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소형 오피스빌딩(일명 '꼬마빌딩') 등 중소형 건물 건축 과정에서 건축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당연히 '시공' 단계다.
실제로 집이나 오피스빌딩을 짓는 건축 전체 과정에서 시공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시공 현장에서 일부 건축업체들이 몰지각한 행태를 일삼으며 시공에 대해선 문외한이자 비전문가일 수 밖에 없는 건축주들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영세업체 하도급 관행에 애꿎은 건축주만 피해
필자가 알고 있는 건축주 서모씨는 평생 농장에서 묵묵히 일만 하던 중년의 사내였다. 그는 나이가 들자 평생 고생한 자기 자신에게 뭔가 선물을 안겨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건물 신축을 결정했다.
이후 몇년에 걸쳐 건축 관련 박람회를 찾아다니고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 상담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기 자신이 나름대로 전문 지식을 터득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오산이었다는 사실을 건물 시공 과정에서 뼈저리게 절감했다.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건축에 대해 공부하면서 건축에 자신감에 붙었던 서씨는 한 건축박람회에서 만난 건축 설계회사에 설계를 의뢰하고, 건축업체와 시공 계약까지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건축 공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도 잠깐이었다. 영세 업체였던 건축 회사에서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자 공사 일정에 조금씩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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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시공은 개인 건축주들이 가장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특히 시공사 선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다 재무상태가 부실했던 건축 회사는 결국 부도를 냈다. 현장에서 공사를 책임졌던 현장 소장도 "월급을 못 받에 더는 못 버틴다"는 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결국 공사현장은 아예 멈춰 서게 됐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공사비 10억∼30억원 수준의 소형 오피스빌딩 건축시장은 대표적으로 하도급이 많이 이루어지는 분야다. 공사 현장에서도 영세 업체들이 공사를 시공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다보니 건설경기가 나빠지면 시공업체가 부도를 일으켜 납품업체·인부들은 물론이고, 건축주도 낭패를 보는 일이 적지 않다.
때문에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는 재무 건전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서씨는 결국 이런 점을 간과했다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룰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40대 건축주 유모씨의 이야기다. 그는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서 자그마한 사업체를 일구고 열심히 살며 착실하게 돈을 모았다. 유씨는 그렇데 번 돈으로 안정적은 노후를 꿈꾸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 수익형 꼬마 빌딩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
유씨 역시 직접 발품을 팔며 나름대로 건축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또 지인을 통해 건축사, 시공업자, 부동산 컨설턴트까지 만나 상담을 받았다. 그렇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드디어 한 건축업체로 부터 시공 견적서를 받았다. 유씨가 보기에도 그 건축업체가 보여준 견적서 내역은 조금 부실해 보였다.
하지만 성실해 보이는 시공사 사장이 "다 잘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로 안심시키는 바람에 유씨는 그만 건축 시공 계약서에 덜컥 도장을 찍고 말았다. 특히 지인에게 소개받은 건축사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건축 업체라는 점도 유씨가 건축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그게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었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공사 완료 2개월 정도를 앞두고 돌연 공사가 중단됐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공사가 계약과 동시에 수수료만 챙기고, 실제 공사는 대부분 하도급 업체에 맡겼다. 그런데 하도급 업체가 망하면서 현장이 멈춰섰던 것이다.
건축주 유씨는 결국 시공업체가 종합건설사 면허만 빌려주고 공사에 대한 책임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바람에 이도 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은행에서 건축비 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서울 광진구의 꼬마빌딩도 이런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빌딩의 경우 건축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들에게 제대로 공사대금을 주지 않고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자, 외주업체들이 "약속한 공사비를 전액 지불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며 파업을 했다. 공사가 몇 달 동안 지연되었고, 결국 건축주가 직접 나서서 업체들에게 지불각서를 써주고 간신히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시공사 선정이 중요, 재무상태ㆍ평판 등 체크해 봐야
지금까지 들었던 사례는 최근 국내 중소형 건물 건축시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흔한 얘깃거리다. 그만큼 중소형 건물 건축 현장에 재무상태가 영세한 시공업체로 인한 사고가 많고, 성공적으로 건축 프로젝트가 완료된 현장이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원인은 시공업체들의 난립이다. 중소형 빌딩 건축시장에 영세업체들이 늘면서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인한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업체들도 자금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일단 따고 보자는 일부 시공사의 부도덕한 경영 마인드도 한몫 거들고 있다. 영세 시공업체들의 무책임한 수주 경쟁이 결국 애꿎은 건축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건축시장에서 건축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공사의 신용도 체크가 기본이다. 또한 포트폴리오로 제시한 건물만 볼 것이 아니고, 해당 시공사가 완성한 건물의 주인을 직접 만나서 시공사 평판도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시공사를 만나게 되면 부도 등으로 공사 현장이 대책이 멈춰 설 수 있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시공사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조사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건물 공정에 대한 건축주의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일부 몰지각한 시공사가 공사 계약부터 시작해서 공사가 끝날 때까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깔아놓는 수많은 지뢰(공사변경을 유도하여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것)를 만날 수 있다.
이를 잘 피해나가면서 예정된 공사기간에 성공적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꼼수를 사전에 파악하고 잘 피해나가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이 운영하는 건축학교 등을 수강하거나 전문가의 컨설팅 등을 받아 사전에 건물 공정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결국 예비 건축주들이 ‘적과의 동침’에서 이기려면 시공업체의 생각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파악하고 나의 능력치를 명확하게 하는 차선책까지 갖춘 사업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백전백승 건축 프로젝트는 건축주가 가만히 앉아서는 도저히 딸 수 없는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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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건축협동조합, 10일 특별 세미나 개최
건축주가 알아야 할 100가지 사항 大공개
건축주와 건축 전문가를 위한 플랫폼인 행복건축협동조합은 오는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개최되는 2019 서울 경향하우징페어 특별 세미나에서 '예비 건축주를 위한 실전 체크리스트 100'를 발표한다.
이 조합은 지난 2월부터 운영해온 행복 건축학교에서 예비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교육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예비 건축주들이 꼭 알아야 할 100가지 체크리스트를 완성했으며, 더 많은 예비 건축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2019 서울 경향하우징페어 특별 세미나에서 발표한다는 것이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서울 경향하우징페어 특별 세미나는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 - 행복 건축학교'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경향하우징페어 홈페이지나 행복 건축협동조합의 공식 블로그에서 참여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의
happyarch1@naver.com, 010-6298-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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