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가끔 있어도 사겠다는 사람은 전혀 없다는 게 중개업소의 하소연이다. 이 아파트 저 아파트 다리운동만 실컷 시킨 후, 구경 잘 했다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고, 해봐야 나중에 또 오시라는 당부말씀 뿐이리라.
중개업자가 당사자를 데리고 현장 몇 곳을 둘러봤는데 임장 후 가격이 높다느니, 낮다느니, 매물이 좋다느니, 마음에 안 든다느니 아무런 의사표시도 없이 구경 잘 했다고 빠이빠이 하게 되면 마치 울타리 쳐다보는 강아지 신세가 되기도 하고, 다리에 힘이 쫙 빠져 걷기도 힘들어 진다.
이런 당사자들은 지금 부동산을 살 사람은 아니다.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니는 것이다. 그걸 뻔히 알고 있지만, 손님이 현장 몇 곳 보자는데 중개사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일인지라 나중에라도 다시 찾아 줄 것을 기대하고, 온갖 열과 성의를 다하여 현장을 설명하게 된다.
이런 손님들은 당장은 부동산을 사지 않을지라도 ‘여차’하면 뛸 손님이다. 지금 시장에서 ‘여차’는 값이 더 내리면 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집값은 언제 내릴지 그게 궁금하고, 매수대기자들은 더 내릴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 값이 더 오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불과 1-2년 전에도 ‘집값 내릴 텐데 뭐, 전세 한 번 더 살자.’고 전세 계약했다가 몇 억을 손해 본 경험이 있어 지금도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작년 연말 꼭지에 산 사람들은 더 원통하다. 서울에서 10억 주고 산 집이 8억으로 떨어졌으니 더 떨어질까 걱정이다.
집을 살 사람 열 사람에게 물어보면 일곱 사람은 앞으로 집값은 더 내릴 것이라 대답한다.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는 1) 대출규제를 비롯한 부동산규제책이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이고, 2) 작년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라 피로감이 겹쳐 있으므로 다시 내릴 수밖에 없으며 3) 지방에서부터 미분양이 쏟아지고 있어 집값이 차고 오를 희망이 없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시장이 하락장인데 공시지가나 공시가격은 왜 오르고 있을까? 집값은 소득수준이나 공급 등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값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는 주머니 사정이 괜찮아서 웬만한 집은 현금 1-2억씩을 가지고 있다.
1-2억이라는 돈은 전세 안고 작은 집 한 채 사놓기 딱 좋은 돈이고, 대출 안고 값싼 땅 한 필지 사놓기 딱 좋은 돈이다. 현재 집을 두세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갭투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로서 값이 불안하고, 주머니가 쪼들리니까 그 중 한두 채를 팔기 위해 시장을 들락거리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다섯 채 이상 다주택자들은 값이 오르건, 내리건 신경 쓰지 않는다. 재테크 상담 대부분의 내용이 2-3주택 보유자로서 언제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느냐?, 자녀증여를 하면 세금이 얼마냐?, 끝까지 가지고 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등 팔더라도 이익을 보고 팔거나, 안 그러면 증여를 해서라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어쩌다 2-3주택이 되신 투자자들은 참고하시라. 빚을 얻어 집을 샀다든지, 전세보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든지, 기타 가정사정으로 꼭 한두 채를 팔아야 할 처지라면 값을 더 내려서라도 파는 게 옳다. 팔아야 할 가격은 공인중개사와 의논함이 제일 무방하다.
또 언제 사도 집을 사야 할 처지라면 너무 장기전을 펼치면서 값이 무한정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일은 자칫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조절의 폭은 항시 2-3천 이상 1억 이하다. 5억 올랐다 2억 떨어졌으면 1억만 더 떨어지면 됐지 5억이 다 떨어지거나, 그 이상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투자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계속 내리거나 오를 것으로 믿고, 매매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다. 버스가 당신 생각만 하고 탈 때까지 기다려 주던가? 좀 섭섭하고 아쉬울 때가 기회라는 말씀은 늘 드린바 있다. 그리고 내가 취하지 못한 이익은 사는 사람 몫이라고~
부동산시장은 특성상 비공개시장이요, 거래의 은밀성 때문에 개방된 거래가가 없다. 그래서 중개사가 있게 된 것이다. 거래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하는 게 옳다. 차가 없다고 이웃집 자가용을 발로 차고, 집이 없다고 이웃집 문짝을 치는 일은 나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누가 집을 샀건, 땅을 샀건 부동산을 샀다면 매도인과 매수인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 왜 팔았을까? 얼마에 샀을까? 궁금해서 물어봐도 정확한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게 부동산값이다. 두세 곳의 중개업소를 다니면서 그 아파트, 그 평형 시세를 물어보고 평균치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처지는 매도자들은 위쪽으로 줄을 당기고, 매수자들은 아래쪽으로 줄을 당기는 줄다리기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고, 정부는 매수자 편을 들고 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고, 시장은 돌고 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부동산값은 인구와 비례하지 않더라.
인구보다도 그 시대의 돈의 양과 경제사정, 개발의 진행사항, 주택보급률 등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부동산값은 정해진다. 살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편도 아니다. 앞으로 부동산이라는 강 위에 떠 있는 배는 어디로 갈까? 그 배가 당신 편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노라.
글쓴이 : 윤 정 웅
노다지 부동산카페 대표 https://cafe.naver.com/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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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평생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학) 010-5262-4796. 031-681-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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