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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 팔고 사기 어중간해져
가만히 엎드려 있는 토끼는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뛰는 토끼는 바로 머리위에 몽둥이가 떨어진다. 몽둥이 이름은 ‘조정대상지역’이라는 몽둥이인데 이걸 맞으면 세금도 더 내야 하고, 부동산거래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출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청약자격제한. 양도세 중과. 의무거주기간 강화. 지역 지구지정. 보유세 강화 등 옭아 맨 주택시장 규제정책은 나열할 수도 없이 많다. 이러고도 주택시장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작년 연말부터 이미 주택시장은 ‘하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혹자들은 그래도 서울은 오를 것이라고 말하지만, 10억씩 20억씩 현찰거래를 하는 큰 손이 아니라면 신용 3-4등급은 간이 떨려 집을 살 수 있겠는가?



부동산은 ‘지금 오르기 시작했다’ 또는 ‘지금 값이 오르고 있다.’고 할 때가 사는 시기이고, 또 그럴 때 파는 게 일상화 돼있는데 요즘처럼 자고나면 값이 내렸다든지, 대책이 약발을 받았다고 한다면 보통사람 배짱으로 집을 사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주택시장에 거래가 끊기고 보니 시중에 돈이 말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돈이 주택시장을 거쳐 돌기 때문에 매매가 멈추게 되면 시중 온갖 경기가 식어가고, 주택거래에 관련된 모든 업종이 문을 닫게 된다.



그런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중개업소. 인테리어. 도배. 이삿짐 센타. 중소건설업체. 그와 부수되는 직업군은 자리를 떠나고 있다. 안 그래도 시중경기가 나빠 죽겠다고 하는데 주택시장과 연관업종은 설상가상이다.



영국. 캐나다. 호주. 홍콩 등 글로벌시장까지 주택매수세가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시장이 침체하면 전세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매수세는 없는데 올해 서울 입주물량이 6만 3000가구나 된다. 평년보다 8000가구가 많다. 이미 분양을 받은 아파트도 몇 곳을 빼놓고는 대부분 마이너스 프레미엄이다.



주택시장에 돈줄이 마르기 시작하니 토지시장도 돈이 돌지 않아 침만 삼키고 있을 뿐이다. 사고 싶으면 뭐하냐? 집을 못 팔아 돈이 돌지 않으니~ 담 너머 과수댁 더 늙기 전에 만나야 할 텐데 아까운 세월만 번개처럼 지나간다.



임대사업자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한 채라도 팔아 써야 할 형편인데 사업자로 묶어놨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다. 전국 임대사업자 39만 3000명, 임대주택수 132만 5000채, 많기도 하다.



모든 부동산 대책 없애고, 132만 5000채를 팔라고 풀어주면 어찌될까?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이 사 모으겠지. 앞으로 집을 사 모으지 마시라. 집 여러 채 사서 이문을 남기는 시대는 지난 정부로서 끝이 났다.



서울 집값은 2018년 한 해 동안 10.44%올랐다. 수도권은 본전이고, 지방은 대구. 광주. 부산 몇 곳을 빼놓고 다 내렸다. 서울엔 집이 모자란다고 3기신도시를 지정했지만, 앞으로 주택사정과 경기변동은 염라대왕도 모를 일이다.



금년에 85세인 대선배 교수님이 엊그제 하늘나라로 가셨다. 평소 꼬장꼬장하고, 건강하셨기에 작년 연말에도 만나 ‘건강하시니 보기 좋습니다. 110살까지 사시고, 그때 가서 여유로 20년 더 사세요.“라고 말했었는데 낙상하셔서 운명하셨다.



이 어른은 영문학 교수님이었지만, 부동산에도 일가견이 있어 재테크를 잘 하신 분이다. 그런 말발 좋은 분이 염라대왕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을 리 없으리라. 염라대왕은 교수님을 보자마자 펄떡 뛰며



염라대왕 - 아니 자네는 아직 정정한데 새해첫날부터 어인일로 나를 찾아 오셨나?



교수 - 정월 첫날 낙상해서 뇌진탕으로 왔습니다.



염라대왕 - 에고~ 넘어지더라도 돈 더미에 걸려 넘어 질것이지~ 자네는 부동산재테크 잘해서 돈 많이 벌었다고 소문났던데?



교수 - 집 몇 채 가지고 있는 것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으로 찍혀버려 초상 치룰 비용도 없이 왔습니다.



염라대왕 - 저런, 저런~ 땅도 많지 뭐? 땅은?



교수 - 이렇게 저승에 와버렸으니 팔아 쓸 시간이 있어야죠. 전부 자녀들 것 돼버렸네요.



염라대왕 - 잘했네. 원래 부동산이란 살아생전 내 돈일뿐, 죽어지면 자녀들 것 아니던가? 자네 자녀들은 큰 언덕을 만났으니 잘 살겠지. 술이나 한 잔 하세.



요즘 가격이 들쭉날쭉해서 집 팔기가 어렵다. 또 사기도 어렵다. 잘못 팔고 잘못 사면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됨을 아시라. 인생살이란 게 나쁜 일은 꼭 겹쳐서 들어오더라. 일 년 내내 건강하시고, 당신은 넘어지더라도 돈 더미에 걸려 넘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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