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30억이나 40억 가량의 작은 빌딩을 ‘꼬마빌딩’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100억 가량의 빌딩을 꼬마빌딩이라고 한다. 강남 집값이 5억일 때 30억이나 40억이었으니까 15억이나 20억이 된 지금에 이르러 100억이 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오르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100억이면 수량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돈이다. 일생 벌어봤자 5~6억짜리 집 사기도 어려운데 100억이라면 그 큰돈을 어찌 셀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큰돈을 세다 죽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일 것이다. 침을 질질 흘리며 돈을 세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 사람도 복 있는 사람이 아닐까?
꼬마빌딩은 사람이 많은 곳에 있어야 하므로 강남쪽이나 홍대쪽에 있는 빌딩이라야 인기가 있다. 그런데 2018년~2019년 2년 사이에 서울 전 지역 빌딩들은 거의 너나없이 값이 40%쯤 올라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하기야 서울 집값 오른 것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놀랄 건 또 있다. 많고 많은 빌딩들이 장사가 잘 되고 있을까? 아니다. 20%는 비어있다. 지난 2년 동안 장사가 안돼 보따리를 싸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비어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어있는 빌딩을 왜 사고 있을까? 돈이 있으니까 성공한 사람들이 안전자산에 돈을 묻기 위해 일단 사놓고 보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기에 100억이나 200억짜리 빌딩들을 사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돈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가져보지 않아 모른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한 요즘 돈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투자하는 100억 빌딩, 가게가 비어 있는 100억 빌딩 등 뭐가 좀 이상하긴 이상하다.
진짜 놀랄 일이 또 있다. 꼬마빌딩을 사는 사람 중 40%는 2030세대라고 한다. 돈 버는 재주가 탁월해서 일찍 돈을 벌었다니 부럽기만 하다. 요즘은 제2벤처 붐으로 성공한 젊은이들이 많고, 크게 돈을 버는 사업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일찍부터 큰돈을 벌었다면 복중에서도 돈복은 끝내주게 잘 만났나 보다.
기회는 운(運)을 업고 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위의 2030사업가들은 저금리라는 기회까지 만나 100억 은행 돈을 갖다 써도 이자가 싸서 해 볼만 하다고 하더라. 지금의 5060세대가 장사를 할 때에는 이자가 5%쯤 하더니 요즘은 1%대 후반이라고 하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은 세월을 잘 타고 나야 하는데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닌지라 세상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집 투자를 하면 다주택자가 되기 때문에 이를 면하려고 꼬마빌딩을 산 것일까? 서울의 아파트와 꼬마빌딩은 이제 현금이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모르겠다.
2019년 1월부터 11월 사이 서울의 500억 이하 빌딩 거래내역을 보니 30대 이하가 30%를 차지했다. 앞으로는 집도 3040세대, 빌딩도 3040세대가 경제의 판을 짜는 모양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당신에게도 그런 아들딸이 있기를 기원한다. 당신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지라도 후대는 아들딸이 책임질 테니까 말이다.
꼬마빌딩을 사고 있는 매수인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절반이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절반이다. 언제부터인지 서울의 집과 꼬마빌딩은 지방 사람들의 원정 투자대상이 되었다. 서울 사람들과 지방 사람들의 임무교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사람, 당신의 성공도 기원한다.
그러나 지금 나라의 전체적인 경제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단계다. 벼랑 끝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3억하던 명동 상가의 권리금이 0원이다. 2017년 자영업자 수가 573만 명이었는데 2019년 말에는 566만 명으로 줄었다. 수억 원씩을 날리고 폐업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경기회복, 인구증가, 내수회복 등 경제를 살릴 묘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묘한 법안들을 두고 싸움판만 벌리더니 총선에서 이길 인물모집만 하고 있다. 2020년의 한국, 과연 이대로 가도 되는 것인지 백성들의 걱정이 쌓여갈 뿐이다.
큰 경기침체가 올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있어 낙관할 일은 아니다. 경제가 침체되면 그동안 올랐던 서울 아파트와 꼬마빌딩들은 오른 값을 반납하고, 은행 빚만 남게 되어 잡았던 고기를 놓칠 수 있다. 세월은 또 지나봐야 알 것이기에 가계부터 잘 단속하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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