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는 역발상으로 하라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사야할 때 돈이 없기 에 실천에 옮기는 일은 일생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다. 또 돈이 거의 모아졌다 할 때에는 값이 맞지 않거나 매물이 마음에 들지 않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부동산투자도 그렇다.
그래서 부동산 값이 내려갈 때면 부동산을 사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자금마련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서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이러다 부동산 값이 더 오르면 내 집 마련은 언제하나 하면서 노심초사 하게 된다.
집을 사려고 보면 돈이 넉넉히 남는 일은 한 번도 없더라. 꼭 모자라게 된다. 조금 모자라게 되면 괜찮은데 많이 모자라게 되면 결국 빚을 질 수밖에~ 이렇게 저렇게 계산을 해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계산기를 두드리다 일단 시세나 알아보려고 중개업소도 가보고 모델하우스에도 가 보게 된다.
그런데 중개업소나 모델하우스를 방문해서 설명을 듣거나, 현장을 구경하게 되면 매물이 ‘딱’ 내 마음에 들어 꼭 그날 계약하지 않으면 놓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것이다.
가족들하고도 의논해야 하니 하루 이틀 더 생각해보겠다고 하면 동 ,호수 지정금으로 100만 원이나 200만 원을 걸어 놓으라고 한다. 100만 원이나 200만 원을 걸어놓고, 그 매물을 붙잡을 수 있다면 그도 괜찮을 것 같아 104동 1004호 청약금으로 100만 원을 자동이체 하게 된다.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은데 “돈만 넣고 그냥가면 되느냐”고 하면서 계약서에 이름이라도 써놓고 가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로구나, 생각되어 총액 4억과 계약금4천만 원을 원칙대로 정하고 중도금은 편리할 대로 하자고 하면서 넉넉히 기간 잡아 기재한 후, 잔금 치루면 된다는 내용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작성할 것 다 작성 해 버릴 수 있다.
계약금에 대한 나머지 잔금은 3일내로 입금하라는 식으로 종결되기도 하고, 신규분양은 일주일 내로 인감증명과 인감도장을 가지고 와야 된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입주 때 프리미엄이 한 장이라느니, 두 장이라느니 바람 잡게 되면 자신도 그 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계약금 일부로 100만 원이나 200만 원 정도만 지불하게 되면 누구나 별로 부담 없는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중에 포기해 버릴 셈치고 일단 매물을 잡아놓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는 취지도 있으리라. 그러나 자칫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계약은 일정한 형식이 없다. 문서로 작성하건 구두로 하건 효력에는 지장이 없다. 타인을 위한 계약도 가능하고, 타인의 물건을 매매하는 계약도 가능하다. 요즘은 멀리 살고 바쁘기 때문에 중개사 등에게 일임해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계약서가 작성되고 일부라도 돈이 건너갔으면 계약은 그걸로 성립이 된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서로가 계약을 성실히 이행 할 의무만 남게 된다. 하루나 이틀이 지난 후 형편상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되면 없었던 계약으로 하자고 해도 계약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 예시처럼 동, 호수 지정금으로 100만 원이나 200만 원을 걸었더라도 ‘본 계약에 이르지 아니할 때는 위 돈을 돌려준다.’는 단서를 붙이면 계약도 없던 일로 할 수 있고, 돈도 돌려받을 수 있다. 자신에게 계약을 유리하게 하려면 단서조항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유리한 단서조항의 예시는 이렇다. ‘잔금은 약정기일보다 2-3일 늦어질 수 있다.’ ‘매도자 명의의 A은행 3억의 근저당설정은 잔금과 동시에 말소한다.’ ‘계약은 공부상 면적으로 한다.’ ‘현 임대차의 모든 사항은 매수인이 인수하고, 임대차 보증금은 잔금에서 공제한다.’ 등이다.
단서조항에 아무 것도 기재하지 않고 계약금을 일부라도 지불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면 그 계약은 성립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24시간 이내에는 해약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지만, 그런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계약서에 도장 찍고 돌아서면 해제가 불가능하고, 해제를 하려면 위약조건을 지켜야 한다.
위약조건이란 계약 후 계약금 100만 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서는 원래 약정한 계약금이 4천만 원이었으니까 나머지 3,900만 원을 더 주고 해제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일방적으로 포기를 하려면 나머지 계약금을 다 지불하고 나서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이름만 쓰고 다음 날 계약금 나머지를 지불할 때 도장을 찍기로 했을지라도 그 계약서는 완성된 계약서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한 문제이므로 도장을 찍었건 안 찍었건, 계약서의 효력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싸인만 해도 계약의 효력에는 변동이 없게 된다.
결국 심심풀이로 부동산중개업소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구경 갔다가 수억 짜리 집을 잠간사이에 계약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데, 그게 실수가 될지 복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투자가치가 좋은 주택이나 토지 또는 신규분양 아파트를 순간적으로 잘 잡는 일도 복불복(福不福)이라고 볼 수 있는 일이니까~ 부동산투자는 그렇게 얼떨결에 마련하기도 한다.
그런 갑작스러운 계약도 기회를 잘 포착하고 남 먼저 좋은 매물을 구입하게 될 때에는 나중에 크게 재미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알자. 부동산 고수들은 대개 순간포착을 잘 한다. 따라서 너무 뜸들이다 놓치는 일도 없어야 하겠지만, 초보자로서는 너무 성급한 계약이나 충동구매는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저런 사유로 계약을 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없던 일도 하고 싶은데 이럴 땐 어찌해야 할까? 이럴 때 이웃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열 사람 말이 다 틀릴 것이다.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解除)하려면 해제 하고자 하는 사람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관행상 위약금은 계약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복잡한 사건에서는 계약금 외 별도의 손해를 청구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계약 당시 해제를 하더라도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조건이 있는 계약이라면 위약금을 물어 줄 필요가 없게 된다.
‘해제(解除)’는 당사자 간에 기존에 있던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걸로 하자는 또 하나의 계약이다. 해제하고자하는 조건이야 당사자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해제를 하게 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되돌아가야 하므로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원상회복의 의무가 일어나게 된다.
‘해약(解約)’이라는 말은 계약 등으로 성립한 약속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다. 계약현장에서 사용하는 말일 뿐, 법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해제와 같은 뜻의 단어로 알고 사용하면 될 일이다. 법에서는 해약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고, 해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음이 중요하다.
해제와 비슷한 ‘해지(解止)’라는 것도 있는데 해제와 해지는 전혀 다르다. 甲은 회사, 乙은 직원, 丙은 보증인으로 치자. 甲회사에 다니는 乙의 신원보증인이 된 丙은 乙이 그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乙의 업무에 따른 민사상 책임이 있게 된다. 乙이 퇴사하게 되면, 그날부터 丙은 보증인의 지위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앞으로 계약의 효력이 없어지기로 하는 계약상의 규정을 해지라 한다. 해제는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고, 해지는 장래에 향하여 효력이 없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지난날은 유효, 앞으로는 무효로 생각하자.
(공지사항)
이 칼럼은 필자가 쓴 수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동산학과 중급반 교재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한 것이다. 필자는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인지라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지금 가을학기 학생 모집 중이다. 031)681-6627번으로 얼른 전화해서 등록하고, 나도 대학원에 다니는 멋쟁이가 되자. 입학에는 자격제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