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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지방도 움직였다

옛날엔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청약 끝나고 한 번, 입주 무렵 또 한 번, 입주 2년이 지나 또 한 번이 올라 총 세 번 값이 올랐다. 아파트가 귀할 때고 은행대출도 어려워 돈 없는 사람은 단독에서 그냥 살거나, 아파트로 알고 빌라에서 사는 일이 거의 전부였다.


지금은 아파트가 남아돌아 계약금만 있으면 은행에서 알아서 해주고, 잔금 때는 돈 있으면 입주하고 없으면 전세 놓으면 되는 일이다. 그러기에 많은 아파트를 분양했어도 용인 어느 곳, 김포 어느 곳, 일산 어느 곳을 제외하고는 본전에서 밑지는 아파트는 없다. 그 3-4곳 아파트는 입주 10년이 다 돼가도 아직 미분양이다.


2000년 전에는 내 집 마련이 목적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아파트로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목적이다. 돈이 붙는 아파트라면 줄을 서서 밤을 새운다. 아무리 여러 채 사지 말라고 해도 여기저기 분양 받다 보면 금방 5채가 되고 10채가 된다. 전국 1,2,3등이 700채, 600채, 500채 아니던가?


또 옛날에는 집이 크건 작건, 사는 곳과 가깝고 학교 가까우면 되었지만 지금은 값이 오르는 지역의 ‘똘똘한 놈’이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똘똘한 놈’이 값이 비싸고 오르는 폭도 크다. 지금 기존주택지에 있는 큰 것들도 옛날엔 세 번 값이 올라 한가락했었다고 소문난 아파트들이다.


작년 내내 강남 3구와 마포, 용산, 성동 아파트 값이 오른다고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무슨 지역으로 지정을 해서 단속을 하더니 서울 강북 일대의 집들이 뒤따라 오른 후 수도권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 바람이 대전을 거쳐 청주, 천안까지 갔다고 하니 태풍보다 더 빠르다.


한 달 전 창원에 집을 가진 사람에게 ‘집이 안 팔려 죽겠다’는 상담이 들어왔었는데 오늘은 팔렸다는 소식이 왔다. 울산에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 한창 오르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살까요?’하는 질문이 왔다. 그래서 몇 달 전에 사는 시기도 맞고, 파는 시기도 맞다고 했는데 왜 지금까지 사지 않았느냐. 어차피 늦은 거 1년 더 기다리라고 했다.


장사하는 사람들마다 모두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저소비 때문에 시중에 돈을 보기가 어려운데 왜 집값은 오르기만 할까? 뭉칫돈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전의 중개업소들은 매물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팔겠다는 아파트도 없고 그나마 몇 개 있는 것도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왕년에 나도 한가락했었다고 뽐내는 굵은 아파트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수요자들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큰 아파트에서 살아보겠느냐는 것인데 심정은 이해하겠으나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전 주민들 조심하시라. 자칫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으니.


대구라고 보고만 있을까?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중소형 주택이 10억 정도 되는 곳은 대구가 처음이다. ‘따로 국밥’ 한 그릇 얼큰하게 먹고 수성구에 가보면 10억 원에서 1000만 원이나 2000만 원 모자란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 외 남부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하락세를 멈췄거나 값이 오르고 있는 중이다. 광주, 울산, 광양, 여수, 순천, 구미, 경산 등 대도시나 중소도시가 갭투자로 몸 풀기를 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으로 지난 1년간 조용하더니 약발이 다 했는지 사방에서 집값이 들고 일어나고 있으니 어찌해야 할까?


시중자금의 부동산 쏠림현상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금리는 연 1%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주식시장도 신통치 않아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야금야금 하락하고 있는 지방의 집값은 구제방법이 없고 미분양도 좋아질 리 없다.


시장을 거스르는 분양가 상한제가 나왔다. 공급부족을 부채질 하고 특목고, 자사고 폐지 등 상승을 도와줄 나비효과까지 춤을 추게 되면 강남은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강남에서 1억이 오르면 당신 집도 1000만 원 오를 것이다. 문제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다. 언제 돈을 벌어 집을 살 수 있을까?


경제의 혈맥인 돈의 흐름은 그 나라 경제의 건강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자영업과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투자와 소비가 뒷걸음질 치면서 곳곳에서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시중자금을 부동산으로 떠밀지 말고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정책을 찾아 빨리 시행해야 마땅하다.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엄포를 놓고 규제와 단속을 강화해도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잡는 거나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나도 한가락했었다고 큰 소리치고 있는 집들이 슬슬 몸 풀기를 하고 있음을 대비하자. 경제순환에 따른 집값의 오름은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갭투자로 흐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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