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건축에는 수많은 단계와 공정이 있다.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건축물의 내외장 마감(건축 디자인)은 건축물의 최종 가치를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마감이란 단순히 건축물의 시공을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기능적 미적 편의성까지 고려해서 목적에 맞는 건축물로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고층 빌딩이나 리조트 등 큰 규모의 건축 프로젝트에서는 건축 설계와 마감을 별도 공종으로 분류해 지어진 건물 안에서 최상의 공간 효율성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진행된다.
하지만 개인 건축주들의 꿈을 실현하는 중소형 건축 시장에서는 이런 마감 작업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건축주들이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미리 계획 안 세우면 금전손해·공기지연 발생
실제 사례가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주택 건축 현장에 벌어진 일이다. 이 상가주택 설계자는 나름 이 분야에서 유명한 건축 설계자였다. 외관상으로는 건물을 멋지게 설계하고 시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너무 외관에 치중하고 건축마감을 등한 시 하다가 끝내 문제가 발생하고 말했다.
건물 상층부의 벽면이 지나치게 사선으로 시공돼 가구와 살림살이 배치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로 인해 건축주는 실제 면적보다 더 좁아진 공간에 살아야 했다. 심지어는 내부에 물건을 배치할 경우 사용이 불가능한 공간까지 나왔다. 입주 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관 설계에만 치중한 게 문제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건물 완공 후에 이 문제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설계자의 건축 철학이라는 미명 아래 작은 중소형 상가주택에 창문을 무려 60여개나 설치했던 것이다. 물론 건축물에서 채광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이 건물의 경우 옆집 벽면으로 막힌 곳까지 대형 창문이 설치됐다. 이 때문에 건축주는 창문(창호) 값으로 억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 밖에 없었다.
더 심각한 사례도 있다. 이번엔 서울 강남의 다세대 주택 건축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건축물의 골조가 다 완성될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각종 마감재를 확정해야 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골조가 완성된 다음 내부 마감재 시공에 들어가려는데, 정해진 마감재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현장 역시 설계상의 공간 배치가 잘못된 바람에 엉뚱한 곳에 각종 스위치와 인터폰 등이 설치돼 있었다. 결국 이를 제거하고 공사를 다시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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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의 내외장 마감도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건축비 증가와 공기 지연으로 발목 잡힐 수 있다.※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건물 건축에서 공간 배치는 골조가 한번 마무리되면 수정이 어렵다. 때문에 계획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이에 대한 확인을 잘 해야 한다. 이 현장은 결국 이를 간과한 나머지 공사가 지연되다가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추가 공사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현장은 멈췄지만 시공사의 간접비는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건축주의 비용 부담으로 돌아갔다.
그럼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이유는 뭘까. 주택 등 건물의 시공은 건축설계도서 대로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 허가 도면에는 ‘지정 벽돌, 지정 타일, 지정 대리석’ 정도로만 표기하기 마련이다. 비용을 주고 실시설계와 인테리어 설계까지 했다면 모를까, 대개의 건축설계도면에는 자세한 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싼값 수주했다가 마감재를 공사비 증액의 도구로 악용
공사 현장에서 흔하게 쓰이는 마감재인 벽돌을 예로 들어보자. 대개 벽돌 마감재는 허가 도면상의 건물 입면 마감에 ‘지정 벽돌 마감‘이라고 표기된다. 그뿐이다. 사이즈도 제품명도 컬러 등 구체적인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건축주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벽돌의 가격은 참 다양하다. 크기에 따라 컬러에 따라 수입처에 따라 적게는 개당 몇 백 원부터 몇 천 원까지 차이가 나고, 벽돌의 크기가 커지면 시공 인건비도 올라간다.
문제는 일부 중소형 건축 전문 시공사들이 전문가로서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건축주에게 상의하거나 물어보지도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 일부 시공사는 수주를 받는 것이 목적이라서, 기준도 없는 최저가 내역서를 제출한다. 더 골치 아픈 문제는 계약 성사 이후 시공사가 제안하는 벽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교체를 원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건축비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장 마감재는 물량이 많으니 순식간에 적게는 몇 백, 많게는 몇 천만 원 올라가는 것쯤은 이런 시공사에게는 별일 아닌 듯 말한다. 최저가 수주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건축주는 밀어붙이는 시공사와 급속히 늘어나는 추가 공사비용을 두고 긴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까지 들었던 사례는 대부분의 개인 건축주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는 건축 전문가인 필자도 최근 지은 개인 건물에서 비슷한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건축 각 세부 분야의 전문가들과 상의해야
건축은 종합예술이다. 건축법규·건축설계·전기·설비·조명·가구·통신·컬러·마감재·환기, 그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이 모든 것들을 건축사가 다할 수는 없다. 각 분야별로 전문가가 존재한다.
외국에는 일찍부터 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가들이 세분화와 분업화돼 설계에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이 모든 걸 건축사가 설계하는 줄 안다. 그나마도 경험이 있는 건축주라면 설계도면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건축사와 설계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물론 각 건축 전문가들에게 많은 금액을 주고 맡긴다면 문제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도움 없이 '건축이라는 전쟁'에서 승리를 하려면 알아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건축 디자인은 최신 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가성비 좋은 마감재 선택은 필수이며, 컬러도 잘 선택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마감재 중 가격, 디자인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축주의 관심과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건축 디자인은 불가능할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건축시장에서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건축물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아래 몇 가지는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건축설계를 진행하면서 아무리 늦어도 허가 도면 전에 인테리어 설계를 고려해서 같이 진행하는 게 좋다. 또 도면에 가구배치 (침대·붙박이장·TV) 위치는 반드시 표기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조명과 콘센트, 스위치는 미리 계획하고 건축사와 상의하면서 위치와 수량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창호의 크기와 개수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시공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을 때는 건축·인테리어·마감재의 규격을 토대로 작성한 내역서를 받는 게 좋다. 추후에 발생될 추가 비용을 줄이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축사는 만능이 아니다. 그들이 ‘다 알아서 나의 손발이 되어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면, 본인이 생각하고 그리는 건축물의 정확한 목적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가져야 험악한 건축 전쟁터에서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중소형 건물의 건축에서는 모든 것이 다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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