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동산 시장을 요약하면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2019년 12월 종합부동산세 강화내용을 담은 12ㆍ16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 서울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하였고, 대통령도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원상회복을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1년이 지난 2020년 12월 지방 중소도시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12ㆍ17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시장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은 정부가 지정한 규제지역을 따라 풍선효과가 생기면서 강남에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수)으로, 마용성에서 서울 전 지역으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세종,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 광역시로, 이제는 지방 광역시에서 지방 중소도시로 가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일부 새 아파트만 올랐는데 왜 우리지역이 규제대상이 되느냐’, ‘몇 년 동안 오른 서울 집값은 잡지도 못하고 몇 년 만에 이제 조금 오르려고 하는데 규제하느냐’ 등의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집값이라도 잡았으면 그래도 모양새가 나쁘지는 않은데 3년 반 동안 25번의 대책을 발표하고도 서울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어차피 전국이 규제지역이라면 서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역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대상이 된다면 차라리 서울아파트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나온 대책을 3년 만에 다 사용했고 오히려 더 강도를 더 높였음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연어도 아니고 서울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이 수도권 지방을 돌아 다시 서울로 왔으니 이 정도면 속수무책(束手無策)이 맞다.
과거와 달리 저금리, 과잉유동성의 힘이 주식과 부동산을 밀어 올리고 있고, 규제폭탄 속에서도 정부 믿고 집 안 사고 열심히 일했더니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이러다가 영원히 내 집 마련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래의 불안감이 맞물려 실수요자들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거래량은 줄어들었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부동산 시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뀌고 정부의 규제정책 효과가 나와서 좀 안정될까? 필자도 누구보다 집값 안정을 원하지만 바램과 달리 1년 더 우리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뀌어서 해결될 문제 같았으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다.
수요억제 규제를 계속 하고 있지만 불안감과 박탈감을 달래주지 못하는 이상 실수요자들은 매수에 나설 것이며, 가장 문제인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역시 진행 중이다. 코로나19가 2021년에도 지속되는 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고 과잉유동성 역시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과 돈 풀기 정책까지 더해지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21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20년 대비 절반으로 반 토막이 날 것이라 한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소 중과 등 2020년 발표되었지만 2021년에 적용되는 규제들 외에는 추가로 더 나올 대책은 별로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 도심고밀도 개발, 1세대 1주택 법안 등은 현실성도 떨어지고 단기간에 큰 효과를 얻기도 어렵다. 2021년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차면 기울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은 반드시 있다. 누적된 규제의 무게는 점점 더해지고 있고 소득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집값 역시 정상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이 필수이지만 더 벌기 위한 과도한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