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실수요자라면 더 기다렸다가 가을 찬바람에 우수수 쏟아질 도토리(급급매물)를 그냥 주어 담으면 된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 C씨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일만 남아 있으니 집을 사고 싶으면 좀더 기다렸다가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할 3월 이후 매입 행렬에 뛰어들라는 얘기다.
김현미 장관 "아직 집살 시기 아냐"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월 2일 공개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 5편에 세 번째 초청자로 출연해 “지금 집을 사도 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엄청나게 큰 폭으로 떨어져 집 없는 서민이 집을 살 수 있게 된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집값 폭락의 전조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이른바 '선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폭락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KB부동산이 11일(오늘) 발표한 올 1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해 12월보다 1.03% 하락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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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에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하락폭은 2012년 9월(-1.24%) 이후 최대치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두 연속 하락한 것은 2016년 12월~2017년 1월 이후 처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KB 선도아파트 50은 매년 12월 기준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대형 우량주만 뽑은 '코스피200'과 비슷한 지표다.
특히 4월 발표 예정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가 집값 폭락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에 아파트 공시가격이 최대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갭' 투자자들의 놀이터로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투기지역은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데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다주택자의 보유세 압박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주택들은 최근 집값 반등을 기다리면서 버티기에 들어서거나, 아니면 매물을 내놓을 시점을 저울질하는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결국에는 버티기보다는 손절매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4월 집값 하락 도미노 시작되나부동산시장에서는 '심리'가 중요한데 이미 투자자들의 심리가 경기침체,금리상승, 미중 무역갈등, 고강도 규제 등의 영향으로 완전히 꺾여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주택시장에 이사철 주택 구매 수요가 반짝 늘어나는 오는 3∼4월 쯤 보유 주택을 한꺼번에 쏟아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소위 '갭 투자자'들의 경우 보유세 강화에 대출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급매 물량을 대량으로 시장에 풀어놓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문제는 일단 급매 폭탄 물량이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붕괴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집값이 폭락하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전셋값 하락, 대출 규제, 금리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버티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손절매를 위해 매물을 급매로 쏟아내기 시작하면 집값 하락이 더 가팔라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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