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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목표보다 양질의 공공주택이 필요
김헌동 서울도시주택공사(이하 SH공사) 사장이 취임100일을 맞아 서울 아파트 분양원가를 설명하면서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해 고품질 아파트인 백년주택을 공급하고, 강남에 25평 아파트 5억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공기업인 SH가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서울형 건축비를 따로 만들어 건축비를 25평 기준 2억원~2억5천만원으로 책정해서 질 좋은 주택을 분양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로 이익을 내려면 재료의 질이 내려가고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점을 고려해서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해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형 건축비는 SH가 지은 아파트 중 가장 잘 지어진 것을 기초로 산정할 예정이며 서울시와 협의해 정부에서 법령 및 제도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백년주택도 추진된다. 50년이 지나도 재건축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아파트를 공급하고 임대기간도 100년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또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서울에 3~5억원대 아파트도 공급하겠다고 한다.



건물만 분양하고 다달이 토지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춰서 강남에서 5억원, 비강남에서 3억원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SH가 강동, 송파, 항동, 세곡에 공급한 아파트 평균 건축비가 3.3㎡당 600만원, 25평 기준 1억5000만원이라며 충분히 3~5억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울형 건축비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숫자 채우기 식 공공주택은 성공하기 어렵다.



물론 SH에서 잘 이어진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간 건설회사 수준으로 짓되 건설마진을 줄여 분양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MB정부시절에도 도입이 되었던 정책으로 강남 보금자리 토지임대부는 성공했지만 건물만 분양해도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이 형성되면서 세금을 투입하여 일부 분양 받은 사람만 덕 본거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고, 강남 외 지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주택소유욕구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강남과 같은 인기지역이 아니면 흥행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토지임대부의 전제조건인 토지를 공공이 소유해야 하는데 토지확보가 쉽지 않다.



마곡, 위례 등 SH가 개발한 택지에 아직 조금 남아있고, 국공유지 복합개발을 하는 곳도 많다며, 꼭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빌라나 다세대 등 여러 형태의 토지임대부 주택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시장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용면적 59㎡ 정도 새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다세대를 국민의 혈세가 투입하여 건물만 분양하는 것은 보여주기 식 숫자목표 달성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SH에서 공급하는 물량으로 서울주택시장이 안정되지는 않고 시장에서도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SH에서 시도하는 이런 다양한 사업모델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서울 내 역세권이나 입지가 좋은 택지에 양질의 전용면적 59㎡ 토지임대부 새 아파트를 조금씩 공급하면서 효과가 좋으면 LH와 함께 서서히 확대해 나가면 된다.



또 후분양제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최근 붕괴사고에서 보듯이 이제는 후분양제가 적용된 아파트도 조금씩 나와서 시장수요자들의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처음부터 목표달성만을 위해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빌라, 다세대로 숫자만 채우기보다 부족하더라도 시장에서 원하는 양질의 소형아파트를 조금씩 공급해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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