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인테리어 설계비 얼마예요?”, “설계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2~3년 전만 해도 중소형 건축물의 설계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 투자를 아까워하는 건축주들이 참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건축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중소형 건축시장에서 성공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위한 대안을 설계에서 찾아가는 것 같다. 이런 의식의 변화가 참 다행이기는 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비 건축주들이 설계를 진행할 때 놓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교훈을 주는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다.
서울 광진구의 건축주 K씨는 5층 높이의 근린생활시설 건축을 결정하고, 1층은 상가, 나머지 층은 임대 세대를 두기로 계획했다. 수개월의 설계 기간을 거쳐서 겨우 관청에서 인허가도 받았다. 건축주였지만 비전문가여서 도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K씨는 기초공사부터 골조공사가 완료되는 3개월 동안 ‘건축사가 어련히 알아서 설계했겠지’라는 생각으로 현장을 지켜봤다.
하지만 막상 골조를 마치고 실제로 확인해보니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수정해 보려 애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설계사는 “도면대로 시공되었고 설계 당시 설명도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엉뚱한 얘기를 하나”라며 오히려 반박하기까지 했다.
관할 구청 인근의 적은 비용으로 건축 허가를 도와주는 곳(일명 허가방)에 설계를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다급해진 건축주의 부탁을 받고 필자가 현장에 가보니 공간에 대한 해석이 요즘 추세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한 세대당 전용면적 15평에 방 두 개짜리 임대 세대였는데, 안방은 거실보다 넓고 주방과 거실은 작아서 분양은커녕 임대도 어려워 보였다.
건축주의 뒤늦은 설계 변경 요구에, 설상가상으로 시공사는 좋은 먹잇감을 찾은 것 마냥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견적서를 들이밀기에 바빴다. 이후 건축주는 설계사와 시공사 사이에서 거의 반년 동안의 협의 기간을 거쳐서 겨우 완공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막대한 추가 시공 비용을 건축주가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중소형 건축의 현실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건축주의 처음 의도대로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건축 현장에서는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주 L씨는 서울 강남에 고급 임대 주택 건축을 진행 중이었다. 수십억 원의 건축비를 들여 멋지게 완공될 빌딩을 꿈꿨지만, 우연치 않게 다른 모델하우스를 가본 순간 ‘아차!’ 싶었다고 한다.
그 모델하우스는 L씨가 짓고 있던 건물의 개별 세대와 똑같은 평형이었다. 방과 욕실이 각 2개, 드레스 룸과 주방, 거실까지 있었는데도 하나도 좁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골조를 마친 본인 건물은 같은 평형에 방과 욕실이 각 1개에 거실 주방이 전부인데도 넓어 보이기는커녕 요즘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 현장도 골조공사가 끝난 상태였는데, 내부 공사까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어서 건축주의 의도대로 바로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완공할 수밖에 없었다.
‘아차!’ 싶을 때 그때라도 최대한 바로 잡지 않으면, 건물을 팔지 않는 이상 가지고 있는 내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중소형 건축의 현실인 것이다. 적지 않은 설계비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설계를 했는데도 왜 위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할까?
무작정 전문가에 의지 말고 설계와 인테리어는 다름을 인식해야한 마디로 건축주들이 건축설계자들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신이 아니다. ‘나는 잘 모르지만, 돈을 지불했으니 다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안일한 생각이 불행의 씨앗이 된다. 다시 말해, 내 돈 주고 남의 집을 설계하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사례와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축설계와 인테리어 설계는 엄연히 다른 영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두 영역은 쓰이는 치수부터 다르고 범위도 다르다.
예를 들어 욕실을 생각해보자. 건축설계에서는 욕실 공간과 피트(PIT:전기, 수도, 가스배관이 지나가는 오프닝 공간)를 구분하는 정도에서 끝난다. 반면 인테리어 설계의 관점에서 본 욕실은 사용자를 고려해서 양변기나 세면대의 모양과 크기를 결정하고, 벽타일 마감재와 다른 소품들의 조화를 고려한 설계를 필요로 한다. 어떤 곳에 배치했을 때 공간 효율이 높을지 수도 없이 고민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해야 사용자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 설계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테리어 설계는 인허가 도면이 나오기 전 계획 설계 때부터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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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비전문가라도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그 첫 번째는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설계를 구분하는 것이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건축설계자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건축주, 삼자 간의 협업이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고 성공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 설계 예산까지 허락되지 않는다면 건축주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세 가지 방법필자는 중소형 건축 현장에서 건축주가 지루하고 힘든 집짓기 프로젝트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겠다.
첫 번째로, 자신의 건축 프로젝트의 명칭을 정하고 전용 노트를 준비할 것을 권한다.
집짓기 프로젝트에 이름이 부여되면 그 집이나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건축물의 문화까지도 설정할 수 있다. 즉,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이는 마감재와 컬러, 그리고 스타일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되며 결과적으로 낭비 없이 알맞은 건축비를 쓸 수 있게 도와준다.
두 번째는, 완공된 건축물의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기록하는 것이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과정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거주할 집이라면 실거주자인 나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생활패턴과 동선을 고려해 최적의 건축공간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임대 세대나 상업공간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공간 배치와 구성이 나은지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이 과정이 왜 중요한지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물건의 대부분은 정식 출시 전 수많은 제품 테스트와 품평 등을 거쳐 단점을 보완했을 때 비로소 정식 상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하지만 건축은 사전 테스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패의 위험도 크고 완공 후 실사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건축주들이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최적의 공간과 건축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며,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마지막 과정은 위 첫 번째, 두 번째 과정을 토대로 기획된 공간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적합한 가구와 가전 리스트를 작성해 설계에 반영하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이 사용하는 의류건조기는 부피가 커서 배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설계 단계에서 미리 공간을 계획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설계 평면도 상에서 전기 스위치와 콘센트, 그리고 조명 위치가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아니면 나중에 위치 수정을 위해 추가 공사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종 단계는 건축주가 직접 조사를 통해 원하는 마감재를 정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건축주의 발품이 최선이다. 많은 마감재를 접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마감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땀과 노력이 추후에 벌어질 시공사와의 분쟁의 간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됨을 잊지 말자.
중소형 건축에서 건축설계와 인테리어 설계는 구두와 양말의 관계와도 같다. 멋진 구두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피부에 닿아있는 양말도 매우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건축주가 현실적으로 위의 과정들을 꼼꼼히 체크해간다면, 앞서 말한 사례처럼 억울하게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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