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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집 사는 게 좋아

결혼이 늦어짐으로 인해 부부사이 출생아동비율이 0.98명으로 줄었고, 결혼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집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결혼 전에 집값 절반이라도 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일에 매달리다보면 결혼은 뒷전이라는 답 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결혼하지 않고 일하는 게 가정에 매달리고 자녀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좋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제때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게 좋을까? 결혼하지 않고 그냥 혼자 사는 게 좋을까?



40대나 50대는 어찌 살던 괜찮다. 문제는 60대다. 60세에 일손 놓고, 가정도 없이 혼자 살면 어찌 살꼬? 그때는 등 긁어 줄 사람이 그리워지겠지. 귀에서 매미는 울고, 눈시울은 떨리고, 손톱은 째지고, 이빨이 흔들거리면 혼자 터벅터벅 병원에 가야하고, 라면 국물에 식은 밥 말아 먹어야 한다.



늦게야 혼자서 신세타령을 해보지만, 지나간 세월이 무정할 뿐이다. 가정에서는 1주일에 단 한마디라도 말을 주고받을 사람이 있어야 하고, 바가지를 긁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게 본인에게는 힘이 되고, 서로의 울타리에 의지하고, 기대어 사는 것이다.



서로 엮이지 않은 울타리는 금방 쓰러지게 됨을 아시리라.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빨리 죽는다. 당신은 울타리가 있는가? 없는가? 집 없다는 핑계대고 결혼 미루다 보니 요즘은 40총각, 40처녀가 보통이다. 옛날 같으면 단산할 나이라고 신랑신부 측에도 못 들었다.



나이 40이 넘으면 중신애비도 재취자리를 권하거나, 발길도 주지 않았는데 지금 40처녀총각은 옛날 20처녀총각보다 더 젊고, 더 아름다워 40인지, 20인지 구분하기 어렵더라. 그러나 인생은 일장춘몽이다. 항시 새 차로 있을 것 같지만, 금방 고물차가 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40대 총각에게 혼사 말이 나오게 되면 처녀 측에서 가장 먼저 묻는 말이 ‘집은 사놨나요?’라는 말이다. 결혼할 땐 처녀 측에서 집을 사준 사람도 있지만, 한국 풍속은 거의 신랑 측에서 집을 산다.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면 전세를 구하고, 그도 안 되면 월세를 구하는데 그렇게라도 결혼을 해야 집을 얼른 사더라.



이래저래 결혼이 늦다보니 요즘은 집을 사서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10쌍 중 3쌍은 집을 사서 결혼한다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옛날에는 아파트가 없을 때라 임대인과 같은 집에 세 살면서 어린애를 둘도 낳고 셋도 낳았다. 당신의 부모세대는 하나 걸리고, 하나 업고, 하나는 배속에 담고 친정에 갔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주택거주현황을 보면 서울의 공동주택은 247만 8,000호다. 그중 연립. 다세대는 86만 5,000호이며, 아파트는 161만 3000호다. 이 중 6억 이하는 연립. 다세대 86만 5,000호와 작은 아파트 166만 9,000호이고, 나머지는 전부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사회초년생 월급쟁이가 부모의 보조 없이 돈 6억을 모아 집을 산다는 건 약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일이나 다름없다. 집 없더라도 마음만 맞으면 월세를 살건, 전세를 살건 결혼부터 하고 보자. 1960년 이전 가난하게 살 때 당신의 부모가 당신을 낳았지만, 지금은 훌륭한 당신이 있지 않은가?



혼사는 자존심도 걸려있는 일이라 집도 없이 시작하려면 기가 죽어 자포자기할 수 있다. 필자가 해보니 절대 기죽을 일이 아니더라. 옛날 말에 ‘신랑신부가 마음만 맞으면 부뚜막에서 살아도 좋다’고 했다. 월세로 시작하는 신랑신부가 16%라 하니 당신도 기죽지 말고 월세부터 시작할 각오로 결혼부터 하자.



요즘 집값이 내린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동산가격의 하향안정을 유지하고, 주택시장을 경기부양수단으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 서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30만호 공급도 무사히 해낼 것이라고 한다.



서초동에서는 집 몇 채가 팔리자 침체기를 벗어났다고 지레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2-3년 동안은 집값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고,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집 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거래가 평년 대비 1/10토막이다. 꼭짓점에서 집을 산 사람들의 곡소리가 들린다.



지금 당신의 형편은 어떠신가? 집을 팔아야 할 형편인가? 사야 할 형편인가? 결혼을 위한 조건이라면 잠시 미루고, 마음만 맞으면 당장 월세부터 시작해서 신혼살림을 차리자. 그렇지 않고 꼭 집을 마련한 후에 결혼할 의향이라면 2-3년 안에 집을 마련하도록 하자. 부탁컨대 애 먼저 낳아도 반대하는 부모 없고, 집과 여자는 작아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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