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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주거문화 ③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과거엔 상대적인 외형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엔 그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집단적 목표 지향, 위계질서, 상대평가 비교우위 등을 앞세우던 사회분위기에 피로를 호소하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자아 성취, 평등적 관계, 개인 행복지수 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는 소비문화에도 반영돼 주거편의를 향상시키는 기능성, 스타일링, 여가ㆍ휴식 같은 실속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슬로컬리제이션(Slowcalization 도시에서 느리게 사는 삶), 오캄(au calme 집 근처를 거닐며 차분하게 사는 삶), 휘게(Hygge 편안하고 안락한 삶), 욜로(You Only Live Once 자신의 현재 행복을 중시하는 소비태도) 등. 작지만 현실적인 개인의 행복감을 나타내는 유행어들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집이 사무실ㆍ휴양지로, 인식의 전환

이런 경향은 주택시장에선 작게는 규모를 줄이고 용도를 바꾸는 기능성 인테리어에서부터 맞춤형 주거 서비스, 주거비 절감 시스템, 정보통신 주거설비 등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주거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는 하드웨어보다 공간을 ‘편리하고 똑똑하게’ 바꾸는 소프트웨어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산업화 시대엔 단순히 먹고 자는데 머물렀던 주거공간 기능에 오늘날엔 여가, 일, 문화 등 다양한 쓰임새가 추가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에코세대(echo boomers)로 불리는 1980~90년대생이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을 이룰 10여 년 뒤엔 이 같은 기능성 실속형 주거문화가 주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에코세대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여가문화를 누리는데 관심이 많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공간 활용을 위한 기능, 에너지 사용 절감, 자연 친화 주거환경, 생활유형에 따른 맞춤과 스타일링,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등 주택 사용가치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주거문화의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시작됐다. 작게는 집 안의 공간 기능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TV와 소파가 꿰찬 거실, 살림살이 가득한 침실 등 그 동안 공식처럼 고착된 공간들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취향이나 용도에 맞춰 카페형 거실, 미니 서재, 가족 교류의 장, 놀이공간 등으로 꾸미는 것이다.

▲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사이트ㆍ블로그ㆍ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활용한 원격근무, 소자본 창업, 투잡 등 다양한 직업군이 생기면서 주거공간의 기능도 다양화되고 있다. 집에서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재택근무 모습(왼쪽)와 주거공간의 일부를 공부방으로 창업한 모습.


집의 일부를 작업ㆍ파티ㆍ창작 등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으로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노트북ㆍ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나 리모트 워커(Remote Worker) 같은 원격근무, 소자본 창업, 투잡족 같은 직업군이 늘면서다. 예를 들어 사이트ㆍ블로그ㆍ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온라인 활동을 주업으로 삼는 블로거와 유튜버는 집의 일부를 스튜디오나 실험실 등으로 꾸미는 식이다.

인도어 라이프(Indoor)의 유행도 이 같은 변화에 한 몫 한다. 아웃도어(out door)와 반대되는 의미로 집 안이나 집 주변에서 즐기는 활동이다. 체험형 쇼핑, 온라인 게임, 홈 바캉스, 홈 가드닝(Home Gardening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활동) 등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집(Home)과 유희(Ludens)를 합성한 ‘홈 루덴스’,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를 합친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집이나 사무실 책상을 힐링 공간으로 꾸미는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 라는 신조어들이 생겨날 정도다. 가상현실(VR)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이 같은 변화와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거기능의 개인 맞춤 상품화

이에 발맞춰 내부 공간을 수월하게 바꿀 수 있는 주택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내부 벽면을 변경ㆍ해체할 수 있는 무량판 시공, 구조ㆍ골격은 그대로 두고 외장ㆍ내장ㆍ설비 등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주택, 움직이는 벽 등이다. 기능이 단순하고 공간만 차지하던 가구들도 형태를 바꾸거나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일명 ‘트랜스포머(transformer)’ 가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주택기술이나 가구의 변신은 가족 구성, 공간 활용, 용도 등의 변화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부에선 애완동물 애호가들을 위한 맞춤형 주택도 등장했다. 경기도 의왕에서는 반려견 놀이터를 갖춘 아파트가, 경기도 용인과 남양주에선 애완동물 전용 전원주택이 각각 선보였다. 애완동물의 오물과 흠집에 내구성이 강한 자재, 미끄럼을 방지하는 코팅 바닥, 오물 배출이 수월한 광폭 배수관, 애완동물 전용 출입문 등이 시공된 집이다.

주거생활에 필요한 편의 제공을 하나의 사업으로 특화한 레지던스 서비스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이용금액을 지불하면 청소ㆍ세탁 같은 하우스 키핑 서비스에서부터 애완동물 관리를 비롯해 심부름ㆍ구매대행ㆍ육아 등 일상의 번거로움을 집사처럼 대신 해주는 서비스다. 즉 생활기능을 ‘아웃소싱(outsourcing 기업 업무의 일부를 경영효율을 위해 제3자에게 위탁ㆍ처리)’하는 것이다.

