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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토지'로 조용히 갈아타는 사람들
2011년 어느 날 필자의 아들과 친히 지내는 김변(金辯護士)이라는 청년이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학교 다닐 때 필자의 아들과 친히 지낸 연유로 몇 번 집에도 놀러 온 일이 있어 잘 알고 있다. 그는 언젠가 집을 살 때 꼭 필자의 집처럼 크고 멋있는 집을 사겠다고 장담했던 청년이다.

 

"반가우이 웬일인가? 그래, 하는 일은 잘 되고?"

"네, 열심히 일하고 있고, 사무실 운영도 그런대로 잘 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내 집 마련에 대해 의논드리러 왔습니다."

"아직 전세 신세 못 면하고 있지?"

"네, 지금 시기적으로 집을 사는 게 맞나 해서요. 주택경기가 워낙 나빠 집을 사기가 위험스럽네요. 사도될까요?"

 

그때는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난 지 3년이 되는 해다. 기존주택시장에 거래도 없었지만, 가는 곳마다 미분양아파트가 줄을 서 있는 때였으므로 누구에게 물어도 사지 말라는 대답을 할 그런 시기였다.

 

"눈여겨  봐놓은 아파트라도 있는가?"

"네, 교수님 아파트 단지의 35평짜리입니다."



김변은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35평에 눈이 꽂혀 있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였으므로 단지구성 등에 대하여는 더 이상 알 필요가 없었으나, 문제는 구입자금이 조금 부족해서 살까 말까 하는 처지였다. 더구나 매도인은 싸게 파는 대신 돈이 급해 한 달 이내로 잔금이행 조건을 걸었다.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인지라 서울처럼 비싸지는 않지만, 수도권에서는 제일가는 아파트였다. 매도금액은 2억2000만 원이었고, 김변에게 부족한 돈은 3000만 원이었으므로 살까말까 하는 김변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주택시장에 불경기가 장기화 되면 그때는 집을 사야 할 때네. 이 아파트가 이 단지에서 2억2000만 원에 나오기는 처음이야. 부족한 3천만 원은 내가 꾸어줄 테니 오늘 계약하도록 하시게." "네, 고맙습니다,"



김변은 즉시 그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좋아라고 이사를 마쳤다.

 

2년 후인 2015년경 잠시 길에서 만난 김변은 그 아파트가 3억5천으로 값이 올랐다고 자랑을 했다.



"사는 집 값이 오르건 내리건 염려하지 말게. 앞으로도 많은 변동이 있을걸세. 아파트는 경제, 세금, 대출 등 여건에 따라 늘 값이 변해."

 

그 후 필자는 그 아파트 밑을 지날 때마다 늘 그 아파트를 쳐다봤다. ‘이 사람이 잘살고 있나? 혹시 소식도 없이 팔고 이사는 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때도 있었다.

 

세월은 많이 흘러 2019년 5월로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김변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인즉, 살고 있는 그 아파트를 4억5000만 원에 팔았다고 자랑하는 전화였다. 2억2000만 원에 사서 4억5000만 원을 받았으므로 2억3000만 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머리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팔았으면 다시는 그 돈으로 그만한 아파트를 살 수 없네. 돈을 더 보태더라도 좋은 아파트를 빨리 사던지, 청약에 당첨되는 길을 찾아보시게."

 

요즘 그 아파트는 10억으로 올랐다. 4억5000만 원에 팔았는데 2년 사이에 10억으로 올랐다면 김변의 돈 5억5000만 원은 하늘로 날아간 것이다. 김변은 지금 4억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데 이제는 어찌해야 하느냐고 눈시울을 내리깔고 걱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몇 년 동안 잘 살았던 35평 아파트는 자취 없이 사라졌다. 다시 전세로 줄어드는 일장춘몽(一場春夢) 꿈을 꾼 김변의 처지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팔아버린 아파트 수준의 다른 아파트를 사려면 5억을 보태야 한다. 김변은 어쩌다 돈 5억을 날려버린 꿈을 꾸었을까? 이럴 때에는 다시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신규 아파트 값이 내리고, 구축 아파트시장이 냉랭해지고, 미분양이 줄을 서는 그런 주택불경기를 만나야 하는데 그런 불경기가 올 수 있을까?

 

필자는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아니 지금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물처럼 풍부했던 유동성이 지금 메마르기 시작한다. 유동성이 바닥나면 물고기가 뜨기 시작할 것이다. 아파트 상승에 실중난 소비자들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다. 비싼 세금 때문에 ‘갭’투자도 자취를 감췄다.

 

지금 주택시장은 등산객이 산꼭대기를 뱅뱅 돌고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올라갈 봉우리가 없어 다시 내려와야 할 형편이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일반 시중물가도 30%이상 오르고 있다.

 

앞으로 아파트 값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이 야금야금 내리고 그 여파는 지방으로 내려갈 것이다. 자칫 꿈을 꾸는 사이에 헛 욕심을 부리다 아파트 한 채가 일장춘몽이 되어 전세로 부서지고, 월세로 부서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부동산대책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국민들이다. 지난 3-4년 동안 아파트를 샀거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책에 걸려 아파트를 거래할 수 없어 이사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투자의 고리가 아파트에서 토지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토지 투자로 조용히 길이 바꿔지고 있다.

 



▶글쓴이  윤 정 웅

-수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동산학과 교수(부동산. 법률)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 대표. 부동산힐링캠프 대표중개사

-노다지 부동산 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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