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멈추거나 내리면 반대로 뛰는 곳이 있으니 바로 대구다. 4년 전에도 대구는 집값이 올라 ‘미친 집값’이라고 했었음을 기억하시리라. 요즘 서울과 수도권이 조용하니 또 대구가 들썩이고 있다. 신규분양도 경쟁률이 수백 대 1이고 기존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대구에 부동산바람이 불면 그 불씨는 부산으로 내려갔고, 다시 광주로 옮겨 붙는 릴레이식 현상을 연출했다. 금년에도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 서울은 모두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고, 수도권도 웬만한 곳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대구로 보따리를 싼 모양이다.
대구도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서 수성구만 빼놓고 나머지 지역에서 값이 오르고 있고, 전매제한이 풀린 분양권은 억대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작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오를 때 대구는 잠시 값이 내린다고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오르고 있다.
여타 지방은 거래가 끊기고 값이 내려 수도권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으니 별도의 지방주택시장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목맨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또 대구만이 승리의 깃발을 들고 미소를 지을까? 투자자들이 대구로 내려간 것일까, 아니면 집이 부족한 것일까? 주택시장은 정말 귀신도 모를 노릇이다.
그렇다고 또 부동산대책을 내놓는 건 옳지 않다. 특정지방의 집값이 잠시 오른다고 여기저기 규제책을 내 놓으면 지방은 진짜로 죽게 된다. 집값이 잠시 오르고 내림도 경제의 한 축에서 움직이는 일이고, 또 그러다가 어느 날 제자리로 돌아갈 것인즉, 시장원리에 맡기고 이제 부동산 규제책은 그만 내놓자.
부동산은 무대책이 상책일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서울도 변두리는 값이 오르지 않은 곳이 많고, 경기도는 집값 올랐다는 말이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곳이 많다. 요즘 온갖 부동산대책이 난무하는 바람에 시중 경기다 꽁꽁 얼어붙고, 돈줄이 막혀 못살겠다, 아우성이다.
1990년대부터 약 5년 간격으로 집값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값이 오르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부자가 되고 있고,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하위 20%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지방은 미분양이 5만 가구다. 지방 집값은 서울의 1/5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강물이 흘러야 지방을 살릴 수 있다.
주택시장이 묶이게 되면 토지시장으로 돈이 흐르지 못해 동맥경화현상을 일으키게 되고, 토지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상가시장은 물론, 모든 건설경기가 죽게 된다. 벌써부터 건설업체 직원들이 보따리를 싸고 있지 않은가? 결국 주택시장이 침체하면 별다른 위기도 없이 살기가 팍팍하고 시중에 돈이 마르게 된다.
서울주택시장이 제자리를 잡았다면 이제 규제책을 어느 정도 풀어줌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시중경제가 살아날 수 있고, 돈이 돌게 된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핏줄이다. 부동산규제책은 돈의 흐름을 막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집을 팔고 사야 가정에 피가 흐르게 된다.
서울은 외곽지역인 곳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어주고, 주택거래가 원활하도록 정책을 바꿔줘야 한다. 금천구. 관악구. 영등포구. 동작구. 양천구. 강서구. 도봉구. 노원구. 서대문구 및 그와 거래사정이 비슷한 지역은 규제를 풀어주고 피가 돌게 밀어줘야 한다.
수도권인 경기도도 잠시 집값이 상승선상에 있었으나 다시 안정된 과천. 성남. 하남. 고양. 남양주. 동탄2. 광명. 구리. 안양 동안. 광교. 수원 팔달. 용인 수지. 기흥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어줘야 한다. 부산 해운대와 동래, 수영도 마찬가지다. 투기는 막더라도 오르는 인플레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금 주택시장에 가뭄이 들어 막 타들어가는 시기에 임했음을 알자. 정책은 때를 놓치면 국민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다음 정부 때 그 효력이 발생하여 정책을 풀어 헤치는 일을 반복해 오고 있다. 투기는 막되 제대로 흘러가는 강물까지 막아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할 일은 아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자 해도 여러 대책에 걸려 팔지 못하고 있다. 집을 사야 할 사람들도 대출부터 순조롭지 못해 살까 말까하다가 돌아서는 일이 반복되어 주택시장은 입을 다물었다. 2019년 서울 입주예정 아파트가 4만3000가구인데 내 집이 안 팔리면 물 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요즘 글로벌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나라에서 찍어낸 돈이 부동산에 잠겼다가 거품이 되어 터질 위험에 있다. 호주. 캐나다. 홍콩 등이 그렇다. 차갑게 식어 가는 부동산시장에 작은 우리나라가 끼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 가진 사람들이 입게 된다.
어서 처분할 수 있도록 완화정책을 쓰자. 미. 중 무역전쟁이 꼭 남의나라 일만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긴축을 하고,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움에 임하게 된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후가 불안하고, 국민 전 재산이 부동산인 나라의 주택시장을 어떻게 손봐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