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게임을 아시나요?
게임기 상판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 형상의 인형을 고무망치로 내리쳐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아마 두더지 구멍이 8~10군데 정도였던 것 같은데요. 한 두 마리가 튀어 나올 때는 제법 정확하게 내려칠 수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세 네 마리가 정신없이 튀어오르면 다 잡고픈 마음은 굴뚝같으나 현실은 힘 빠지고 약도 오르면서 포기하게도 하지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마치 이 두더지 게임의 고무망치 같습니다. 두더지 머리가 올라오듯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어김없이 내려치려 하니까요.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2017년 6월 19일 처음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적관리를 위한 대응 방향‘인 <6.19대책>을 내놓으면서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야심찬 망치 질은 헛방이 되면서 연일 상승하는 부동산의 기조를 꺾지 못합니다.
6.19대책의 실패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꼭 두더지가 튀어 오르지 못하게 잡겠다는 다짐과 함께 2017년 8월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투자 수요 억제 방안‘ 일명 투기꾼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8.2대책>을 발표합니다. ’사는 집 아니면 모두 팔아라!’ 다주택자들은 모두 투기꾼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와 함께 경고하는 듯한 회심의 한 방을 날립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부동산시장은 안정화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8.2대책> 이후로도 2017년 9월 5일 <8.2대책 후속조치>등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은 정책이 무려 13번, 2달에 한 번꼴입니다. 방향 조준이 잘못된 여러 개의 망치를 열심히 휘둘러보지만 시장은 오히려 내성이 생겼는지 더욱 더 견고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역대 부동산정책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 일명 <9.13대책>을 발표합니다. 어벤져스영화에 나오는 토르의 망치처럼 엄청난 파괴력으로 두더지 게임기 자체를 박살내버릴 듯이, 부동산시장을 소생불가로 만들어 버릴 듯이 내려쳤습니다.
빨간색 점선 박스에서 볼 수 있듯이 강하게 내려치는 힘에 부동산시장은 몇 개월동안 충격을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길로 가겠거니 하면서 안도와 걱정 그리고 기대가 교차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쯤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하지만 <9.13대책>이후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0.56% 상승률을 나타내며 숨죽이던 부동산시장은 6월, 단 한 달만에 0.14%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다시 두더지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며칠 전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할 것이라며 또 정책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26개월간 13번의 부동산정책, 2달에 한 번 꼴. 물론 효과는 없거나 미미하였습니다. 이쯤에서 묻고 싶군요. 정부는 정말 진정성 있는 부동산정책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뱉은 말을 입증하고 싶은 오기로 끼워 맞추기식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인지.
두더지게임에서 망치를 더 쎄게 더 많이 내려친다고 해도 두더지는 정해진 게임시간이 끝날 때 까지는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천둥번개같은 망치질을 한다고 해서 부동산 흐름을 끊기는 어렵습니다. 어차피 정해진 기간까지는 갈 흐름이라면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더 이상의 신뢰는 잃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