈을 빌릴 때 담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자율을 낮춰 줄 수도 있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로 아파트도 주식처럼 어렵지 않게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진화했다. 옛날엔 부동산에 내놓고 임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편리해졌다. 일일이 현장에 가지 않고 3D 영상으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자, 이 정도면 부동산 초보도 아파트 투자에 도전해 볼 만 할 것이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된장찌개는 요리 초보도 쉽게 할 수 있지만 깊은 맛을 내려면 내공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어떤 아파트를 골라야 오르는지, 오르는 부동산의 숨은 법칙에 관해서 얘기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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