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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주거문화 ②공간 공유
10년 전 청년 셋은 아파트 방을 빌려주는 사업을 구상했다. 사업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의도였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업계엔 베드앤브랙퍼스트, 카우치서핑, 홈어웨이 등처럼 집이나 공간을 임대해주는 쟁쟁한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이 이미 있었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임대사업은 훗날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의 존립을 뒤흔드는 강자로 떠올랐다. 집에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얘기다. 에어비앤비는 후발주자였는데도 무엇이 달랐던 걸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공간 공유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에 열쇠가 있다고 분석한다. 여행길에 낯선 사람 집에 머물던 옛 여행의 맛을 일깨워줬다는 것이다. 호텔 체인에 가려져 잊혀진 현지 문화체험과 인간관계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공간 공유 개념은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새로운 한 축을 형성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살며 마음 나눠
 
공간 공유 개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셰어하우스는 개인공간을 줄이고 공동공간을 넓혀 생활의 질을 높이는 개념을 적용한 공유주택이다. 개인공간은 잠자는 방 정도만 남기고 거실·서재·세탁실·욕실·주방·화장실 등은 입주민 여럿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형태다.
 
기존 고시원이나 독서실과 다른 점은 셰어하우스가 입주자들이 서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교류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고시원과 독서실도 공간을 나눠 쓰지만 함께 밥을 먹거나 소통하기엔 어려운 환경이다.
 
셰어하우스는 요즘엔 가전제품은 물론 조리도구까지 갖춘 풀 옵션 주방, 여럿이 모임과 행사를 즐기는 개방형 휴식공간, 독서·학습용 서재·공부방 등 다양한 공간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심지어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카페까지 마련해 사람들 간에 교류를 북돋는 환경을 제공한다. 셰어하우스에서 불고기파티·벼룩시장·동호회·공연 같은 다양한 친목행사들이 열리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이 같은 셰어하우스의 특징은 이용자의 성향과 필요와도 잘 맞는다. 셰어하우스 수요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20~30대 젊은 독신자가 대다수다. 외로움·불안 같은 감정적 고립이나 여성의 생활안전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1인 가구 대안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 서울 여의도 전용면적 156㎡ 아파트 셰어하우스에서 입주민들이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취직한 이민주(28·여)씨는 “여자 혼자 원룸에 살 땐 무서워서 배달음식도 주문하기 어려운데다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과 관리비·난방비·인터넷·생활용품 등 고정지출까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며 “난방이나 집수리 등의 문제로 집주인과 다투기까지 하면 심적·비용적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거비용만 단순 비교하면 셰어하우스가 전에 살던 원룸보다 다소 비싸지만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며 “낯선 타지에서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는 심리적 만족감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덤”이라고 덧붙였다.
 
셰어하우스는 대학생들에게도 주거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기준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의 기숙사 월거주비는 1인당 30만원 중후반대 수준이다. 결제도 현금만 가능하다. 기숙사는 출입시간 같은 주거규율, 선·후배 관계, 취사시설 미비 등으로 집단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불편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셰어하우스는 그보다 저렴하고 룸메이트와 나눠내면 부담금이 더 줄어든다. 사생활과 개인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고립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1인당 주거사용면적도 통상 4인 1실로 비좁은 기숙사와 달리 셰어하우스는 거의 펜트하우스급이다.
 
셰어하우스, 기업형 운영·서비스로 진화
 
이처럼 셰어하우스는 공간 공유 기능 외에도 친목 교류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엔 개인이 하숙집처럼 운영했으나 지금은 전문기업들이나 건축설계사들이 나서서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셰어하우스 전믄운영기업인 우주(WOOZOO)는 취미·관심사가 비슷한 입주자끼리 연결해 함께 살도록 테마형 셰어하우스를 선보이고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입주자들이 모인 집에는 서재를, 요리를 좋아하는 입주자들의 집엔 텃밭과 주방을, 영화 애호가들 집엔 빔프로젝트를 마련해주는 식이다.
 
외국계 기업인 보더리스 하우스(borderless house)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 생활환경이 지구촌 분위기다. 대만·일본 등 아시아 3개국에서 12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서울 대학가와 강남에 주로 포진해 있다.
 
서울시보조사업자인 드로우 주택협동조합은 2년 전 단비 하우스를 선보인 뒤 지금까지 연희·성내·쌍문·숙명여대·신길 등지에 셰어하우스를 잇따라 열었다. 화사한 디자인과 방역·보안·정수기·세제·관리·수리 등 세심한 서비스로 젊은 층의 마음을 사고 있다.
 