▲ 생활 편의와 주거 기능을 아웃소싱해 입주민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는 ‘레지던스’ 주택상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잠실에 문을 연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선 컨시어지에서부터 쇼핑ㆍ식사ㆍ보안에 이르기까지 레지던스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 호텔식 서비스 상품으로 만들어 고급 수요를 유치하고 있다. 시그니엘 레지던스에서 제공하는 셰프가 요리한 식사(위)와 부대시설의 하나인 수영장 모습. [사진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레지던스 서비스는 호텔에서 숙박객에게 제공하던 서비스였으나 다양한 가사와 접목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업체간 품질 경쟁 상황까지 발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롯데월드타워는 부호들을 위한 최고급 상품으로 내놨다.

롯데월드타워는 가장 높은 지상 123층 복합건물로 주거ㆍ비지니스ㆍ쇼핑ㆍ레저ㆍ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모두 갖춘 수직도시다. 이곳 42층~71층에 들어선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최고급 마감재로 시공된 것은 물론 호텔식 컨시어지에서부터 쇼핑, 사생활 보안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심지어 호텔 셰프가 주거공간을 방문해 요리를 직접 해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고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똑똑한 하우스’로 실속을 챙기려는 기호 변화가 일고 있다”며 “집값 급등에 따른 격차와 소득의 불균형이 커지면서 악화된 시장 분위기도 이 같은 수요 변화의 한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주거 서비스 관련 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분양 위주인 현 부동산시장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생활 서비스와 만난 주택임대사업

건설사, 시행사 등은 이러한 레지던스 서비스를 접목한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를 통해 분양 위주에서 벗어나 세입자 관리에서부터 청소ㆍ택배ㆍ육아ㆍ자동차 등 다양한 주거 서비스로 주택사업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이를 위해 해당 서비스 관련 기업들과의 합종연횡 제휴에도 나서고 있다.

KT의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는 2년 전 임대주택 브랜드 ‘리마크빌(Remark VILL)’을 출시했다. 옛 전화국 부지에 소형 주택을 지어 빌려주는 기업형 주택임대 사업이다. KT에스테이트는 이를 위해 일본 임대주택운영관리기업인 다이와리빙과 합작했다.

리마크빌 내부엔 스마트우편함ㆍ무인택배함ㆍ인터넷ㆍ와이파이ㆍIPTV 시설을 갖추고 있고 청소ㆍ세탁에서부터 팩스ㆍ복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마크빌은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2230여 실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엔 부동산 개발기업 신영이 임대주택 브랜드 ‘지웰홈스(GWell Homes)’를 출시, 서울 동대문에서 275실 규모의 아파트형 원룸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이 지웰홈스 동대문은 싱가포르 부동산자산운영사인 ARA와 공동출자한 주택임대 리츠가 사업주가 되고, 신영에셋이 임대 관리ㆍ운영을 맡는 구조다.

이어 코오롱글로벌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도 임대주택 브랜드 ‘커먼라이프(COMMON Life)’를 만들었다. 올 하반기에 강남 역삼동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앞서 서울 11곳에서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임대주택(셰어하우스) ‘커먼타운’을 운영 중이다.

▲ 건설사ㆍ시행사 등 부동산 개발기업들이 레지던스 서비스를 접목한 주택임대관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택사업 영역을 분양 위주에서 주거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투시도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모습. 왼쪽부터 KT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롯데자산개발의 ‘어바니엘’, 신영의 ‘지웰홈스’.


롯데자산개발은 올해 초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403실 규모의 주거ㆍ상업 복합시설을 짓고 주택임대 서비스 ‘어바니엘(Urbani L)’을 시작했다. 가구별 청소는 물론 24시간 콜센터 운영, 공유차량 제공, 가전 대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자산개발은 이 레지던스형 임대주택 상품을 2020년까지 서울 도심 역세권을 중심으로 9000여 실을 공급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롯데카드ㆍ롯데하이마트 같은 그룹 계열사와 손잡고 지난 3월 부동산 종합서비스 플랫폼 '엘리스(Elyes)'를 내놨다. 세입자에게 멤버십카드를 발급해 임대료ㆍ관리비 납부, 청소, 아이 돌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우건설도 지난 2월 부동산 종합 서비스 '디앤서(D.Answer)'를 출시해 화성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에 처음 적용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은 계약현황ㆍ임대료ㆍ공과금ㆍ보증금 등 주거 정보를, 임대인은 공실ㆍ임대료ㆍ임차 등 관리 정보를 각각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부동산업체들과 협력해 서비스 정보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주택의 거주성뿐만 아니라 첨단기술ㆍ친환경을 갖춘 기능성, 임대사업에 활용 가능한 이용성 같은 기능과 가치를 중시하는 수요자들의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가격과 아파트 위주로 모든 가치를 평가 받는 현 주거문화가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한편에선 이 같은 하드웨어적 시각에서 벗어나 자아를 표현하고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누리는 소프트웨어적 가치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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