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표는 현 시점에서 각 장래의 여건을 더 좋아지도록 조성하기 위해 좋은 쪽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집에 투자를 한다면 우선 어느 지역, 어떤 집에 투자할 것이며 먼 훗날까지도 주거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기 마련이고, 또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투자는 돈으로 하지만 정치에 대한 선택은 판단으로 한다. 앞으로 4년이나 5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어떻게 되어주기를 바라며 나를 대신해서 그 일을 감당할 심부름꾼을 투표로 심판한다. 입후보자들이야 서로 잘하겠다고 할지라도 그 선택은 투표자인 유권자다.
아직까지 한국 사람들의 대표적인 투자는 부동산이다. 주식투자나 가상화폐, 펀드, 금보석 등 여러 가지 투자가 있긴 하지만 주식을 빼놓고는 있으나마나 이고, 주식도 변화의 폭이 커서 일반서민들이 접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또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서민들이 집 없이 주식에 덤벼들기도 그렇다.
지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자 위기단계로 진입하여 주택시장은 값이 내리고 있다. 그러나 신규분양시장은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음이 대조적이다. 대개 건설사들은 이럴 때 한밑천 건지게 되는데 지금 분양하는 건설사들은 호주머니가 ‘빵빵’해 질 것이다.
이미 집이 있는 투자자들이 진짜 투자자들인데 요즘 이 사람들의 갈 길이 애매하다. 집은 사봤자 세금으로 다 빼앗기거나 다주택에 걸려 오른 집까지 팔지 못할 수가 있어 토지나 상가시장을 기웃거린다. 이럴 때 잘 찍는 투자가 돈을 벌게 되는데 어디 가서 어떤 부동산에 투표를 해야 할지 긴가민가하다.
국회의원 선거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 한 번 찍었던 사람을 다시 찍어야 하나?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찍어야 하나? 헷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 바꾸고 토지 바꾸듯이 4~5년마다 바꿔야 할까, 아니면 10년 정도 더 가지고 가야할까? 또 정당은 어느 정당을 선택해야 할까?
정당 이름이 모두가 비슷비슷하고, 해석해보면 뜻이 다 같다. 비슷비슷한 아파트들이고 크고 작은 논과 밭일뿐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야 내 장래에 보탬이 될까? 정치를 실력으로 하는 것인지, 구색으로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 내부에서도 조용히 넘어가는 곳이 하나도 없다 보니 투표자들은 식상하다. 그 자리가 얼마나 좋기에 저렇게들 안달을 할까?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뽑아주는 자동인출기라도 되는 기분이다. 당신이나 내가 나라의 장래를 기름지게 하는 투자자가 아니고 자동인출기라면 내 자신의 존재는 있으나마나다.
선거법이 늘 바뀌어 이해하기도 힘들다. 집도 어떤 집은 얼른 바꾸는 게 좋고, 어떤 집은 오래 가지고 가는 게 좋던데 그걸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입후보자들이 많이 젊어졌다. 서울 아파트도 3채 중 1채는 30대가 샀다. 입후보자들이나 집을 사는 층이 젊어짐은 좋은 현상이다.
2~3년 전부터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아파트는 값도 더 싸지만, 모두들 새 아파트 분양에 줄을 서고 있기에 헌 아파트는 사 줄 사람이 없고 새 아파트청약은 수백 대 1이다. 새 아파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마는 나이 든 아파트가 인프라가 좋다. 정치도 그런 묘미가 있다.
너무 젊음만 좋아하다가는 노하우를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노하우를 찾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입후보자를 추천 받아 비례대표 명단에 순번을 정하여 배치하였다. 부동산 투자도 어느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땅을 샀으면 집을 사고, 또 상업용 건물을 사는 이치나 다름이 없다.
다음카페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자료에 의하면 지난 12ㆍ16대책 이후 강남 아파트는 거래가 30%쯤 줄었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9억 초과는 61%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인원은 줄지 않았다. 투자나 투표에 있어 주의할 점은 욕심이다. 너무 허황된 욕심을 부리면 투자는 손해보고 투표에서는 떨어진다.
어떤 사람은 5억 주고 집 사서 1년 만에 2억을 번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돈 주고 땅 사서 겨우 5000만 원을 번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10억 주고 상가 사서 망한 사람도 있다. 꼭 그 사람은 잘할 것이라 확신하고 찍었는데 지난 4년 동안 아무것도 잘한 게 없는 정치인도 있다.
사람은 일생을 걸어오면서 많은 길을 만난다. 그리고 온갖 운(運)과 인연을 만나며 아옹다옹 살다 자신도 모르게 늙어간다. 그렇게 늙었을 때 천하게 늙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부동산 재테크나 총선이나 대선도 알고 보면 훗날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늙어지면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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