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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보상금 풀리는 부동산시장 향방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에서 토지 보상비로 26억원을 받은 김모(57·김포시 장기동)씨. 그는 이 보상금으로 올 설 직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피스텔 2채 (10억원)와 일산신도시 지하철역 인근 상가 점포(9억원)를 매입했다. 나머지 7억원은 현금으로 은행에 예치해뒀다.

김씨는 "주변 땅값이 너무 오른데다, 규제가 심해 대토할 곳이 마땅찮다. 요즘에는 집값 전망도 불투명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냐 싶어 상가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택지지구나 산업단지 등의 개발사업으로 풀린 토지 보상금이 주변 신도시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과거 보상금이 대부분 인근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집값·땅값을 들쑤셔 놨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상금으로 40∼50억 이상을 받은 현지 거주인 중에는 토지나 서울 아파트가 아닌 주변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는 과거 보상금의 대부분이 주변 토지나 서울 아파트 등으로 유입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 2009년부터 약 6조원의 토지 보상금이 풀린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공사 모습. [사진 중앙포토]



토지나 강남 아파트보다는 월세 부동산 선호

부동산 계에 따르면 올해 공공택지·산업단지·뉴스테이·사회간접자본(SOC) 등에서 풀릴 토지 보상금은 22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0년 연간 25조원 이래 9년만에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전체 중 71.3%에 해당하는 14조5775억원으로 가장 많이 풀린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행된 토지보상금은 6조원 가량으로 두배가 넘는 수치다.

여기에다 내년부터는 수도권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절차가 본격화한다. 전문가들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금만 20∼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과거 수도권 2기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 한 곳에서 풀린 보상금이 7조8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한 금액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보상금이 과거처럼 대부분 주변 토지나 서울 강남 아파트 등으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집값 상승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의 발길이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재일 JPK리얼티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보상금은 인근 땅 시장이나 강남 등 인기지역 아파트로 몰려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들쑤셔 놓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주택·토지시장은 담보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종부세 인상 등으로 첩첩산중이어서 예전처럼 보상금이 유입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대신 아파트나 토지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토지 보상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배후요가 풍부한 산업단지나 대형 쇼핑몰 주변의 대단지 오피스텔이나 단지 내 상가는 투자 위험성이 적어 투자 문의가 늘고,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1조7000억원의 보상금이 풀린 경기도 평택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에서는 보상금의 일부가 주변 고덕신도시의 상가 등의 매입비로 흘러 들었다.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외지인에 대한 농지·임야 매입 요건이 강화된 데다 양도소득세까지 중과(최고 60%)돼 가격이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지 대토용으로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드물다"며 "대신 안정적인 임대수익 창출이 가능한 인기지역 상가나 오피스텔을 기웃 거리는 보상금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 많은 수령자일수록 월세 부동산에 투자

한 가지 재테크 상품에 '몰빵'(한 종목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투자하는 모험적 투자를 뜻하는 속어)하기 보다는 부동산과 금융 상품에 고루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경기도 광명시흥 산업단지에서 30억원을 받은 박모(56)씨는 대토 목적으로 시흥 일대 농지 농지를 3억원에 매입하고 10억원은 개인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박씨는 "나머지 17억원은 고정적인 월세가 나오는 신도시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파주 캠프하우즈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보상금 40억원을 탄 최모(67)씨도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30평형대 아파트와 상가빌딩을 사고 나머지는 은행 정기예금에 넣었다.

한 세무사는 "나이가 많은 보상금 수령자일수록 토지나 아파트보다는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한다"며 "부동산 투자 환경이 불투명해지자 현금을 보유한 채 동향을 살피는 보상금 수령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파주의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농삿일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도 보상 받은 농민들이 상가·오피스텔 등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과거처럼 강남권 아파트로 보상금이 흘러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으로 토지보상자금이 강남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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