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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전보다 2억원 정도씩 뛰어
지난해 연말 주택시장에 강남의 반란이 일어났다.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웅크려 있던 강남이 강도 높고 촘촘한 규제의 그물을 뚫었다. 정부가 기를 쓰고 꺾으려던 ‘강남 불패’의 불패를 다시 한 번 더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의 색깔이 달라졌으며 주택정책이 급회전했지만, 주택시장의 선두 격인 강남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역대 최강급’으로 꼽히는 8·2부동산대책 이후 잠시 수그러들었던 강남 기세가 지난해 12월을 지나면서 완전히 되살아났다.  
 
10월부터 가격이 살아나는 것 같았으나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아 호가(주인이 부르는 가격) 중심의 불안정한 상승세로 보였다. 그러다 12월 들어 거래가 완연히 펴면서 거래와 가격이란 두 다리로 꼿꼿하게 일어섰다.   
 

▲ 서울 강남권에 공사 중인 아파트. 정부의 온갖 규제에도 강남 집값 상승세가 거침 없다. 올해는 어떨까.


12월 들어 거래량·가격 2006년 수준
 
서울시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8200여건으로 한 달 전보다 23% 늘었다. 강남권 3개 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1300여건에서 1800여건으로 급증했다. 강남구가 50% 넘게 늘었고 강남권 전체로도 34% 증가했다.    

분양권 거래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울에서 총 540건이 거래되며 11월보다 74%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강남권은 11월 40건에서 164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12월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과 분양권 거래 건수는 이전 집값이 많이 오르던 활황기 못지않다. 매매량이 2000년대 초·중반 집값 절정기였던 2006년이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다시 정점에 달한 2015년 수준과 맞먹는다. 2006년 강남권 거래량이 1800여건이었고 2015년에도 1800여건이었다.
 
분양권 거래량 역시 1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4년 12월 158건이었다.        
 
가격도 기록 경신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2015년을 뛰어넘어 2006년 수준이다. 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송파구가 2%가 넘는 2.34% 올랐고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1.7%, 1.46% 뛰었다.  

재건축·일반 아파트 기록 경신 중
 
거래량뿐 아니라 가격 상승세에서도 2006년 수준을 보였다.  
 
가격은 재건축 단지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에서도 모두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초고층 건립 확정으로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는 송파구 잠실5단지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잠실5단지 110㎡(이하 전용면적)가 12월 중순 18억6000만원에 거래됐디. 11월보다 실거래가격이 1억원가량 올랐다. 8·2대책 전에는 17억원을 밑돌았다.  
 
초고층을 포기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도 가격은 치솟았다. 94㎡가 지난해 11월 14억원을 돌파한 14억2000만원이었다, 8·2대책 전에는 13억 원대였다. 8월 이전 14억 원대였던105㎡는 16억원까지 뛰었다.
 
일반 아파트 오름세 역시 만만찮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59㎡가 11월 말 15억9000만(24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26층이 14억6000만에 거래 됐다. 84㎡가 12월 초 20억원을 넘긴 20억5000만이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는 2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도 59㎡가 12억원을 넘어 12억3500만원까지 거래됐다. 84㎡는16억 원대까지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도 12월 초 14억8000만원까지 거래되며 15억 원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분양권 가격도 비슷하다. 8·2대책 전 8억원 선이던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59㎡가 10억원 위로 올라섰다. 같은 단지 84㎡는 12억7000여만원까지 거래돼 13억원을 노리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가 18억원을 돌파했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84㎡도18억 원대에 들어섰다.   
 
새해 규제 강화 앞두고 '밀어내기 큰 장'
 
12월 강남권 거래 급증은 새해 고강도 규제 본격 시행을 앞둔 ‘반짝’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새해 4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앞서 1월부터 과세표준 3억원 이상의 양도세율이 2% 포인트 오른다. 대출 문이 더욱 좁아지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가 1월 말부터 시행된다.  
 
특히 분양권은 새해부터 양도세가 중과(50%)된다. 세율이 뛰면서 같은 양도차익의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 분양 받은 지 2년이 넘은 분양권의 웃돈이 1억원일 경우 지난해까지는 양도세가 1900여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두 배가 넘는 4800여만원에 달한다.
 
12월에 ‘막판 밀어내기 큰 장’이 선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새해 들어 강남권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말 입주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 1만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올해부터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분양권 전매가 급증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새해 강남권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각종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더라도 꺾이지는 않을 것 같다.    
 
수요 감소보다 공급 더 줄어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 버팀목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입주물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공급)보다 찾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양도세 중과 등 각종 규제로 투자수요가 빠지면서 강남권 주택시장도 실수요 위주로 재편됐다. 지난해 8·2대책에 따라 지난해 8월 말부터 투기지역인 강남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면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한다.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이 한 건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여러 개인 다주택자가 추가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무주택자이거나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 정도만 강남권에 집을 구매할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로 주택 매수의 범위가 제한되면서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똘똘한 한 채’가 이제는 강남권에서 재연되고 있다. 어차피 한 채밖에 살 수 없다면 수요가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블루칩’에 쏠릴 수밖에 없다.  
 
