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3부동산대책 이후 약세를 나타내던 전국 아파트 값이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큰 폭, 또는 작은 폭으로 일제히 오르고 있고, 전세보증금도 오르고 있다. 열 번이 넘는 대책이 아파트 꽁무니를 단단히 붙잡고 있지만, 냉정하게 뿌리치고 돌아서는 사람처럼 부동산시장은 말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자고로 시장을 이기는 정책이 없고, 경제의 흐름은 강물과 같은 것이어서 물을 막으면 언젠가는 넘치게 된다는 이치가 2년여 만에 다시 나타나는 모양새다. 이사철이 겹치고, 유동성이 풍부하여 잠시 이러다 말지, 아니면 더 큰 불이 붙을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부동산값이 오르면 없는 사람은 어찌 살꼬?
아파트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토지는 평택을 비롯한 화성, 용인, 안성 등 수도권지역이 오르고 있다. 새 아파트는 이미 값이 올랐고, 특히 9억 넘는 미분양은 돈 있는 사람들이 주어 가고 있으며 작은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토지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아파트 오름폭이 가장 많이 커진 곳은 서울 인접한 수도권지역이다. 과천. 성남. 광명. 수원 등은 이 시간도 오름세다. 고양이나 인천도 예외는 아니고, 그 동안 조용했던 부산. 울산. 경남. 전남. 세종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제 부동산대책은 영양가가 떨어져서 약발이 다했나 보다.
안 그래도 서울에서 집을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또 값이 오르고 있다면 앞으로 서울로 이사할 사람들이 난감할 일이다. 작년 1년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가구 수가 6만 5천 가구다. 김포. 남양주. 용인. 고양. 하남. 화성. 시흥. 부천 등지로 빠져 나갔는데 서울에서 살기 싫어 빠져 나간 게 아니라, 서울에서 집을 살 돈이 없어 빠져 나간 것이다.
가을 부동산시장이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고, 앞으로 토지보상금도 50조원이나 쏟아지게 돼있어 자금이 든든하고, 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토지보상금은 이웃에 있는 집이나 땅으로 다시 투자하는 습성이 있어서 다른 부동산대책이 또 나와도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토지보상금을 줄이려면 대토보상을 해야 하는데 대신 줄 땅이 없음이 문제다. 집은 지으면 되지만, 땅은 만들어 낼 수가 없어서 결국 수도권 땅은 장기적으로 금값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큰돈은 집으로 가고, 작은 돈은 땅으로 가는 게 유행이 돼버렸다.
옛날에는 작은 돈은 집으로 가고, 큰돈은 땅으로 갔었는데 지금은 왜 반대로 큰돈은 집으로 가고, 작은 돈은 땅으로 가고 있을까? 땅값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증거이고, 사람들은 이익이 적더라도 빨리 팔기 위해 환금성이 더 좋은 집 투자로 변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투자도 빨리빨리, 얼른얼른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억씩 버는 투자는 없을까? 100년을 살고 나서도 세월은 빠르다고 원망하는 게 사람인지라 그 또한 욕심일 게다. 부동산투자는 경기를 예측해가면서 순리대로 하는 게 중요하더라.
집값이나 땅값이 오르고 있다면 팔 사람은 어찌해야 하며, 살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팔아야 할 사람은 더 오를 것으로 욕심내지 말고 파는 게 답이고, 사야 할 사람은 더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답이다. 또 주택투자 대기자는 기다려야 하고, 토지투자 대상자는 지금 사는 게 순서다.
집을 팔거나 사야 할 실수요자들은 지금 움직이고, 집 투자자들은 왜 기다려야 하며, 토지투자대상자는 지금 움직여야 하느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국내경기가 둔화하면서 금융안전 관련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돈이 있어 집값은 오를지라도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좋지 않음이 사실이니까.
요즘 정치권은 싸움판이다.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점포마다 가게마다 못살겠다는 한숨소리가 깊어 간다. 돈 있는 사람은 살기 좋은 세상이고, 돈 없는 사람은 팍팍한 세상이다. 돈 있는 30대는 강북에서 첫 집을 사고, 돈 있는 40대는 강남에서 갈아타기를 한다. 이 가을에 당신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부동산투자는 예견가능성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은 1)큰 것은 돈 있는 사람들이 이미 주어갔고, 2)강남을 비롯한 상승지역은 지난 1년 동안 다 없어졌고, 3)지금 움직이는 것은 기존 작은 주택들이다. 그나마 1-2천만 원 오르고 있고, 거래는 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3-4개월에 끝날 수 있으니 그리 아시라.
부동산값이 오르고 내리는 시기는 주기적으로 오지만, 오르는 시기는 3-6개월 단기에 끝나고, 내리는 시기는 2-3년 걸린다. 값이 계속 오르거나, 계속 내리는 일은 없다. 파는 사람은 세금을 잘 따져 세금이 적은 부동산부터 팔고, 사는 사람은 미래가치가 좋은 부동산을 골라 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