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고 설움 많던 2020년 아파트시장이 달랑 한 장 걸린 달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찢겨간다. 당신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아파트를 팔거나 사야 할 처지에 이르게 되더라도 절대로 2020년 아파트시장을 교과서로 삼지 말자. 지난 2~3년 동안 시장은 미쳐 있었고, 지금도 제 정신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돈은 많이 풀렸고, 그로 인해 저금리기조가 바닥에 깔려 돈의 풍년이 돼버렸다. 돈을 쓸 곳이 아파트시장 밖에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돈이 미쳐 광기를 부릴 때마다 아파트시장은 노래를 불렀고, 정부는 뒤따라가며 추임새로 박자를 맞췄다.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시장을 인도하는 차원이 아니라 따라가는 형국이 돼버렸음을 두고두고 잊지 말자. 부동산 대책 때문에 1주택자나 노령자까지 세금걱정을 안 할 수가 없게 됐다. 결국 국민들은 미친 사람 춤 구경하다 벼락 맞는 꼴이 돼버렸으니 그 후유증을 감당할 일이 걱정 된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아파트시장은 지역별로 춤을 춘 일이 허다하다. 강남에 거래가 있으면 강북이 움직였고, 강북이 움직이면 경부축이 들썩이다가 수도권 서부로 깃발을 돌렸다. 지방 아파트값도 지방 나름대로 호재가 있거나 공급이 부족해서 값이 출렁이는 일을 있었으나, 지금처럼 규제를 피해 오른 일은 없었다.
지금도 정부는 뾰쪽한 공급대책이 없이 신규, 도시재생, 재건축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급한 물살처럼 돈은 밀려오고 흡족한 공급대책이 없게 되자 이미 올랐던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르는 재탕, 삼탕을 하기 위해 요동을 치고 있다. 도대체 얼마까지 올라야 다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와중에 임대차3법을 만들어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의 싸움판을 만들어 임대차 매물은 씨가 말랐고, 전월세 보증금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보증금이 10억이라면 개미도 웃을 일이다. 그래도 살던 집에서 더 살겠다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임대인과 임차인은 누구의 끗발이 더 센지 모르겠다.
1970년대부터 주거문화의 틀을 바꾼 아파트는 이제 국민들의 주거수단이요, 터전이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주거의 질은 높아지고 교통과 인프라의 수단은 편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서울의 주거수단을 20년이나 3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새 집을 선호하는 서울시민들의 욕망은 갈수록 폭발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신규청약에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당첨이 되었다 하면 금방 몇 억의 웃돈이 붙는다.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없앨 방법은 없을까? 돈 가지고 물건 사는 일은 다 같거늘, 정부는 왜 수요와 공급의 비례가 유독 아파트에 쏠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지방의 1억 이하 헌 아파트를 싹쓸이 하는 투자자들 들으시라. 주거는 현업과 연관성이 있고 학업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직업과 학군 상관없이 훗날 시세차익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아무거나 주워 담는 일은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된다. 2년 후에는 돈도 귀해지고 이자도 오를 태니 서로가 조심할 일이다.
장관이 바뀐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지금처럼 끝없이 값이 오르지 않고, 아무 때고 능력 있을 때 구입할 수 있는 주거수단이라는 국민의식이 문제다. 국민 모두가 한 발 천천히 내 딛자. 넘치는 유동성을 다른 투자종목으로 돌리는 일도 중요하다.
아파트 투자를 대신할 투자처는 어느 종목일까? 지금은 주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가나 토지 투자도 무시할 수 없다. 자고로 토지는 본전이 절단날 일이 없지만 상가는 자칫 본전을 까먹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아파트 투자도 본전을 까먹는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새로 오는 장관은 서울에서도 역세권과 중공업지역, 빌라 매입지역 등 도시재생개발ㆍ저밀 개발된 곳에 공공개발을 전제로 한 파격적인 규제특례를 주고, 고밀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로또 청약문제도 해결하고 대출도 순조롭게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런 기초적인 문제의 해결로 활활 불이 붙어 있는 집값을 잡을 수가 있겠는가? 집값 급등으로 빈부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실업자는 쏟아지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늘어간다.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백신으로 야단법석이지만, 우리나라는 아파트로 달리기를 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경자(庚子)년 쥐의 해가 가고, 신축(辛丑)년 소의 해가 온다. 황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는 당신의 머리 위에 하늘의 축복이 내릴 것이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 10년 동안 10억 이상의 자선을 마쳤다. 어떤 분일까? 아마 그 분은 아파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고, 황소처럼 앞만 보고 걸어가는 공부하는 사람일 것이다.
※ 수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동산학과 봄학기 학생 모집 중 (안내전화 031-681-6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