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수령행위를 방해할 수 없음이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임대인들은 권리금에 대하여 관여하지 않음이 보통이고, 먼 곳에서 살게 되면 임차인의 얼굴도 모른 채 매월 월세가 입금되는 통장만 들여다보는 게 일반화 돼 있다.
임대차기한이 종료되고 다른 임차인이 들어오게 되면 전 임차인은 자신이 주선한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기도 하는데 임대인으로서는 자기들끼리 권리금을 받건 말건 계약서에 도장만 찍어줄 뿐, 상관하지 않음도 관행으로 내려오고 있다.
요즘 상가 임대차 기간은 통상적으로 10년의 장기이기에 임차인의 사정상 중도에서 영업을 그만두는 일도 허다하다. 이럴 때 임대인의 승낙 없이 중개업소의 주선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맞이하게 되고, 새로운 임차인은 전 임차인의 남은 기간 동안만 장사를 하기도 한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식으로 장사를 하게 하거나 살게 하는 전대차를 ‘무단전대(無斷轉貸)’라 하고, 명의와 업소를 통째 넘겨주는 전대차를 ‘무단양도(無斷讓渡)’라 하는데 어찌됐건 임차인으로서는 그 가게나 주택에서 손을 땐다는 이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때 원래 임차인을 전대인(轉貸人)이라 하고, 전대인으로부터 가계를 인수하는 사람을 전차인(轉借人)이라 한다. 집주인의 승낙 없이 전대인이 전차인에게 가게를 넘겨주게 되면 나중에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데, 어떤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지 짚어 보자.
사례
A는 제과점을 운영하고자 번화가에 있는 상가를 보증금 2억, 월세 5백만 원, 10년 기한으로 甲으로부터 임차한 후, 다시 2억 원을 들여 훌륭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어 1년 만에 인테리어비용을 뽑을 수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A는 암으로 입원을 하게 됐다.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B는 앞으로 임대차 기한이 9년이나 남아 있었으므로 집 주인과는 의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A와 단둘이서 그 제과점에 대한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B는 A에게 A가 상가주인에게 지불했던 보증금 2억 원 및 인테리어비용 2억 원을 권리금으로 지불했으며 월세는 매월 B가 직접 임대인인 甲의 통장으로 입금처리하기로 했다. B가 그런 식으로 3개월 정도 장사를 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상가주인 甲이 나타나서 “당신들끼리의 양도・양수 계약은 인정할 수 없으니 가게를 비우라”는 것이다. B는 천부당만부당한 주장이라고 항의했지만 甲은 명도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 B는 어찌해야 할까, 여러분이 변호사라면?
1. 임대인의 동의가 없는 A와 B간의 전대차 계약은 무효다.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
2. 기한이 9년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B의 권리는 인정된다. 9년 동안은 영 업을 할 수 있다.
3. 임대인의 동의가 없었어도 사회관행상 A와 B간의 양도・양수 계약은 유효하다. 따라서 상가주인 甲의 주장은 권리남용이다.
해설
요즘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사례는 늘 일어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1년에 세 번씩 사람이 바뀌는 가게도 있다. 민법도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전대인)과 전차인이 서로 양도・양수 계약을 맺게 되면 그 계약에 대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누구냐”하는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조문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강제규정이 없게 되면 가게나 주택은 여러 번에 걸쳐 넘어갈 수도 있어 나중에는 거래질서가 문란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단전대 또는 무단양도가 있게 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계약이 해지되면 전차인은 불법점유가 되기 때문에 가게를 임대인에게 인도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남은 기간도 그 사용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정답은 1번이다.
용어정리 - 상가 주인은 임대인. 임대인으로부터 처음 세 든 사람은 임차인. 임차인이 세를 놓으면 전대인. 임차인으로부터 다시 세를 얻은 사람은 전차인. 전차인이 또 세를 놓으면 전전대인.
법조문
민법 제 629조 (임차권의 양도・전대의 제한)
1)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2) 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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