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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잇단 퇴짜, 주민들 입장 바꿔
‘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한복판 은마아파트가 초고층을 포기하고 35층 재건축을 추진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26일 지난 19~25일 진행한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4803명 중 3662명이 참여해 35층 재건축안을 선택한 조합원이 2601명(71%)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존 49층 재건축안을 선택한 조합원은 1061명(29%)이었다. 

서울시가 ‘35층 규제’를 들어 초고층 재건축안에 번번이 퇴짜를 놓자 조합원들이 결국 손을 들었다. 추진위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서울시에 35층으로 수정한 재건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은마 재건축 여부는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추진위가 지난 8월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서울시에 내밀었지만 서울시는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 35층을 넘보면 들여다보지도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러자 은마 조합원 사이에서 “더 이상 49층을 고집하다간 재건축이 표류할 수 있다”는 기류가 흘렀다. 결국 이번 주민 투표에서 수익성보다 속도를 택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한 복도식 아파트인데 지하주차장이 없어 공터마다 주민 차량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수압이 약해 물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데다 녹물이 떨어지고 난방도 열악하다.
 
실제 집주인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다. 집주인이 은마아파트에 사는 경우보다 전국 각지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몰린 세입자가 더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아파트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달 전용면적 79㎡가 13억5000만원, 전용면적 84㎡가 15억4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대치동 터줏대감, 은마아파트의 35층 재건축 추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칼자루를 쥔 서울시가 도시 경관을 보호하고 한강 조망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35층을 넘어가는 아파트 재건축은 안 된다는 논리로 은마를 압박했다.

추진위는 굽히지 않고 지난 8월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서울시에 내밀었다. 계획안에는 최고 14층 28개 동 4424가구 은마아파트를 최고 49층 6054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공동주택(3종 일반주거지역)을 35층 이하로 지을 것을 추진위 측에 요구했지만 주민들은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가 보류도 아닌 ‘미심의’ 결정을 내리며 일말의 여지도 없이 퇴짜를 놓자 주민 기류가 바뀌었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한 뒤 1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주민 목소리가 높아졌다. 49층 안 강행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건축은 속도가 관건이다. 35층으로 낮추면 사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49층을 강행하면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해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추진위가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낮추는 안건을 투표에 붙인 이유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은마는 2003년 추진위를 구성한 뒤 재건축 추진만 14년째다. 안그래도 지지부진했는데 49층을 고집하면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은마 주민들이 49층 재건축을 고집해 온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수익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재건축은 건축 규모를 결정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이 수익성을 좌우한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압구정 등 다른 단지에도 영향 줄 듯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과 재건축 후 용적률 차이가 클수록 일반분양분이 늘어 분양 수입이 증가한다. 일반분양 수입이 많으면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초고층으로 지으면 분양가도 올라가고, 재건축 이후 아파트 시세도 주변보다 높게 형성된다.
 
문제는 현재 은마아파트 용적률이 197%로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추진위는 35층으로 재건축하더라도 재건축 목표 가구수는 49층 6054가구와 비슷한 5905가구로 가져갈 계획이다.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겹겹이 규제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는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조합 설립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등 진통이 예상되는 절차도 남았다.
 
그동안 초고층 재건축을 고집해온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은마처럼 35층으로 굽히고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 아파트(1~8차·10·13·14차)가 대표적이다. 4355가구 규모로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은 최대 45층 높이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주민 의견과 35층 룰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부딪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은마와 마찬가지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강변에 있는 서초구 반포동·잠원동 등 재건축 층수가 모두 최고 35층 이하로 결정됐고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가 당초 45층 높이로 재건축 계획을 제안했다가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35층으로 낮췄다. 여기에 요지부동했던 은마아파트까지 서울시 방침에 따라 초고층을 포기하면서 압구정 단지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압구정 재건축은 35층 이내로 신청해야 심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압구정 재건축의 경우 은마·반포와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상당수 주민이 여전히 반발하는데다 아파트 노후화 정도도 다른 곳에 비해 덜해 재건축이 시급하지 않아서다.

구현대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압구정 신현대·미성 등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지라 여유가 있다. 당장 35층 층수 제한을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마는 강남권 초고층 재건축의 바로미터였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압구정동 구현대 아파트를 비롯해 그동안 초고층 재건축을 고집해 온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은마처럼 35층으로 재건축안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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