또 다른 공유주택기업 머물공은 서울 마포와 서대문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를 2~4인실 셰어하우스로 꾸며 내놓고 있다. 신촌·광화문·여의도를 오가는 대학생·직장인 수요를 대상으로 한다. 헬스클럽·상가 등 아파트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대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을 통해 지난해 3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인 커먼타운을 선보여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쉐어하우스 플랜A(PLAN A)를 운영하는 컴앤스테이(Come&Stay)는 셰어하우스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운영한다. 이곳에선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회적주택인 빈집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원하는 허그(HUG) 셰어하우스 등도 소개한다. 

▲ 1인 가구들은 셰어하우스를 통해 거실뿐 아니라 주방·화장실까지 공유하기도 한다. 가족 단위의 가구가 한 건물에 살면서 거실 형태의 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다.


 
젊은 건축가들로 이뤄진 서울소셜스탠다드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과 강남구 역삼동에 셰어하우스 위드썸씽(withsomething)을 선보였다. 1층 공유 오피스, 2층 공유 문화공간 등을 갖춰 더 진화한 형태의 셰어하우스다.
 
서울소셜스탠다드의 일원인 건축가 김민철씨는 “셰어하우스는 세입자들의 피난처라기보다 이웃과의 교류에 초점을 둔 주거형태가 돼야 한다”며 “입주 희망자 중 최소 6개월 넘게 거주할 자로 가려 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셰어하우스 시장 규모는 최근 3년 새 7배 정도 급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형 셰어하우스
가 서울에만 1500여 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셰어하우스와 비슷한 또 다른 주거문화로 함께 산다는 뜻의 코리빙(co-living)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 검암역 인근 빌라촌, 우리동네사람들은 1~2인 가구들이 모여 만든 생활공동체다. 이들은 주거비 절감이라는 단순 목적에서 한발 더 나아가 텃밭 운영, 생활 협업 등을 통해 자립자족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는 7년 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선보인 1호 주택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과천·부천 등 10호까지 늘어났다. 수요가 몰리면서 컨설팅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유주택 건축 경험을 나눠주고 있다. 소행주는 여러 가구가 모여 같은 건물 안에 자신의 생활양식에 맞춰 서로 다른 형태로 공간을 설계한 형태다. 가구별로 주거공간이 독립돼 있고 다목적실·창고·공부방·공방·텃밭 등은 함께 쓰는 구조다.
 
기업 창업·네트워크 공간, 공유 오피스
 
공간 공유 개념은 오피스 시장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는 사무실 임대뿐만 아니라 청소·관리에서부터 세무·법무 등 입주 기업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다른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과 커뮤니티도 조성해준다. 입주한 기업들끼리 네트워크를 다지도록 CEO모임, 모바일 제작자 미팅 같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주는 식이다.
 
공유 오피스는 IT벤처기업들이 판교로 떠난 강남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데다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어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보육센터를 갓 졸업한 신생 벤처기업들(스타트업)이 애용한다.
 
공유 오피스 시장도 전문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외국기업으로 위워크와 디이그제큐티브센터가, 토종기업으론 르호봇, 토즈, 패스트파이브 등이 있다. 최근엔 현대카드 같은 대기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 굿비즈처럼 공유 오피스 정보만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문을 열었다. 공동작업실·회의실·연습실·공연장·다목적홀·스튜디오·파티룸 등 이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심지기 당일 일하기 좋은 카페까지 안내해준다.
 
공유 오피스 임대료가 부담스럽거나 단시간만 이용한다면 카페형 협업 공간이 대안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카우앤독(Cow&Dog)의 경우 크기별로 다른 5개 회의실, 50명까지 수용하는 컨퍼런스룸, 전화업무 부스, 샤워실 등을 갖춘 카페 형태의 업무공간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업자등록 주소로 쓸 수 있는 사서함과 사물함도 제공한다. 

 

▲ 한때 공장 밀집지역이었던 서울 성수동에 창업가들을 위한 협업 공간 ‘카우앤독’이 문을 열었다. 이 건물 1층 카페에선 예비창업가들이 맛좋은 커피를 저렴하게 마시며 일할 수 있고 사업자등록을 하면 주소지로 쓸 수 있는 사서함도 있다. ‘단골’ 이용자들끼리는 친구가 돼 창업 정보와 고민을 나눌 수도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마루180(MARU 180)에선 1만원만 내면 하루 종일 24시간 동안 1층 코워킹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마루180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로 2~5층은 심사를 통과한 스타트업들이 입주한 사무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부동산시장에선 공간 공유 사업을 임대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자산관리 전문기업인 한화63시티의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 주거비 부담 상승, 실질근로소득 감소, 주택임대시장의 월세 위주 재편 등 시장상황의 변화로 공유 주택 시장이 일본과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보편적인 주거형태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관련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기존 주택 임대와 달리 세입자의 확인과 주의사항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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