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을 내 땅으로 알고 경작하는 사람들 중 점유 취득 시효에 웃고, 등기부 취득 시효에 우는 사람들이 있다. 점유취득시효는 어떤 것이며 등기부취득시효는 어떤 것일까?
평소 근면 성실하고 마음씨가 착한 ‘갑(甲)’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1970년경부터 압구정동 끝머리에 있는 ‘을(乙)’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홀로 살았다. 20 청년 나이로 너무나 부지런히 일을 잘 했었기 때문에 당시 압구정동에서 제일 부자였던 을은 늘 갑의 근면성을 칭찬하며 오래오래 자기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90년경 어느 날, 을은 갑을 불러 ‘20여 년 동안 머슴노릇을 잘 해줘 고맙다’고 하면서 그동안의 머슴 새경(요즘으로 따지면 일한 보수)으로 밭 5000평을 떼어 주었다. 갑은 고맙다는 인사를 수백 번하고 그때부터 머슴살이를 청산한 후 40세 이후 지금까지 오직 그 밭을 터전으로 후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세월은 30년이 이상이 흘렀고, 甲은 나이 70이 넘었다. 오늘도 갑은 빌딩 숲으로 변해가는 압구정동 끝에서 밭 5000평이라는 시가 500억 큰 재산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다. 을은 벌써 10년 전에 사망했고, 그 후손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갑은 그저 30년 동안 자신이 경작하면서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기의 유일한 재산으로만 여기고 등기도 하지 않은 채 지켜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을의 장남이라는 '병(丙)'이 갑에게 찾아와 경작하고 있는 밭 스무 마지기는 자신의 선친 을의 땅이니 그 동안 임차료는 못 주더라도 그 땅에서 손을 떼고 돌려 달라면서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요즘은 시골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이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고, 싸구려 땅이 수백억 원짜리가 돼 갑자기 알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또 그런 땅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자, 갑은 어찌해야 할까? 갑은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 있다. 병은 깡패들을 보내 날마다 협박하고 있다. 갑은 법적으로 위 땅을 병에게 빼앗기게 될까? 아니면 완전하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갑은 30년 전 을로부터 위 땅을 증여받아 자기 땅으로 알고 경작해 왔으며 또 관리해 왔으므로 위 밭 5000평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즉, 시효완성으로 위 땅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효란 일정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 사실 상태를 존중해 주는 제도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까지 보호할 수 없다는 민법상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취득시효는 “점유취득시효”와 “등기부취득시효”가 있다. 점유취득시효는 소유의 의사로 20년 간 평온 ․ 공연하게 점유하게 됨으로써 그 부동산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고, 등기부 취득시효는 10년간 등기상 명의인으로 돼 있고, 점유하고 있음으로서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등기한 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ㆍ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시간적 효력을 부여한 것이다. 민법은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등기한 자가 10년간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한 때에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소멸시효는 일정기간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이고, 취득시효는 일정한 기간 어떤 사실상의 점유상태가 지속된 경우 권리취득의 효과가 부여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갑은 을의 후손들을 상대로 점유취득시효완성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해 밭 5000평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확보할 수 있다. 혹시 丙은 甲 몰래 위 땅을 팔아 치울 수 있으므로 갑은 일단 위 땅에 처분금지 가처분을 해 놓고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참고로 시골에 선산이나 전․ 답이 있었는데 도시로 이사 오는 바람에 가 보지를 못했거나, 설사 아는 사람에게 관리를 맡겼다 하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이 20년 동안 경작을 하고 있거나, 관리를 하고 있다면 점유취득시효에 걸리는 수가 있다.
그런 땅은 대개 몇 대 위 선친들의 명의로 돼 있음이 보통이기 때문에 후손을 상대로 소송을 하려면 복잡하고 그 후손들을 찾을 수 없어 특별조치법에 의해 등기를 이전하는 수도 있다.
매년 도지(연세나 월세)를 받고 있으면 몰라도 그곳 사람들은 “우리 땅임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믿고 넘어가다는 점유취득시효로 땅을 잃는 수가 있고, 특별조치법도 원인무효가 되지 않는 이상 땅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참고하자.
우리나라 민법 제245조에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 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글쓴이 윤 정 웅
-수원대학교 평생교유권 교수(부동산, 법률).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 대표. 노다지 부동산카페 대표
-부동산힐링캠프 대표중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