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사고파는 일은 많은 돈이 오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주위에서 말하는 대로 적당히 팔아버리거나, 소문만 따라가서 사 버리는 우를 범해 놓고 후회를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당신은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누구로부터 조언을 받으시는가? 대부분 자신이 알아서 하거나, 끼리끼리 어울려서 함께 가기도 하시겠지? 아니면 신문이나 광고를 본 후 나름대로 판단해서 결정하실 테고,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이르고 보니 ‘앞으로 값이 오른다.’와 ‘값이 더 내린다.’로 양분되어 이쪽 말 들으면 이쪽 말이 맞는 것 같고, 저쪽 말 들으면 저쪽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반은 맞고, 반은 틀리더라.
부동산투자의 이정표는 바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집 사보지도 않은 사람이 사라, 마라 간섭하고, 땅 옆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이 땅 좋다, 저 땅 좋다 판단하는 일에 어울리다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꼭 부동산투자는 자신의 공부와 자신의 판단으로 해야 함을 아시라.
조언을 받고 싶을 때는 부동산 투자에 손해를 봤다는 사람의 말부터 들어 보면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다. 길을 가다 넘어져 본 사람은 다시 그 길에서는 넘어지지 않음이 삶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요즘 집이 안 팔려 부채가 늘어가고, 전세가 나가지 않아 경매의 위험이 다가오고, 새 아파트 잔금처리를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위험을 겪어본 사람들은 피해갈 길을 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부동산시장은 그 위험도가 비슷하여 경험자의 의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옛날 어느 고을에 사는 김 영감님은 50년 동안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온 농사꾼이다. 그런 그에게 20년 동안 책만 읽어 온 선비가 공부를 포기하고, 나이 40이 넘어 농사를 짓겠다고 찾아 왔으니 영감님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김 영감은 그에게 행랑채를 내어주며 농사를 짓고 살게 했다.
선비는 농사일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김 영감님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로 작정을 하고, 영감님 댁에서 볍씨를 담그면 자기도 담그고, 모판을 만들면 자신도 만들었다. 따라 쟁이 농사를 지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몇 년을 하고나니 이제 선비도 제법 농사일을 알게 되었다. 어느 해 봄이 되어 남들은 못자리를 이미 만들어 파릇파릇 싹이 나오고 있는데 김 영감님은 못자리 만들 생각을 하지 않더란다. 답답한 선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영감님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가 답답한 나머지,
“어르신, 못자리 하셔야지요?”
“못자리 하지 않으려네…”
“예? 왜요?”
“올해는 놀고 싶으이…”
선비는 영감님께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어째서 그러십니까요?”
“나도 가끔 놀고 싶을 때가 있다네”
“영감님이야 일 년 농사 안 지어도 괜찮겠지만, 나 같은 가난뱅이는 일 년 농사를 안 짓게 되면 처자식과 굶어 죽을 텐데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 … ”
“무슨 연유신지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농사를 지으면 될 게 아닌가?”
“그러시지 마시고 그 연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어르신~”
영감님도 답답한 듯 선비를 가까이 불러 귓속말로
“이 고장은 몇 년에 한 번씩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네. 금년에도 서리가 내릴 거야”
“네에~? 그럼 다 얼어 죽지 않아요?”
“그래서 농사를 짓지 않으려고 하는 걸세, 쯔쯧”
“그럼 소생처럼 빈한한 사람은 어찌해야 좋습니까?”
“… 글쎄, 방법이 있긴 있는데… 일단 논두렁을 높이 쌓게”
“논두렁을 높이? 얼마나 높이요?”
“두어 자 되게 높이 쌓게”
“그러고서요?”
“5월 14일과 15일 사이 밤에 서리가 내릴 걸세. 무조건 14일 저녁까지 논에 물을 둑이 넘치도록 채워야 할 걸세”
“그렇다면 벼가 물속에 있게 되므로 서리가 와도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로군요?”
선비는 논둑을 두어 자 되도록 높이 쌓고, 5월 14일 오후에 벼 끝이 보일 듯 말 듯 논에 물을 채웠다. 아니나 다를까, 밤이 되자 일진광풍이 불면서 우박과 서리가 내려 모든 농작물은 초죽음이 돼 버렸다. 그러나 물속에 갇혀있던 선비의 농작물은 전혀 피해가 없더라는 얘기로서 실패해 본 사람은 다시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세상이 복잡하게 변하면 변할수록 과거는 현재의,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 언제나 부동산시장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 라는 예측은 언제나 5대 5의 확률이기 때문에 하나마나한 얘기이고, 전세시장은 공급되는 주택수의 통계만으로도 판단이 가능한 일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
지금 15억 이상 큰 것들은 있는 사람들의 잔치이고, 그 이하 집을 팔아야 할 사람, 집을 사야 할 사람, 땅을 팔고 사야 할 사람, 상가를 사고팔아야 할 사람들은 파는 시기인지, 사는 시기인지 헷갈려서 경험자를 찾기에 바쁘다. 파는 시기도 맞고, 사는 시기로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