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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따라 물가도 오른다

6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또 한 번 오름세를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 광역시나 도시들도 앞서 가는 시세를 따라잡는 매수심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어 무주택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살기 좋다는 곳은 어느 곳이나 수요만 있고 공급은 없으니 어찌해야 할까?

 


공급이 있는 곳은 당첨비율이 그나마 50대 1이다. 신규분양 당첨비율이 50대 1 또는 100대 1이라면 약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경주다. 집도 사람처럼 세월 따라 늙어가건만 새 집만 좋아하고, 20년 이상 늙은 집은 쳐다보지도 않은 세상이 되고 있음이 몹시 씁쓸하다. 집은 20년부터 사람은 50세부터 기반이 잡히건만.

 


집값 안정화 대책이 나온 지 엊그제건만 3개월이 되자마자 다시 집값이 폭발하고 있으니, 정부도 걱정이 크고 국회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세상이 어찌 돼 가기에 앞서가는 집값을 따라 잡는 묘한 세상이 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산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3억이 올랐다면 더 이상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작년 연말 2020년 부동산 시장 예측 칼럼을 쓰면서 전반기는 강보합세, 하반기는 약보합세가 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으나 상반기 끝 무렵 집값이 튀고 있으니 예측은 빗나가 버렸다. 죄송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미안의 말씀을 드린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남의 호주머니 사정을 어찌 다 알겠는가.

 


서울에서 15억 이상의 집은 대출이 안 되어 거래가 잠잠하다고 하더니 20억 가까운 집도 요즘 들어 거래가 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홀아비 속옷에는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쌀독에는 깨가 서 말이라고 하듯이 과부 쌀독 사정을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게 집값이다.

 


도대체 그 유동성은 언제까지 넘칠 것이며 지금 찍어낸 돈은 언제 고개를 내밀게 될까? 넘치는 유동성에 0%대 저금리까지 가세하여 부동산을 사놔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늘 이야기 드렸다시피 올라가는 길 다음에는 꼭 내려가는 길이 있으므로 내려갈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9억 이하 아파트는 끝도 없이 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9억짜리 집은 볼품없는 중소형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살기 넉넉한 중대형이고, 지방에서는 대궐이 될 수 있으므로 매물을 따라 각지로 이동한다. 요즘 서울에서 집을 팔면 최소 2억은 보태야 다시 그만한 집을 살 수 있다.

 


2억이 없는 사람은 수도권으로 내려오거나 올라오고, 수도권에서 집을 판 사람도 1~2억을 보태지 않고는 그만한 집을 살 수 없기에 다시 변두리로 가거나 수도권과 가까운 지방으로 가야 그만한 집을 살 수 있다. 서울에 집이 부족한 여파는 이렇게 전국의 집값을 움직이게 하는 방아쇠가 되고 있다.

 


지금 주택거래 현장에는 3-4억 정도의 전세보증금에 대출을 보태 5~7억 정도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이 수 만 명이다. 이 수요자들이 자금을 맞춰보려고 계산기만 끄집어 내면 아파트는 5000만 원씩 올라 애를 태우게 한다. 실수요자들은 대부분 2030세대들이다. 옛날의 50세대들은 거래현장에 없다.

 


아파트 거래현장에서 왕 노릇을 했던 50세대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미 집이 있거나 다주택자가 돼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투자를 하지 않고, 여윳돈은 땅에 투자하고 있다. 50세대들은 지난 2~3년 동안 집으로 재미를 봤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토지시세가 오르게 되면 또 재미를 보시겠지.

 


2030세대들은 월급 모아 집사기는 틀렸다는 생각으로 ‘갭투자’로 방향을 돌렸다. 학군거리와 직장거리를 따지지 않고 일단 사놓고 보자는 ‘묻지마’ 투자다. 지난달 8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는 정부의 방사광 가속기 유치지역 공식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 수십 명이 오창 일대 부동산마다 진을 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미분양의 무덤'이었던 청주를 휩쓸고 있는 갭투자 원정대원 중에는 내 집 마련에 목 타는 2030세대도 있다는 얘기다. 집값이 급등하기 전 시장에 먼저 들어가서 매매가 3억~4억 원대 저가 아파트를 찍어대는 바람에 청주시 일대에는 3억~4억 원대 매물이 동나버렸다고 한다.

 


모두가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넘치는 시중 유동성이 시장 가격을 전방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주춤했던 아파트 가격과 주가지수가 반등을 이어가고 원자재, 육류, 채소, 생선 등의 도소매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코로나로 죽네, 사네 해도 월급만 안 오르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통화량(M2ㆍ말잔)은 4월 말 기준 3011조4312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3.4%(97조8216억 원) 증가했다. 3000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시중에 풀려있는 것이다.

 


시중에 넘치는 돈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는 서울 아파트 값이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0%로 보합 전환했다. 지난 3월 5주 연속 하락 이후 9주 만이다. 서울에서 오르면 다른 곳에서 따라 오른다. 이제 같이 놀자는 식이다.

 


문제는 우리 삶과 밀접한 육류, 생선, 채소 등의 생필품 가격의 오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쇠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고등어. 멸치. 갈치. 배추. 양배추. 소시지도 모두 올랐다. 집값도 오르고 세상 모든 물가가 다 오른다면 앞으로 서민들은 어찌 살아야 할까? 모든 물가들이 말한다. 같이 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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