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는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치게 된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있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돌아가는 길도 있다. 요즘 부동산시장으로 가는 길은 앞으로 가는 길일까? 돌아가는 길일까?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더 깨끗해진다. 이 정부 들어 주택시장에 한바탕 비가 쏟아지더니 값도 내리고 있고, 거래도 멈추어버려 주택관련업종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중개업소, 인테리어, 도배, 이사업체 등 200만 명의 종사자들의 깊은 한숨에 땅이 꺼진다.
우리들의 삶이 끊임없는 만남으로 살아간다지만, 누구는 집 두 채나, 세 채 잘 만나서 수십억씩 돈을 벌고, 사람까지 잘 만나서 높은 자리에 앉게 될까? ‘팔라하시더니 부자 되셨소?’ 지금 매기가 끊겨 5억짜리 집을 팔지 못해 애태우는 서민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애가 탈일이다.
어느 누구는 삼십 년 전세살이를 하다가 팔순 노모를 모시기 위해 10억 대출을 받아 25억 상당의 상가주택을 샀는데 이게 도의적 문제가 되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다. 그 상가가 재개발 되면 수억 아파트도 생기고, 수십억 상가도 생긴다니 재테크에 귀재가 따로 없다. 당신도 이런 재테크를 하시라.
분양시장은 요지경이다. 얼마 전까지는 청약시장으로 사람이 몰리더니 이제는 서울에도 분양이 안 되어 내 집도 값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4-5월 달에 전국적으로 또 4-5만 가구가 쏟아진다니 집에 눌려 죽을 사람이 점점 늘어간다. 제발 집은 그만 짓고 산업시설이나 짓자.
7-8년 전부터 중소형 아파트만 짓고, 중소형에 갭투자를 하다 보니 요즘 큰집은 식은 밥이다. 큰 집이 작은 집보다 값이 내려 있음이 허다하다. 앞으로 당신이 집을 산다면 값이 더 싼 큰 집을 사시라. 언젠가 경기가 좋아지고 큰 것이 유행하면 큰 것은 하룻밤 사이에 ‘억’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
남양주. 용인. 수원. 파주. 김포. 부천. 안산. 화성. 평택. 안성 등 수도권의 큰 집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로 식구들이 단촐 해지자, 모두들 작은 집만 선호하여 큰 집은 비어 있는 집도 있다. 이럴 때 갈아타려면 얼른 작은 집 팔고 큰 집 사서 수리한 후 이사하면 돈 벌게 돼있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로 이사할 아파트의 잔금을 치루지 못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입주일로부터 3개월을 넘게 되면 건설사에서 해약통지가 들어오는데 해약이 되면 계약금을 몰수당하고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은행 이자를 물어야 한다. 입주 못하는 집에 대한 이자를 물라니?
내가 입주를 못하게 되면 그 새 아파트는 다시 분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계약금을 전부 또는 일부 몰수를 당하더라도 은행이자, 연체이자 등 미입주로 발생하는 기타 경비를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중도금 대출은 개인 빚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주택투자는 시세가 내려 손해를 보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저기 아파트 분양받아놨다가 집이 팔리지 않거나, 자금줄이 막혀 분양받은 집에 못 들어가거나, 세를 놓지 못할 때 손해가 따르게 된다. 앞으로 미분양은 할인이 되더라도 덥석 잡지 말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후 사야 할 것이다.
입지가 좋거나. 개발이 되는 곳이나, 신도시부근에서 주택임대사업을 하고자 할 때에는 지금이 기회다. 임대주택 매입은 꼭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 사 모으는 게 좋다. 헌 아파트보다 새 미분양 아파트 여러 채를 사서 임대사업을 하는 게 좋고, 대출과 월세를 비교하여 수익성을 잘 따져야 한다.
요즘에도 갭투자를 하겠다는 상담이 가끔 있다. 거두절미하고 명의를 분산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게 좋다. 갭투자를 할 만한 지역은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이 돼있기 때문에 투자할만한 자리가 별로 없다. 꼭 욕심난 곳이 있거든 분가한 자녀명의를 이용하되 그에 상승한 세금을 내도록 하시라.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4월의 겨울이다. 와중에 올해 우리나라의 살림살이는 수출, 투자, 소비가 모두 침체 국면이다. 이럴 때 부동산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노자의 도덕경에 ‘곡즉전(曲則全)’이라는 글귀가 있다. 굽어서 좋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굽은 시장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곧을 때도 있고, 굽을 때도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선택하지 않은 난관도 있고, 선택한 시행착오도 있게 된다. 굽은 길을 갈 것인지, 곧은길을 갈 것인지는 각자의 마음이다. 내 집을 마련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부동산을 사야 할 사람들은 이제부터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부동산을 사야 할 사람들이 움직일 때 반응을 할 사람들은 팔아야 할 사람들이다. 사야 할 때는 값이 더 내릴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팔아야 할 사람들은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기꺼이 던지는 게 상책이다. 지금 당신의 선택이 굽은 길이 될지, 곧을 길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