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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마감재·조망·부대시설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2013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당시 헐리우드 최고의 톱스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캐리 멀리건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개봉 전부터가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개봉 후 여러가지 분야에서 ‘이야기의 소재’가 됐다. 특히 사회학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명확했다.  미국 사회의 오랜 전통인 '하이 소사이어티 이너서클'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게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영화의 배경 공간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한 마을(타운). 이곳에는 작은 만(灣)을 사이에 두고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라는 두 마을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런데 신흥 부자들이 사는 웨스트 에그에서 정체 모를 남자가 이사를 와서 매일 밤 집에서 한 파티를 벌인다. 그의 이름은 제이 개츠비(Jay Gatsby).

사실 그는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사랑을 위해 신분상승을 쫓는 야심 만만한 인물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캐리 멀리건 분)는 상류층 여인이다. 데이지와의 결합을 통해 하이 소사이어티 이너서클로의 진정한 편입을 꿈꾸던 개츠비는 밀주사업과 채권사기 등 불법으로 돈을 모은다. 그리고 마침내 데이지가 사는 부자 동네에저택을 마련할 만큼 부자가 된다.

그가 대저택에서 매일 벌이는 떠들석한 파티에는 수십 대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참석한다. 하지만 개츠비의 신분상승에 대한 열망은 데이지와 남편 톰 뷰캐넌으로 인해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데이지와의 결혼을 통해 진정한 상류층(하이소사이어티 이너서클)로의 신분상승을 꿈꿨던 개츠비에게 대저택(하드웨어)도, 화려한 파티(소프트 웨어)도 결국 그의 꿈을 실현시켜주지 못했던 셈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보여줬던 미국의 사회공학적인 단면은 그대로 국내 상류층에서 현실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국내 신흥부자들이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타워팰리스, 갤러리아포레 등과 같은 고급주택을 분양받는 배경에는 '그들만의 리그'(하이소사이어티 이너서클) 편입을 통해 진정한 상류층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급주택으로 몰리는 '그들만의 리그'

이런 열망은 국내 주택문화의 발전 과정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닭장식 '판상형 아파'트에서부터 시작된 국내 이너서클로의 편입에 대한 열망은  '타워형 주상복합'을 거쳐 호텔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급 레지던스'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가들에 따르면 1970~80년대의 판상형 아파트 단지가 1세대, 2000년대 후반 주차장을 모두 지하화해서 지상을 모두 공원으로 꾸미고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단지가 2세대라면,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기는 옥상의 ‘인피니티 풀’, 동과 동의 최상층을 연결한 ‘스카이 브리지’, 실내 워터파크, 아이스링크, 공연장 등 특화 아이템을 갖추고 호텔급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고급 주거단지가 바로 3세대라는 것이다.
 
고급빌라 전문업체인 JPK리얼티 김재일 전무는 "3세대 주택의 특징은 입주자들끼리 동류의식을 공유하며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고급 부대시설이 대거 조성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공사가 선정된 서초구 반포의 주공1단지와 한신4지구 등 강남권의 고급 재건축?재개발단지에서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실외 인피니티 풀, 스카이 브리지 등 특화설계 아이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은 바다 또는 하늘과 이어지는 것처럼 설계되어 시각적으로 경계가 없는 듯한 수영장이고, ‘스카이 브리지’는 고층 전망대 및 라운지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서, 보통 고급 리조트 및 호텔의 품격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서울 송파구의 파크하비오 아파트?오피스텔 단지에서는 실내 워터파크, 호텔, 극장 등이 있어 입주민 특별할인혜택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급주택 선택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고급 마감재·조망·부대시설 등 단순한 하드웨어나 호텔식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에 만족하지 않고 입주자들끼리의 커뮤니티 형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주택의 선택 기준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소득이 높을수록 신분이 보장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원한다. 서로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기 때문에 원활한 관계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비슷한 수준의 주택에서 비슷한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끼리 그드란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리잡으면서 최고급 주택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표 고급주택인 타워팰리스의 경우 국내 최상류층이 거주하며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옆에 위치한 ‘반트’라는 스포츠센터에서 서로 친분을 쌓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꽃꽂이, 노래교실 등 각종 소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 최고가의 아파트의 명성을 가진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갤러리아 포레’도 입주자 부녀모임을 비롯, 승마나 테니스, 골프동호회 등 입주민의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 결혼도 같은 커뮤니티 안에 있는 비슷한 경제적 배경을 가진 회원과 이루기 위해 교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침체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고급주택
 
이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최근 분양한 고급주택은 가격에 상관없이 날개돋힌듯 팔리고 있다. 지난 7월 임차인을 모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의 경우 임대보증금이 최소 33억원, 최고 48억원에 달하는 고급 임대주택임에도 불구하고 1800여명이 신청해 평균 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임대보증금이 4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7조원이 넘는 시중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셈이다.

지난해 3.3㎡당 최고 분양가(4750만원) 기록을 세운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도 순조롭게 청약을 마쳤다. 지난해 8월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277가구 모집에 584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 2.1대1을 기록했다. 특히 분양가가 62억5410만원에 달하는 전용 273㎡ 펜트하우스 1가구에는 6명이 청약을 신청해 화제가 됐다.
 
분양시장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고급주택는 거래가 잘되는 편이다. 최근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17㎡가 45억~48억원에 거래됐다. 고급 단지일수록 집값 상승률도 높게 나타난다.
'그들만의 리그' 형성이 가능한 고급 단지에 상류층이 몰리면서 업체들도 하이소사이어티 이너서클 편입을 꿈꾸는 고급 주거시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지상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 내 44층~71층에 들어서는 최고급 레지던스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선보였다. 이 레지던스는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프라이빗 사우나, 갤러리 라운지, 레지던스 카페, 파티룸, 와인실 등을 제공해 입주민들끼리 스포츠, 사교, 문화,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인 ‘시그니엘 레지던스 클럽’을 갖춘다.
 
부산에서는 해운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엘시티(101층, 411.6m)에 제3세대형 고급주거시설인 엘시티 더 레지던스가 분양 중이다. 입주민들은 레지던스 전용 부대시설뿐만 아니라, 해운대의 온천수를 활용하는 워터파크와 인피니티 풀, 같은 랜드마크 최상층부의 스카이워크 전망대, 6성급 특급호텔 등 단지 안의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
 
엘시티 더 레지던스 관계자는 "슈퍼리치들끼리 그들만의 하이소사이어티 이너서클을 형성할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 국내 주택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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