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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책, 왜 안먹히나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건지, 올리겠다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네요."
 
한국감정원의 지난달 부동산 통계를 본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의 반응이다. 서울 강남 4구의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16.7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 당연히 집값은 오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취임 후 9개월여 동안 6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강남 집값이 꺾이긴커녕 더 뜀박질하고 있다. ‘집값 상승→규제 발표→집값 주춤→집값 재상승’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부동산 정책은 물론 시장 움직임까지 노무현 정부 때와 판박이여서 ‘노무현 정부 시즌 2’라는 말까지 나온다. 
 
융단폭격식 규제책이 오히려 강남 선호현상을 심화한다. 올 4월 부활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주택 보유 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6~40%의 양도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4월부터 2주택자에게 기본세율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의 세율을 더 부담시킨다. 양도차익의 50%(2주택 보유자)에서 60%(3주택 이상 보유자)까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다주택자가 주택 여러 채를 정리하고 한 채만 남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 아파트는 팔되 집값 등락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작은 강남 아파트는 움켜쥐거나 더 사 정작 강남권 매물은 늘지 않는다.
 
서울 성북구와 서초구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 가진 직장인 김대훈(49)씨는 지난해 12월 성북구 집을 팔았다.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서초구 아파트는 팔 이유가 없다. 집값이 더 올라갈 것 같고, 집을 팔아도 저금리 때문에 투자할 곳이 없어 갖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금 많은 강남, 대출규제도 안먹혀

이왕 한 채만 보유해야 한다면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큰 강남권을 찾는다. 노원구 을지공인중개업소 서재필 대표는 "최근 매도 상담을 받아 보면 강북 집을 팔고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1가구 2주택자 규제는 강북 지역 두 채를 합한 것보다 고가인 강남 1주택자가 유리한 구조"라며 "강남권 매물은 늘지 않고 대신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강남권 수요만 더 증가했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추진 단지의 거래를 막은 것도 한몫한다. 수요는 넘치는데 매물(공급)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와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 거래가 사실상 막히자 조합이 아직 꾸려지지 않은 강남구 압구정지구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장미아파트 등에 매수세가 몰린다는 게 업계 얘기다.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전용 196㎡는 지난해 7월만 해도 37억원에 팔렸으나 최근 4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반포에서 거래 가능한 재건축단지가 별로 없어 압구정으로 넘어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제) 시행으로 강남권 주택 공급이 줄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긴 것도 수요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규제 역시 강남권에선 ‘약발’이 안 먹힌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서울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낮추고 강남 4구 등 투기 지역 내에선 주택담보대출을 1가구당 1건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자영업자인 최모(53)씨는 이달 초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전용 59㎡ 아파트를 11억원에 샀다. 전세(보증금 7억원)를 끼고 샀기 때문에 자기 돈은 4억원밖에 들지 않았다. 최씨는 "큰돈이 들지 않아 은행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에선 대부분 전세를 주고 집을 사는 데다 자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자가 많아서 그런지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못 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지난주 이후 고강도 세무조사, 재건축 연한 확대 검토에 이어 재건축단지에 ‘부담금 폭탄’을 예고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반작용으로 강남권 신축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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