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텔, 상가건물 등을 분양하고 있는 현장에 가서 보면 그야말로 좋은 점만 집합 돼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더구나 광고책자를 보게 되면 4㎞ 밖에 있는 백화점도 이웃에 있는 것처럼 표시되어 있고, 걸어서 갈 수 없는 전철역도 넘어지면 코 밑에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조금 외곽지역이라 생각되면 골프장은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서울 어느 곳이다’ 하게 되면 한강은 약방에 감초가 되기도 한다. 전국의 강과 호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아파트들이 많지만 막상 그 아파트 현장에 가서 보면 강이나 호수는커녕 단지 옆엔 실개천도 없는 경우가 있다.
좀 나쁘게 말해서 분양현장은 거짓말 시합장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사통팔달로 얽힌 거미줄 같은 교통망은 훌륭하게 표시되어 있고, 곧 이루어질 듯 보여도 입주 때 보면 ‘어느 세월에 내가 그런 말을 했느냐?’ 는 식으로 모두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덜렁 건물들만 꽉 차 있게 된다.
그것뿐 아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말은 풍수용어로 ‘뒤로 산을 업었고 앞으로는 물을 품었다’는 말인데 아파트 단지 뒤에는 산도 없고, 앞에는 물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하기야 풍수에서는 평지에도 산 구실을 하는 곳이 있다고는 한다.
요즘엔 단지구성이나 인테리어 기법도 기발하여 그야말로 예술이 가미된 아파트로 꾸미고 있다. 지상에 차가 있게 되면 소비자들은 일찍 외면해 버리기도 하고, 아무리 대형업체라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적당히 짓겠다는 아파트는 분양과정에서 사정없이 쓴맛을 보게 된다.
앞으로 분양에서 성공하려면 품질에서 승부가 나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파트나 다른 건물을 분양 받을 때 우리들은 분양계약에 포함될 것과 포함되지 아니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모델하우스대로, 분양책자대로 다 되면 좋겠지만 분양현장에는 늘 얼굴마담으로 등장하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이런 얼굴마담의 유혹을 조심하자.
선 분양, 후 시공으로 분양되는 아파트 거래의 분양계약서에는 규모, 동, 호수, 입주예정일, 대금지급 방법 등만 기재되어 있고, 대부분 아파트 및 부대시설의 외형, 재질, 구조 및 실내장식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재 돼 있지 않음이 보통이다.
따라서 분양광고의 내용,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그 무렵 분양회사가 수분양자들에게 행한 설명 등이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나 설명 등을 신뢰하였고, 이를 기대하면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계약조건에 포함이 되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즉, 1층 필로티를 화강암으로 장식할 것처럼 해놓고 나중에 적당히 비슷한 색으로 페인트를 칠한다면 안 된다는 취지이고, 계약서에 일일이 표시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광고와 모델하우스의 실물, 분양회사 직원의 설명 등을 믿는 데에 잘못이 없었다면 광고내용대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진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2007년 6월 1일 선고 2005다 5812, 5829, 5836판결)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분양계약서상 최소한의 사항만 적시하였다 할지라도 분양자는 아파트의 외형과 재질 등의 사항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소비자를 믿게 한 대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즉, 분양광고나 모델하우스의 시설 중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분양자 자력으로 이행이 가능한 사항으로서 수분양자가 이를 신뢰한 내용은 분양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온천 광고, 바닥재선택, 유실수단지, 테마공원, 콘도회원권 부여, 지상에 차 없는 청정단지, 커뮤니티시설, 옥상미관, 측면미관, 차별화된 출입구, 차별화된 문주, 수영장, 영어마을 등 그 설치나 시설을 광고한 내용은 분양계약에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를 이전한다든지, 10m 단지 앞 도로를 35m로 확장한다든지, 전철복선화를 이룬다는 등의 내용은 분양자가 이를 이행할 능력이 없는 일이므로 설사 이런 내용이 포함되었다 할지라도 분양계약에 포함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분양현장에 이런 유언비어는 꼭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대부분 국가사업이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으로서 공공기관의 힘이 필요한 사업이기에 건설회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대부분이다.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10년 후에 있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미리 끌고 와서 분양현장 광고에 이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광고는 수분양자와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전철역과 아파트 단지 간 400m 거리에 지하도를 설치할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할 것이다’ 라는 광고는 이 광고로 인하여 분양가가 높아진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광고사항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입주민들로부터 손해배상의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아파트 단지 옆에 공동묘지가 있는데도 분양회사에서 이를 숨기고 수분양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분양회사로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주지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대법원은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 하였고 과실로 그런 사항을 몰랐던 수분양자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다든지, 공해시설이 있다면 분양회사는 이를 미리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런 일을 숨긴 사실이 있게 되면 분양자는 수분양자에게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성립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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