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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어려워도 놓지 않겠다.

1인 가구가 800만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람의 모든 에너지는 가정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달랑 혼자 사는 사람은 퇴근 후 누구와 말을 하고, 누구와 같이 밥을 먹을까? 분위기도 썰렁하고, 잠자리도 썰렁하시겠지. 혼자 살더라도 집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집값은 오르나보다.



혼자 살건, 셋이 살건 우리나라 일반가계 평균지출액이 월 332만 원이라고 한다. 웬만한 월급쟁이는 죽도록 일해 봤자 한 달 생활비 마련하기도 벅차리라. 그러나 서울 강남. 송파. 서초구에서 생활하는 가계는 월 1천366만 원의 생활비가 있어야 한다니 나라는 좁아도 차이는 4배가 난다.



당신도 잘 살아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던가? 될 듯해도 안 되고, 잘 되다가고 어려움에 봉착하는 게 세상살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살기가 괜찮았는데 금년 들어 부쩍 어려워지고 있다. 입 달린 사람마다 살기가 어렵다고 하면 어려운 것이다.



강남대로 핵심 상가도 매일 비어가고, 종각 4층 건물도 장사 못하겠다고 텅텅 비어있음이 사실이다. 그 비싸고 비싼 명동 점포는 권리금이 없어지고, 종로구 삼청동 점포는 임대료 50%디스카운트가 유행이다. 장사가 안 된다는 건 수요가 없고,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왜 그럴까?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세상이다. 작년 가을까지는 돈이 남아 집을 사더니 집을 못 사게 하니까 아예 돈을 쓰지 않는다. 국제선 셋 중 한 명은 저비용항공을 타고, 편의점은 그냥 가족끼리 운영하고, 아파트 단지 부근의 치킨, 피자집 배달용 오도바이는 언제부턴가 쇠사슬로 목을 매고 있다.



은행은 대출규제의 너무 팔을 비틀어 아프다고 울상이고, 국민들은 머리띠 두른 양대 노총 말이 나오면 불안해서 걱정이다. 분양권 거래시장은 꽁꽁 얼었다고 울상이고, 중개업자들은 최근 3개월 사이에 4,500곳이 문을 닫았다고 울상이다. 울상이 아닌 곳은 2곳의 대구 아파트 신규청약당첨자들이다. 100대1을 넘었으니까,



정치권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송하다. 광화문 광장은 이리가면 고향이요, 저리가면 타향이라고 장관과 시장이 서로 우기고, ‘목포는 항구다’가 아니라, 목포는 나전칠기다. 유달산 바람이 영산강을 휘감으면 사공의 뱃노래가 가물거리던 예향 항구가 나전칠기로 둔갑하는 모양이다.



단독주택 공시지가는 14억이었던 것이 38억까지 올랐다가 비싸다고 소리치니까 다시 18억으로 떨어졌다. 기준도 없고 들쭉날쭉 애매하기만 하다. 주택시장을 조여도 서울의 9억 이하 아파트는 값이 올랐고, 기존주택시장은 까딱 안 해도 신규분양시장은 개봉박두, 만원사례다.



부자들이 왜 부자가 되었는지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부동산을 사랑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도 부동산은 놓지 않겠다니 앞으로 돈이 생기거든 무조건 땅을 사놓고 보자. 땅은 평택이 좋고, 추천이나 중개는 다음 카페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와 네이버 카페 ‘노다지 부동산카페’가 잘 한다고 소문났더라.



부동산 열 개 가지고 있으면 열 자식이 안 부럽고, 등기권리증 1개가 현금뭉치보다 낫다는 말을 듣고, 빚내고 대출받아 수도권 남부에 아파트 2채 사놨더니 채당 마이너스 P가 5천이라니 이 사람 팔자는 무슨 팔자일까? 그 사람 사주팔자를 뽑아보면 틀림없이 석유통을 짊어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일 것이다.



3개월 전 어느 돈 있는 지인께서 5억 정도 되는 투자가치 있는 땅을 추천해 달라고 하여 고르고 고르다가 오늘 좋은 땅이 있어 ‘좋은 매물 놔왔으니 얼른 오라’고 하였더니 그 사람 뭐라고 하는 중 아시는가? 집을 한 채 팔아야 땅을 사겠는데 요즘은 경제나 부동산이 모두 불경기라 집이 안 팔려 못가겠다고~



부동산투자는 요즘처럼 살기가 어렵다고 입 삐쭉거릴 때 하는 것이다. 초보는 남이 갈 때 뒤따라가는 사람이고, 고수는 침체기에 혼자 가는 사람이다. 수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동산학과는 부동산재테크 초보를 고수로 가르치는 곳이다. 봄학기 학생모집에 다섯 자리가 남아 있으니 얼른 031-681-6627로 전화하자.



앞으로 상당기간 부동산은 매매가 되지 않는다. 밑천이 짧은 사람은 이럴 때 넘어지게 되고, 넘어지면 본전도 못 찾는다. 넘어질 때 넘어지더라도 사는 동안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으니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반포 어느 아파트는 경매법정에 4억이 싸게 나와도 응찰자가 없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들녘의 흐름처럼 다 비워내고 침묵으로 가야 것인가? 경제도 어렵고, 부동산도 어려워 큰 일 났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는 24조 예산이 들어가는 23개 공공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시행한다고 하니 정치권 한쪽에서는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다. 사공이 많으니 배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일본은 100세 이상 인구가 5만 명이 넘고, 한국도 1만 7000명이나 된다. 은퇴해도 20년 후에는 연금이 바닥나는데 나머지 20년을 무슨 재주로 버텨야 할까? 속옷을 팔아서라도 어서 부동산 사놓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스스로 엄격하게 살자. 자기 운명은 자기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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