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횡성 일대에 16만5000㎡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오모(61)씨. 2002년 그는 평창에 펜션단지 분양사업에 성공하면서 단번에 20∼30억원 대의 현금을 한손에 거머쥔 사람이다. 당시 전국을 휩쓸었던 펜션 투자 열기 덕을 크게 봤다.
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오씨. 당시 펜션단지 분양으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인근의 다른 땅에 재투자했다. 한번 땅값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는 확신에서다. 자신에게 부를 안겨준 땅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그만큼 컸다. 오 씨가 그렇게 한두 필지씩 사둔 강원권 요지의 땅만 16만5000㎡에 달한다.
십수년이 지난 요즘 오 씨는 어떻게 지낼까. 최근 어렵게 연결된 전화를 통해 알려온 그의 근황은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얼마 전 부동산 개발업에서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으로 직업을 바꿨다는 것이다.
"땅을 팔아 돈을 만들려고 아무리 싸게 내놔도 어디 팔려야 말이지…. 땅거지가 따로 없게 됐네."
그렇다면 알토란같았던 그의 땅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의 설명인 즉,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땅을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인의 도움을 받아 건강보조식품 대리점을 열었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랐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최근 토지시장에 오 씨와 같은 '땅거지'가 늘고 있다. 땅거지는 토지만 많이 보유한 채 현금유동성 위기에 빠져 생활고를 겪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토지시장의 속어다. 정부 규제, 경기 침체 등으로 땅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극심한 현금 부족난에 빠진 사람이다. 땅은 많아도 돈이 없는 게 이들의 처지다.
1997년 부동산시장을 강타한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런 땅거지들이 대량으로 배출됐다.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비슷했다. 대개 보유하고 있는 땅을 은행에 저당 잡혀 확보한 현금으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식이었다.
이런 땅들은 결국 경매시장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외환위기 여파가 2∼3년 지속되면서 대출금 상환능력을 상실한 땅거지가 많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수도권 요지의 알짜 땅도 시세의 절반 가격에 대거 쏟아졌다.
그럼 이때 재미를 본 사람은 누구일까.
경매나 급급매를 통해 이들 땅거지가 쏟아낸 알짜 땅을 거저 주어 담은 사람들이다. 이를 통해 당시 부동산 부자들이 대량으로 양산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IMF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정부는 적극적인 경제 회생 대책을 내놨다. 1998년 12월 12일 발표한 이른바 ‘건설·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다.
그러자 토지시장은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어 2001년 수도권 남부지역을 시작으로 각종 대형 개발계획이 잇따르자 땅값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그 후 2∼3년 간 땅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2004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구체화되기까지 일반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땅값 상승 장세가 계속됐다. IMF 당시에 절반으로 꺾였던 땅값은 2002년에는 무려 16.4%나 올랐다. 이는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이때 경매나 급매물을 통해 알짜 땅을 싸게 잡은 발 빠른 투자자들이 한 몫 단단히 잡은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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