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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왜곡하는 ‘매물 잠김’…최근 거래량 30% 줄며 상승률 두배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중개업소 나모 사장에게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방배 삼익 아파트(408가구)를 사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돌아온 답은 “오랜만에 나온 매물이 딱 한 개 있다”였다. 

옆 단지인 방배 아트자이를 물었다. 방배3구역을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총 353가구로, 2018년 10월 완공했다. 나 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입주 1년 좀 지났는데 매물 구경도 못 했다. 전세만 가끔 한 개씩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가락동 중개업소. 2018년 12월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 매물을 찾았다. 9510가구 대규모 단지지만, 매매를 위해 시장에 나온 매물은 40여 가구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이 아파트의 실제 거래는 5건에 불과하다.
 

▲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는 현재 팔겠다는 매물이 한 가구 뿐이다. 최현주 기자


서울 주택시장이 ‘매물 잠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도 실제로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적기 때문이다. 매물 가뭄이 주택공급 부족을 더욱 악화시켜 집값 상승을 가속화한다. 한두 건 거래로 집값이 계단식으로 뛰는 것이다.
  
2018년 이후 매물 잠김으로 거래가 줄어드는데 아파트값은 오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15~2017년 매년 10만 가구가 넘었지만, 2018년(9만6622가구) 들어 4년 만에 10만 가구 아래로 떨어졌다. 이어 2019년 7만1434가구로 확 줄었다.
  
이 시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커졌다. 2017년 3.64%에서 2018년 6.22%로 껑충 뛰었다. 1612가구 대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형(이하 전용면적)은 지난해 9월 말 32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이후 15일 만에 34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몸값이 2억원 뛰었다.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은 “1000가구 단지에서 100가구가 거래되는 상황에서 평균 시세라면 몰라도 1가구만 거래되고 그냥 그게 시세가 되니 가격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방배 삼익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 매물을 구한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다. 최현주 기자


매물 가뭄이 심해진 데는 늘어난 양도소득세 영향이 크다. 2017년 8·2대책에 따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도입돼 다주택자 세율이 10~20%포인트 추가됐다. 2주택자가 7억2500만원에 산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59㎡형을 17억원에 팔면 양도세가 4억7030만원으로 양도차익의 절반 정도다.
  
서울 잠실에 사는 주모(58)씨는 “막상 팔려고 해도 양도세 내고 남은 돈으로 오를 대로 오른 다른 집을 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아파트가 새로 지어져도 매물은 더 잠길 가능성이 크다. 입주 후 최장 7년간 전매제한을 받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이 거의 무주택자여서 입주하기 전에 살던 집이 전세나 월세로 나올 뿐 매물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집값 안정을 위해선 매물 확대가 필요하다. 이서복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실제 주택 공급과 함께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 공급이 원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매물 발목을 잡는 세금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설정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은 4개월로는 매물을 유도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건데 전세로 준 매물을 팔아야 하므로 계약 기간(2년)을 고려해서 유예 기간을 늘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중과 배제 요건(10년 이상 보유)을 낮추자는 제안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매물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보유 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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