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나라는 세계 강대국 세 나라와 싸우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중국과 싸우고 있고, 일제 징용배상문제가 화근이 되어 일본과 싸우고 있으며, 방위비 분담문제로 미국과 싸우고 있다. 싸우고 있는 문제가 국방이나 경제와 결부된 까다로움이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가장 작은 나라가 가장 큰 나라들과 싸우고 있어 신통하다. 당연히 작은 나라가 질 텐데 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으니 정말 놀랄 일이다. 하늘이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경제가 좋지 않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는 이런 국제간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드 문제는 먼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고,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이상 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중국의 보복은 어마어마해서 중국에 있던 산업체가 철수를 하기도 했고, 가장 활발했던 예술인들의 공연까지 끊겨 버렸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매일 중국여행을 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되자 우리나라의 입장이 난처하다. 북한 편을 들자니 미국을 섭섭하게 하고, 미국 편을 들자니 중국의 눈초리가 아니꼽다. 사드는 유야무야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우리나라의 손해는 말로 다해 무엇 하겠는가? 작고 힘 없음을 원망할 뿐이다.
넘어질 때 입 맞추자는 식으로 미국은 방위비 분담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요구하는 금액이 평소보다 400% 인상된 50억 달러다. 돈이 있어 50억 달러 아니라 500억 달러라도 주면 좋겠지만, 작은 인력거에 탱크를 실으면 그 인력거가 탱크를 싣고 갈 수 있겠는가?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자 미국은 ‘잘 사는 나라에서 그 정도 부담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란다. 하기야 6.25전쟁 후에 미군 헬리콥터에서 뿌려주던 통조림을 받아 먹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 잘 사는 것이다. 우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도와준 게 미국임은 틀림없다.
일본은 수출금지, 백색국가 제외 다 해놓고 여행도 줄고 대 한국무역이 줄자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만료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미국의 눈치만 보다가 한국에서 효력금지유예를 선언하자 은근히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다. 작은 우리나라가 덩치 큰 나라들과 잘 싸우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세상에서 제일 잘 사는 미국이고, 그 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잘 사는 나라라고 했다. 정말 잘사는 나라일까? 자문자답 해보자. 강남 중형 아파트값이 15억에서 20억이다. 과천 아파트 중형도 얼마 전까지 10억이라고 하더니 15억이라고 한다. 한 달 사이에 아파트 한 채가 5억이 오르고 있다면 잘 사는 나라가 틀림없다.
큰 나라와 국가 이익을 위해 싸우기도 힘든데 어쩌자고 집값은 삼천리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편을 갈라 놓고 있을까? 일생 동안 5억 옆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태반인데 한 달 사이에 5억이 오르는 집값의 팔자는 무슨 팔자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수도권에 작은 집값 바람이 부는 이유는 서울은 살(買) 집이 없기 때문에 수도권에 돈을 묻고자 하는 재테크로 봐야 할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택시를 대절해 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주머니 부대도 있으니 값이 오르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갭투자의 망령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등장한 것일까?
지방 도시도 작으나마 모두들 값이 오른다는 소식이다. 요즘 질문은 ‘팔까요?’, ‘살까요?’ 간단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로서, 거래 현장에 종사하는 공인중개사로서 감히 한 말씀 드린다. 파는 것도 좋고, 사는 것도 좋지만, 이기적인 면보다 이타적인 면을 먼저 생각하고 팔거나 사도록 하자.
즉, 지금 세상에 집 있는 사람이 시세차익을 보고 투자하는 일은 옳지 않다는 뜻이다. 굵은 나라와 싸우기도 힘든 세상이다. 돈은 피와 같은 것이다. 앞으로 집값은 영원히 오른다고 보장하기 힘들다. 작은 강에도 파도는 있다. 계절에 따라 파도가 높거나 낮을 뿐이다. 지금의 파도는 작은 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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