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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대리권의 범위에 대한 오해와 이해

우리들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매일같이 여러 사람과 접촉을 하면서 금전거래를 비롯한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 내가 직접 거래를 하기도 하고, 대리인을 시켜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나 나를 대신해서 일을 봐주는 사람이 당초 내가 생각하는 목적과 다른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사고를 치고 도망하는 일도 있다. 집을 지을 목적으로 어디에 있는 땅을 사라고 부탁을 했더니 심부름을 하는 사람은 그 옆에 있는 논을 사버렸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라는 부탁과 함께 관계서류와 돈을 주었더니 모델하우스 부근에 있는 빌라가 마음에 들더라고 하면서 빌라를 분양받아 버렸다. 어찌해야 할까?

다음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남대문 시장에서 보석 도매상을 하는 김보석씨는 급히 금을 매입하기 위하여 자금이 필요했다. 1개월 정도 지나면 자금이 회전될 것이므로 이자에 구애받지 않고 잠시 사채를 빌려 쓰기로 마음먹고 시장에서 주로 사채소개를 하면서 먹고사는 오사채씨에게 부탁을 했다.

김보석씨는 오사채씨에게 급히 2억 원을 융통해달라고 하자 무담보로 2억을 빌리는 일은 어렵고 정히 급하면 김보석씨가 살고 있는 3억짜리 집을 담보로 그 집에 근저당권설정을 하고 빌릴 수 있다고 하자 김보석씨는 그렇게라도 하라고 하면서 자신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오사채씨에게 주었다.

오사채씨는 김보석씨의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 2억 원을 빌리려 하였으나 아무도 돈을 주겠다는 사람은 없고, 2억5000만 원이면 당장 사겠다는 사람만 나타나므로 마음이 급한 오사채씨는 엣다, 모르겠다, 집이야 다시 사면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동 사무소에 가서 위임장을 작성한 후 김보석씨의 매도용 인감증명을 발부받아 허풍선씨에게 팔아 버렸다.

며칠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김보석씨는 펄쩍 뛰면서 내가 언제 집 팔라고 하더냐? 내 집을 왜 네가 팔았느냐? 고 따지면서 오사채씨의 목을 끌고 매수인 허풍선씨를 찾아가 잘못된 매매이므로 돈을 돌려받고 소유권을 다시 이전해 달라고 하였으나 허풍선씨는 나는 그리 못하겠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배짱을 부렸다.

이 사례를 분석해보면 이렇다. 집을 담보로 물품구입비 2억 원을 융통해 달라고 하면서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주었는데 대리인이 그 범위를 넘어 아예 “처분”이라는 법률행위를 하였을 때 이 법률행위의 효력이 어떻게 될까? 하는 문제다.

위 사례에서 허풍선씨는 오사채씨를 김보석씨의 대리인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는데 과실이 없었다면 민법상 오사채씨의 처분행위는 유효하다. 김보석씨의 위임장과 등기가 넘어가는데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례와 같은 경우를 “대리권을 넘은 법률행위”라고 하는데 김보석씨는 대리권을 준 이상 대리인이 그 범위를 넘어 처분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이병석씨는 지병으로 6개월째 병석에 누워 있다. 입원비,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 빚이 눈 더미처럼 쌓이게 되자 겁이 난 처 박슬기씨는 남편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가지고 동사무소에 가서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부받아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나머지 돈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3개월 후 이병석씨는 병석에서 일어났다. 일어나 보니 집은 이미 팔려버렸고, 모든 가족들이 전세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병석씨는 매수인 허풍선씨를 찾아가 강력히 항의 했다.

명의가 분명히 이병석이거늘, 왜 내 허락 없이 함부로 집을 샀느냐? 계약은 무효다. 돌려 달라. 그러나 허풍선씨는 피식 웃으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배를 쑥 내민 채 돌아서 버렸다.

이 사례를 찬찬히 뜯어보자. 원래 대리인이 위임인으로부터 대리권을 받지 못하고 한 법률행위는 “무권대리”가 되어 무효가 된다. 부부관계라도 그렇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허풍선씨의 입장으로서는 박슬기씨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유효라고 봐야 한다.

아내는 가사 일을 대리하여 집안 살림을 꾸려나갈 “가사 대리권”이 있는 것이고, 집을 파는 행위가 일상적인 가사 대리행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남편이 장기간 병석에 있을 경우 제3자가 볼 때 아내가 집을 팔아 생활비 등에 쓸 수 있다고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슬기씨의 매매행위도 유효하다고 볼 것이다.

이처럼 어떤 권한 있는 자가 그 권한을 넘는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고 믿었을 때에는 상대방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사례 A의 오사채씨의 행위와 사례 B의 박슬기씨의 행위는 모두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

민법 제 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를 보면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판례 대법원 1995.2.17.94다34425호를 보면 근저당권을 취득하려는 자로서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함에 있어서 제3자가 소유자로부터 담보제공에 관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를 서류상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소유자에게 확인하여 보는 것이 보통이라 할 것이므로 그러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제3자에게 소유자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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