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을 비롯한 마포, 용산, 성동 등 이미 집값이 올랐던 지역은 요즘 값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떨어지는 비율은 병아리 눈물이다. 매수세가 지수 100에 근접한 채, 피로감에 쌓여 더 이상 차고 오를 힘이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세상일이란 한계점이 있는 것이기에 계속 오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따라서 9억~10억 원 선에 있는 주택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15억 이상 고가주택은 1억~2억 원씩 내려있어도 매수세가 없다. 그거야 대출을 묶어 거래를 막기 때문이고 시장 기능이 죽은 것은 아니다. 돈은 이 순간에도 몰래 낮은 곳을 찾아 움직인다. 그러다 고이는 곳이 투자처가 된다.
그런 연유인지 그동안 별다른 변동이 없었던 강북이 깃발을 꽂고 있다. 2019년 연말보다 몇 천만 원대 오른 값으로 거래가 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구로, 강서, 영등포, 금천, 관악, 성북, 광명, 성남, 하남 등이 강남에 비해 낮은 곳이기에 요즘 그런 지역이 뜨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재개발이 한창인 수원이 2억~3억 원씩 올라 있는데 고전도시 수원의 집값이 오르는 일은 정조대왕 행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수원의 4대문 안은 대부분 단독주택이다. 이게 재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수원의 100년 역사가 뒤집어 지고 있다. 15층 정도로 수 만가구가 들어서면 사도세자나 정조대왕의 혼령도 기가 막혀 웃을 것이다.
수원의 도심인 팔달 6구역 힐스테이트가 분양을 했는데 무순위 청약이 거의 1만대 1에 육박했다고 전해진다. 옆 사무실 직원도 가족 5명을 동원해서 신청했으나 모두가 낙동강 오리알 이었다니 앞으로 8구역, 10구역, 12구역 등 큰 장이 설 때마다 난리를 피울 것이다.
문제는 외지인들이다. ‘다음’ 카페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의 자료를 참고하면 수원이나 용인, 성남 등 신규분양에 외지인들이 더 많다. 외지인들이 이사하기 위해서 청약할까? 아니면 투자하기 위해서 청약할까?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투자 또는 투기를 목적으로 청약한다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집값은 오른다. 한쪽을 누르니 다른 한쪽이 다시 올라온다. 아니면 돈이 낮은 곳을 찾아 흘러 내려간다. 한 번 오른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12ㆍ16 대책이 워낙 강하고 후속 대책이 줄줄이 나와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계속 오르고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값이 내리지 않는 무슨 이유가 있는지 알아봤다. 이유라면 이유이고, 핑계라면 핑계 같지만, 아래 몇 가지 사항은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집을 사야 할 사람과 팔아야 할 사람들은 이를 참조하고 귀중한 재테크에 손실이 없도록 하자.
첫째, 유동성은 계속 풍부하다.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1000조라는 돈이 시중에 떠돈다고 한다. 돈이 밀어내기를 하면 부동산은 값이 오르게 된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에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더 이상 오르지는 못할망정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고, 돈이 있는 이상 값이 무작정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큰 경기 침체나 경제위기가 오게 되면 부동산값은 당장 영향을 받겠지만 현재 국제정세나 국내경제사정으로 봤을 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영향이 잠시 자동차 생산이나 아파트 분양의 발목을 잡을 수는 있을지라도 한정적이어서 크게 고민할 일도 아니다.
둘째,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계속 수도권의 집값을 누를 힘이 없다.
투기과열지구 3억 이상, 그 외 지역은 6억 이상 주택구입에는 특별사법경찰관리가 암행감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애꿎은 중개업소만 잡았지 세금 탈루하고 불법전매 하거나 집값 담합하는 사람 찾아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이번에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잘 될는지 아리송하다. 예전 선거 때는 부동산 공약이 난무해서 선거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다리 놓고 전철 기공식 했으나 지금은 허튼 공약 내놓다가는 큰일 난다. 국가시책이나 정책의 범위 내에서 다소의 변경이나 보충이 있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도 특이한 공약은 없을 것이다.
셋째, 서울에서 필요한 주택은 아직도 부족이다.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에서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 일반 가구수에 비해 부족한 주택수는 15만7000여가구다. 가구수에 비해 주택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과 2021년에 최소한 각각 6만~7만가구가 나와야 현상유지를 할텐데 입주는 각각 2만2000가구쯤 되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제 급하니까 비어있는 점포라도 주택으로 꾸며 공공임대로 하자는 건의도 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메어 못 쓰는 법이다. 그런 임시방편은 없는 것만 못하고 오히려 주거환경만 나빠진다.
넷째, 서울과 수도권 주택의 약 30%는 유주택자들 소유다.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 12월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구입은 1만4117건인데 그 중 무주택자가 구입한 주택은 43.8%이고 주택 있는 사람이 구입한 내역은 56.2%다. 결국 60% 가까이는 집 있는 사람이 또 샀다는 것이다. 현금 여유가 있는 유주택자들이 사놨으니 집값이 내릴 리가 있겠는가? 성남, 광명, 하남, 용인, 수원. 분당 다 마찬가지다. 유주택자들은 전부가 투자로 사놓은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아쉬울 게 없다. 앞으로 5년 내지 10년 사이에 작년처럼 또 값이 오르면 돈을 벌게 될것이다. 3년 전부터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들 중 70%는 갭투자다.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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