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에 가면 '짠순이 매대'라는 게 있다. 유통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거나 흠집이 조금 있는 채소·과일 등을 주로 파는 곳이다.
여기서 팔리는 상품은 대부분 정상적인 상품과 맛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겉면에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다소 못났을 뿐이다. 그래서 '못난이' 상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짠순이 매대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물건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일반 정상 상품보다 최대 70% 가량 저렴하게 팔린다.
이 때문에 짠순이 매대는 알뜰파 주부들로 늘 북적인다. 흠집이 있는 채소라도 요리만 잘하면 맛있는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불황의 그늘이 깊을 수록 더 인기를 끄는 게 짠순이 매대다.
토지시장에도 '못난이' 상품이 있다. 바로 하자와 흠결이 있는 땅이다. 토지시장에서 대표적인 '못난이' 땅으로는 '길 없는 땅' '못 생긴 땅' '경매 나온 땅'이 꼽힌다.
이런 땅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한 뒤 흠결을 보완하면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름하여 '땅 부띠끄'다. 땅을 보기 좋게, 쓰게 좋게 만들어 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잘 만 다듬으면 투자금 대비 두세 배 수익은 거뜬하다. 이런 점을 노리고 일부러 위치·형상·방향·고저·지반 등에 문제가 있는 땅을 보러 다니는 고수들도 적지 않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모씨는 흠결 있는 땅의 약점을 보완해 땅의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방학동의 한 이면도로와 접한 땅 680㎡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땅은 입지여건과 모양은 좋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흠이 있었다. 바로 맹지였던 것. 맹지는 길이 닿지 않는 땅을 말한다. 건축법상 맹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쓸모없는 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격도 주변 시세보다 최고 50∼70% 정도 싼 게 특징이다.
김씨 땅의 경우 좌·우면과 후면은 건물로 막혀 있어 접근이 불가능했다. 전면은 나대지(건물이 없는 맨땅 상태의 대지) 상태라 트여있긴 했지만 다른 사람 소유라서 마음대로 길을 낼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김씨 땅은 3.3㎡당 300만원을 불러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천덕 꾸러기나 다름 없었다. 주변의 정상적인 땅은 시세가 3.3㎡당 1000만원 정도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씨는 과감한 역발상 투자를 결심했다. 바로 자신 소유의 땅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던 다른 사람 소유 땅(2필지, 148㎡)을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김씨 땅의 앞쪽에 있는 땅 역시 도로와 접해 있지만 폭이 좁아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이 땅도 가격이 3.3㎡당 500만원으로 주변보다 50∼60% 정도 쌌다.
김씨가 앞 땅을 매입한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단박에 땅값이 3.3㎡당 1500만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주변보다 땅값이 50% 정도 뛰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