나중에 팔 때의 양도세를 생각하면 1주택자는 2년을 거주해 비과세 혜택을 받거나 거주하지 않을 경우엔 오랫동안 보유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 게 유리하다. 1주택자는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에서 제외하는 공제율이 80%에 달해 비과세나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이 ‘똘똘’했다. 중대형 인기가 시들한 요즘엔 ‘강남’이 똘똘한 한 채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서도 추격 매수를 하는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매물 동결 효과'
 
정부가 당장 강남 집값을 억제할 방법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강남 수요가 얼어붙고 매물이 확 늘어날 것 같지 않아서다.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더라도 강남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떨어지는 다른 지역의 집을 내놓을 것이다. 양도세 중과가 ‘매물 동결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규제는 물론 시행을 앞둔 대책도 강남권 매물 증가를 유도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8월 3일부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조합 설립 인가가 난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끊긴 것도 강남권 매물 품귀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상 보유 등 일부 예외적으로 거래가 허용되지만, 매물보다 수요가 많을 것이다. 워낙 귀한 매물이어서 가격이 더 뛸 수 있다.   
 
집값 상승분의 일부를 국고로 환수해 재건축 투자성을 떨어뜨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약발이 크지 않다. 사업 초기 단지들에 적용되는데 현재로썬 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을 예상하기 어렵다. 부담금을 결정하는 준공 예정 시기와 분양가, 앞으로의 집값 상승률 등을 짐작할 수 없어서다.

반대로 환수제에 따른 사업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집 주인이 부담금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 매도자가 양도세를 가격에 더하는 것처럼 말이다. 환수제 대상인 잠실5단지, 은마 등의 거침 없는 가격 상승세를 보면 환수제 걱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에 반해 시장 열기를 끄트리지 않는 재건축 재료는 아직 남아 있다. 올해 압구정동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은마·잠실5단지 등의 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로 다른 재건축 단지의 문이 닫힌 가운데 일부 재료가 시장을 들썩이기에 충분하다.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를 분양시장이 분산하지도 못한다. 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여서 전용 85㎡ 이하는 100%, 85㎡ 초과는 50%를 청약가점제로 뽑는다. 무주택자가 아니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길이 매우 좁다. 분양권 전매 금지로 인해 분양권을 사지도 못한다.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자립형사립고(자사고)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자사고 등 우선 선발권 폐지에 반발했다.

여기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부가 강남권을 억제하는 주택정책과 엇박자 행보를 보여 한편으론 주택 수요가 늘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는 교육정책 말이다. 불확실성이 짙어진 특목고 등의 진학을 포기하고 강남권 명문 일반계고로 학군 수요가 몰리게 된 것이다.   
 
입주 늘지만 멸실 주택이 더 많아
 
입주 변수도 크지 않다. 강남권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2만 가구로 예년보다 꽤 늘어난다. 올해 말 예정인 1만 가구 정도의 송파헬리오시티 입주가 큰 몫을 차지한다.  

입주물량 증가가 시장에 공급량을 늘리는 데 일조하겠지만, 강남권에 없어지는 주택도 많다. 재건축 철거 물량이다. 현재 강남권에는 4만 가구가량이 재건축 철거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2~3년에 걸쳐 철거될 것으로 예상한다.  
 
4만 가구는 예년에 한 해 서울에서 멸실되는 전체 주택(2만여 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재건축을 위한 이전의 대규모 철거와 다른 점은 현재 재건축 공사를 앞둔 단지들은 집 크기가 중소형 이상이라는 것이다. 상당수 전세 시장을 압박하겠지만 일부는 매매수요로 돌아설 수도 있다.  
 
강남권 주택시장 압박을 위한 무기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강남권을 겨냥한 채 아직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단지 등 강남권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높았지만 앞서 10~11월 서울 물가가 연속해 하락하는 바람에 상한제 적용 기준이 되는 10~12월 3개월간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다. 이 기간 강남권 집값은 상승했다. 청약경쟁률 등 상한제 정량 요건을 따지면 강남권 3개 구 모두 상한제 후보가 된다.  
 
정부는 강남권 주택시장을 모니터링하고만 있다며 상한제 적용을 미루고 있어 올해도 적용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런데 상한제는 분양가 규제 장치여서 기존 집값을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한제로 분양가가 내려가면 청약경쟁이 더 치열해져 되레 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권을 염두에 두고 다주택자 위주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를 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유세 인상이 집값 억제할지 불확실
 
보유세 역시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존 집을 팔게 하기는 쉽지 않다. 세금보다 집값이 오르면 훨씬 더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보유세를 많이 아낄 수도 있다.  

지난해 연말 다시 한껏 달아오른 강남권 주택시장 열기가 올해 다소 주춤할지 몰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매물이 늘고 가격이 잡힐지는 불확실하다. 주택시장 사방에 강남권을 위협하는 목소리만 높고 정작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정부의 온갖 규제가 낳는 역설일 수 있다. 현 정부의 강남권 규제 교과서인 노무현 정부 때 정부가 그렇게 억제하려 한 강남권 집값이 강북이나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올랐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지난해 8·2대책 직후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새해에도 강남은 여전히 식지 않은 뜨거운 감자이고 정부는 만만찮은 상대의 샅바를 꽉 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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